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딜레마’

입력 : 2012.01.04 20:53

대표팀선 중동킬러···소속팀선 투명인간

‘박주영 딜레마’다.

최강희(53) 대표팀 감독이 지휘봉을 잡자마자 박주영(27·아스널)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최 감독은 박주영에 대해서 “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지만 대표팀에서 만큼은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 상태(소속팀에서의 결장)가 지속되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 8월 말 명문클럽 아스널 유니폼을 입은 박주영은 입단 후 4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프리미어리그 데뷔전도 못치렀다. 칼링컵 3경기와 유럽 챔피언스리그 1경기를 뛴게 전부다. 최근엔 6경기 연속 교체선수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대표팀에서 그의 활약은 무시할 수 없다. 지난 해 11월 레바논과의 2014 브라질 월드컵 3차 예선 원정경기에서 경고누적으로 뛰지 못하기 전까지 5경기 연속골(8골)을 터뜨렸다. 또한 A매치 57경기(23골)를 뛰어 현재 대표선수 자원 중에서 차두리(32·셀틱·A매치 63경기)에 이어 A매치 경험이 두 번째로 많다.

특히 23골 중 10골을 중동팀을 상대로 뽑아냈다. 내달 29일 최종전에서 맞붙는 쿠웨이트를 상대로 골맛을 본 기분좋은 기억도 있다. 박주영은 지난해 9월 아시아지역 3차 예선 쿠웨이트와의 2차전에서 전반 8분 선제골을 터뜨렸다. 최근 소속팀에서 출전기회를 잡지 못해 경기력과 실전감각 저하가 우려되지만, 대표팀에서의 가치는 남다르다.

최 감독은 내달 쿠웨이트전에 사실상 한국축구의 모든 게 걸려 있어 무조건 이기는 ‘원포인트 전략’을 꺼내 들었다. 경험있는 베테랑 위주로 선수를 선발해 위기를 넘겠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박주영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하지만 지난 8월 한일전 0-3 참패를 떠올리면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당시 이적 문제로 AS모나코에서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했던 박주영은 실망스러운 경기력으로 도마에 올랐다.

현재 박주영이 아스널에서 꾸준히 훈련하고 있지만 체력은 실전을 통해 유지되고 향상된다. 최 감독도 “체력적인 면에서 훈련과 경기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최 감독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박주영의 심리적인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조광래 전 감독이 경질되면서 주장을 맡았던 박주영이 선후배와 주전·비주전 간의 연결고리 역할을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베테랑급 위주로 새 대표팀이 짜여진다면 사실상 주장 교체는 불가피해보인다.

이럴 경우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박주영이 최강희호에서 마음을 붙이기가 쉽지않을지 모른다.

이동국(33·전북)의 대표팀 복귀 또한 기정사실로 여겨져 두 선수의 활용 방안도 과제다. 최 감독으로서는 시작부터 박주영을 놓고 이래저래 ‘솔로몬의 지혜’로 리더십을 발휘해야하는 부담이 크다.

박주영이 당장 쿠웨이트전에는 선택받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소속팀에서의 잦은 결장이 쿠웨이트전에서 문제로 불거진다면 최종예선부터는 ‘붙박이’ 타이틀을 내려놓을 수도 있다.

박수, 공유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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