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53) 대표팀 감독은 내달 29일 쿠웨이트와 ‘벼랑끝 승부’를 벌여야 한다.
그는 향후 대표팀 운영 방안에 대해 “모든 걸 그 한 경기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사실 그 이후를 생각하는 건 현재의 대표팀 상황에서 한가한 사치다. 당장 쿠웨이트와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3차 예선 최종전에서 ‘삐끗’해 최종예선에 오르지 못한다면 모든 게 무의미하다.
자신의 임기를 최종예선이 끝나는 2013년 6월까지로 못박은 최 감독은 3일 언론 간담회에서 “대표팀 운영 철학과 비전을 이야기해 달라면 지금은 할 수 없다”며 절박하고도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나름대로의 큰 줄기는 내비쳤다. 최 감독은 “쿠웨이트전만 이기면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서 “2월, 6월 최종예선, 8월 올림픽 끝나는 시점으로 나눠 3단계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1단계는 쿠웨이트전 필승을 위한 ‘원포인트 전략’이다. 최 감독은 “경험 있는 베테랑 선수를 뽑아 일단 눈 앞에 닥친 위기를 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좋은 경기보다는 이기는 경기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절체절명의 위기인만큼 ‘단기 처방’으로 실리를 챙긴 뒤 ‘장기 코스’로 체질을 개선해 나가겠다는 의미다.
쿠웨이트전을 이기면 2단계 프로젝트에 들어간다. 최종예선이 시작되는 6월까지 3개월 여유가 있다. 이 기간에 국내파와 해외파를 통틀어 자원을 살핀 뒤 새로운 대표팀 진용을 갖출 수 있다. 본격적으로 최강희호의 색깔이 입혀지는 시기다. 전북에서 보여준 ‘닥공(닥치고 공격) 축구’처럼 대표팀에 맞는 스타일이 덧칠될 것으로 보인다.
최 감독은 “오랜 시간 팀을 다듬어 장기 레이스를 펼치는 프로구단과 달리 대표팀의 경기는 단판승부여서 짧은 시간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적인 방향이 필요하다”고 했다. 따라서 포지션별 적임자를 가려내 기동력과 조직력을 갖춘 팀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조광래 전 감독이 스페인식 패스축구를 지향했다면 최 감독은 잉글랜드나 독일축구를 선호한다. 상대 문전 앞에 가장 빠르게 도달하는 플레이가 핵심이다.
최 감독은 3단계 시점을 올림픽이 끝나는 8월로 잡았다. 홍명보호에서 뛰는 선수들 중에서 기대주들을 뽑아 신·구조화로 월드컵 본선무대의 토대를 닦아놓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본선에서 대표팀을 이끌 차기 감독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겠다는 배려다. 더불어 한국축구의 미래에 다리를 놓는 축구인의 사명이자 책임감이다.
한편 최강희 감독은 5일 오후 1시 전주월드컵경기장 2층 브리핑룸에서 전북 이흥실 감독대행 취임식에 참석해 선수단과 미팅을 갖고 석별의 정을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