크루즈 런칭 앞둔 레이몬드 크루즈 용태환 회장

입력 : 2010.06.06 20:40

“한국을 중심항으로 한 크루즈 여행 기대하세요?”

간절한 꿈이 눈 앞에 다가왔다.
한국을 중심항으로 한 크루즈 선박회사(선사)의 출연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 배경에는 새로운 여행 아이템에 굶주린 여행 마니아, 누구도 믿지 못할 파이오니아적 기업인이 있다. 레이먼드 크루즈 코리아의 용태환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여전히 숨가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칸이 만난 사람]크루즈 런칭 앞둔 레이몬드 크루즈 용태환 회장

# 20년의 간절한 꿈, 한국 중심항 크루즈

크루즈 여행은 럭셔리 여행의 대표적인 아이템이다. 레이먼드 크루즈에서 런칭을 준비 중인 크루즈 중 '드림'의 경우 5만700톤, 속도 21노트(38.8㎞/h), 13층 874개의 객실, 최대 2450명(승무원 포함)이 탑승하는 5성급호텔 규모의 초대형 크루즈다. 또다른 크루즈선 '아시아 스타'는 총중량 2만300톤, 속도 12.7노트(23.9㎞/h), 11층에 172객실, 최대 609명이 탈 수 있다. 

1963년생으로 아직 40대인 용태환 회장이 이렇게 큰 크루즈 선사를 준비 중이라면 누구나 원래 집안이 재벌가거나 로또에 당첨된 사람 쯤으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용 회장의 인생은 입지전적의 연속이었다. 

"처음엔 무서울 게 없었어요. 20년 미국생활을 하면서 실패가 없었거든요. 미국에서 시작한 일은 요리사였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이민을 가면 누구나 처음 손대는 것이 요리와 청소 입니다. 그런데 제가 당시 느꼈던 막막함을 후발 이민자들 역시 느낄 것 같아, 요리 학원을 차렸죠. 그렇게 미국 워싱턴D.C.에서 교육 사업을 하며 청·장년기를 보냈고, 돈도 꽤 모았습니다."

그는 1998~2005년까지 미국 콜럼비아 테크니컬 컬리지 학장을 역임했다. 

실무 기술을 가르치고 라이선스까지 주는 학교였다. 그런데 현지에서 교육 사업을 하다보니 한국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단순한 한국 관광 홍보 관련 일을 넘어 크루즈 사업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움텄다. 여전히 '젊었던' 2005년, 미국에서 성공한 사업가 용 회장은 고민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한국행을 결행했다. 미국에서 모은 50억원의 돈도 손에 쥐어 들었다. 크루즈 선사의 이름도 정했다. '레이먼드'란 선사명은 용 회장의 미국 이름에 따온 것이다.

#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세번째 도전 끝 결실

"한국에서의 크루즈를 런칭하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어요. 워낙에 많은 자금이 소요되고 처음 시도하는 사업인 만큼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들이 많아서 선박 도입이 취소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첫 좌절이었고, 다시 2년 여를 준비해서 선박을 구매하려는 순간, 환율대란으로 인해 또 쓴잔을 마셨습니다. 두번째 도전도 실패였습니다. 그런 실패가 이번의 가시적인 성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유럽과 미국의 경기가 좋지 않은 것이 용태환 회장에게는 호기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 유수의 크루즈 선박회사들이 이 경기 침체로 직격탄을 맞았고, 합병과 대형화를 거치면서 크루즈선을 살 수 있는 국제적인 분위기가 유리하게 작용했던 것이다. 용태환 회장은 "국토해양부의 인가를 받은 서울선박금융(주)를 자산 운영사로 정하고 전문화된 선박 관리회사를 통해 외국 자금 및 국내 자금을 운영할 계획이라 원군도 든든하다"고 말했다. 레이먼드 크루즈 런칭 시기는 7~8월로 내다보고 있다.

사실 여행 산업 측면에서 크루즈 여행은 여행의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고 있다. 세계 크루즈 산업은 지난 20년 동안 연평균 8%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세계 크루즈 이용자 수 또한 90년대 초반 500만 명 정도에서 2000년 이후 두 배로 뛰어 올랐다. 전세계 기준으로 연간 1천800만 명이 크루즈 여행을 즐기고 있고, 240여 척의 크루즈선이 있다. 

그러나 세계 경제가 위축되면서 크루즈 선사들은 그 어려움으로 인수·합병을 거치면서 대형화가 이뤄지고 있다. 여행객을 구인하기 위한 서비스는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항공을 연계하는 등 다양한 맞춤형 상품의 개발, 연료 효율성 증가, 단기 크루즈 관광객 증가 등이 크루즈 여행을 대중 속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 조선산업 1위! 크루즈 전무?… 고정관념 깨고 싶어

크루즈 산업이 창출하는 국가 경제적 이익은 상당하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남의 떡이었다. 세계 시장의 90% 정도를 유럽과 북미에서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크루즈 산업은 미개척 분야다. 특히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인 좋은 지정학적 위치에도 불구하고, 높은 운항비용·인프라 부족·짧은 여행 역사 등으로 크루즈 산업을 남의 집 일 정도로 여겼던 것이 사실이다.

용 회장이 넘고 싶은 벽이 바로 이런 고정관념이다. 용 회장은 "우리나라가 세계 조선을 선도하는 조선업 1위 국가 임에도 크루즈 선박을 운영해 본 경험이 없다는 아쉬운 점을 더이상 느끼게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래서 레이몬드 크루즈의 컨셉트도 의미있게 정했다. 동양 최초의 선교·의료·봉사활동,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한류 유람선이 그것이다. 

[칸이 만난 사람]크루즈 런칭 앞둔 레이몬드 크루즈 용태환 회장

용 회장은 "한국 문화의 자긍심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며 "레이먼드 크루즈는 1차적으로 한국과 중국, 일본을 도는 특화 크루즈의 성격을 띄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인을 위한 크루즈로 다국적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용 회장은 또 "이제 한국인들이 외국계 기업의 크루즈 여행에서 겪었던 언어적 문제나 음식 문제, 문화적 차이에서 온 불만을 더이상 토로할 필요가 없는 시대가 왔다"고 강조한다. 사실 한국인의 영어 공포증은 해외 여행 중 상대적 박탈감으로 여행의 맛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 중 하나였다. 용 회장이 도전이 이제 걸음마 단계인 우리 세계 여행수준을 단박에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 날도 머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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