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말 불어닥친 ‘성탄 한파’가 새해 중순까지 이어지고 있다. 근 20일째 평년기온을 밑도는 추위가 한반도를 덮고 있는 것. 기상청은 지난 10일 “서울의 하루 평균기온이 지난달 23일 평년기온(1970~2000년 평균) 아래로 떨어진 이후 새해 들어서도 계속 평년기온을 밑돌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한파는 구제역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킨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구제역균은 기온이 낮을수록 왕성히 번식하기 때문이다. 또 한파로 방역노즐이 얼어붙는 등 구제역 방역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기상청은 불과 한달 전인 지난해 12월 중순만 해도 “올겨울은 지난해 같은 강추위는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지난해 12월 23일 ‘2011년 연기후 예측’자료에서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온상승 경향은 2011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이라며 기온이 높을 확률 60%, 비슷할 확률 20%, 낮을 확률 20%라고 명시했다. 또 같은 날 기상청은 ‘1~3개월 전망’ 예보에서 “1월 상순에는 기온이 평년보다 높겠으나 일시적인 한기 남하로 추운 날이 있겠음”이라며 “1월 중순에는 대륙고기압이 북편하여 지나면서 기온이 평년보다 다소 높은 경향을 보이겠다”고 예보했다.
하지만 기상청의 예측은 빗나가도 한참 빗나갔다. 지난달 하순과 올해 1월 초순의 서울 지역 최저기온은 영하 7.9도와 영하 9.3도로 전년 같은 기간의 영하 7.3도, 영하 10.4도와 별반 차이가 없다. 지난해 12월1일부터 따지면 41일 중 30일이 평년기온보다 낮다.
이렇듯 한파가 이어지자 기상청은 “한반도 지역에 자리잡은 시베리아 고기압의 영향으로 1월 하순까지는 한파가 지속될 것”으로 슬쩍 예보를 수정했다. 그러면서 ‘오보’의 원인을 생소한 ‘북극진동’(북극에 존재하는 찬 공기의 소용돌이가 수십 일 또는 수십 년 주기로 강약을 되풀이하는 현상)으로 돌렸다.
기상청은 한발 더 나아가 “북극진동을 기상청에서 직접 관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나사(NASA)의 앙상블 모델을 살펴보거나 우리의 단기예보용 모델 등 객관적 데이터를 통해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한다”고 해명했다.
결국 NASA의 자료가 잘못됐거나 객관적 데이터를 무용지물로 만든 이상기후가 ‘오보’의 원인이라는 얘기다. 특히 기상청은 “현대 과학에서 장기예보는 15일을 넘으면 오차가 실제 현상의 크기보다 커지기 때문에 정확하다고 볼 수 없다”며 “장기 예보를 하나의 가이드로 삼고 단기 예보를 통해 날씨의 정확도를 맞혀 나가야지, 장기 예보 하나만을 무조건 신뢰하는 태도는 위험하다”고 밝혔다. ‘마치 장기 예보는 틀리는 게 당연하다’는 뉘앙스다.
그러나 시민과 누리꾼은 기상청의 이런 변명을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자영업을 한다는 누리꾼 mir×××는 “한 달짜리 예보는 장기 예보라서 빗나간 것이라고 치고, 지난 추석 때는 하루 전 예보도 틀렸는데, 하루도 장기 예보냐”며 “날씨를 예측하지 못하고 사람들이 체감하는 날씨를 그때그때 발표하고 있으니 기상중계청이 딱 맞는 이름 같다”고 비꼬았다.
또 다른 누리꾼은 “당국이 기상청 예보대로 날씨가 풀리면서 구제역이 수그러들 것으로 예상해 방역작업을 소홀히 한 것 아닌가”라며 “그렇다면 구제역 확산에 기상청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기상청의 ‘오보’ 양산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자료로 입증되기도 했다.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신영수 의원이 기상청으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기상청에서 발령한 호우·대설·폭염 등의 각종 기상특보는 3846건으로 하루 평균 3.8건에 이르지만 정확도는 67.1%에 불과했다. 3건 중 1건이 오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