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선 중동킬러···소속팀선 투명인간
‘박주영 딜레마’다.
최강희(53) 대표팀 감독이 지휘봉을 잡자마자 박주영(27·아스널)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최 감독은 박주영에 대해서 “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지만 대표팀에서 만큼은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 상태(소속팀에서의 결장)가 지속되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 8월 말 명문클럽 아스널 유니폼을 입은 박주영은 입단 후 4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프리미어리그 데뷔전도 못치렀다. 칼링컵 3경기와 유럽 챔피언스리그 1경기를 뛴게 전부다. 최근엔 6경기 연속 교체선수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대표팀에서 그의 활약은 무시할 수 없다. 지난 해 11월 레바논과의 2014 브라질 월드컵 3차 예선 원정경기에서 경고누적으로 뛰지 못하기 전까지 5경기 연속골(8골)을 터뜨렸다. 또한 A매치 57경기(23골)를 뛰어 현재 대표선수 자원 중에서 차두리(32·셀틱·A매치 63경기)에 이어 A매치 경험이 두 번째로 많다.
특히 23골 중 10골을 중동팀을 상대로 뽑아냈다. 내달 29일 최종전에서 맞붙는 쿠웨이트를 상대로 골맛을 본 기분좋은 기억도 있다. 박주영은 지난해 9월 아시아지역 3차 예선 쿠웨이트와의 2차전에서 전반 8분 선제골을 터뜨렸다. 최근 소속팀에서 출전기회를 잡지 못해 경기력과 실전감각 저하가 우려되지만, 대표팀에서의 가치는 남다르다.
최 감독은 내달 쿠웨이트전에 사실상 한국축구의 모든 게 걸려 있어 무조건 이기는 ‘원포인트 전략’을 꺼내 들었다. 경험있는 베테랑 위주로 선수를 선발해 위기를 넘겠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박주영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하지만 지난 8월 한일전 0-3 참패를 떠올리면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당시 이적 문제로 AS모나코에서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했던 박주영은 실망스러운 경기력으로 도마에 올랐다.
현재 박주영이 아스널에서 꾸준히 훈련하고 있지만 체력은 실전을 통해 유지되고 향상된다. 최 감독도 “체력적인 면에서 훈련과 경기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최 감독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박주영의 심리적인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조광래 전 감독이 경질되면서 주장을 맡았던 박주영이 선후배와 주전·비주전 간의 연결고리 역할을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베테랑급 위주로 새 대표팀이 짜여진다면 사실상 주장 교체는 불가피해보인다.
이럴 경우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박주영이 최강희호에서 마음을 붙이기가 쉽지않을지 모른다.
이동국(33·전북)의 대표팀 복귀 또한 기정사실로 여겨져 두 선수의 활용 방안도 과제다. 최 감독으로서는 시작부터 박주영을 놓고 이래저래 ‘솔로몬의 지혜’로 리더십을 발휘해야하는 부담이 크다.
박주영이 당장 쿠웨이트전에는 선택받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소속팀에서의 잦은 결장이 쿠웨이트전에서 문제로 불거진다면 최종예선부터는 ‘붙박이’ 타이틀을 내려놓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