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몸짱, S라인이 강조되는 시대에 지방은 결코 반갑지 않은 불청객으로 인지되고는 한다. 섹시하고 아름다운 초콜릿 복근과 날씬하고 가벼운 몸매를 위해 몸에 있는 지방을 남김 없이 태워버리고 싶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전혀 쓸모 없을 것 같은 지방도, 알고보면 사실 우리 몸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존재이다.
지방이 필요 이상으로 많다면 그것은 문제임에 틀림없지만, 지나치게 적은 지방도 건강에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인 것이다. 지방에 대한 오해와 진실, 어떤 것이 있을까?
지방은 우리가 흔히 아는 백색 지방과 갈색 지방으로 나뉜다. 지방세포에 따라 분류된 이름으로, 갈색지방은 지방을 연소시켜 체온을 유지하고 열을 내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갈색 지방은 사람보다 동물에게 더 많이 발견되며, 사람의 몸에서는 많이 발견되지 않는다. 하지만 동물실험에 따르면 갈색지방은 고강도의 운동보다 저강도의 꾸준한 운동시 더 발현될 가능성이 높아, 다이어트시 저강도의 꾸준한 운동이 강조되는 이유가 바로 이 갈색지방을 늘리기 위한 것도 있는 것이다.
또한 지방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생성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물론 에스트로겐은 난소에서 가장 많이 생성되지만, 지방세포와 부신에서도 함께 생성된다. 지방이 없으면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없어지고, 나이가 들수록 난소의 에스트로겐 생성기능이 떨어지면 더 이상 여성호르몬의 분비가 생성될 곳이 없는 것이다. 여성호르몬이 줄어들면 뼈에 구멍이 생겨 골다공증이 오기 쉽다. 에스트로겐이 바로 뼈를 없애는 파골세포의 수를 줄이고, 뼈를 만드는 조골세포의 활성화를 돕는 것이다. 폐경기 이후 골다공증 환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이다. 이렇듯 지방의 양이 너무 적다면 불임을 유발하기도 한다. 체중문제로 인한 불임이 전체 불임의 15%를 차지한다고 하는데, 전문가들은 비만에 의한 불임과 저체중으로 인한 불임이 반반이라고 본다. 너무 마른 몸매를 가진 여성도, 너무 비만인 여성과 마찬가지로 임신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인 것이다.
그리고 비단 호르몬 문제가 아니더라도, 얼굴에 살이 빠지면 더 나이가 들어보이고 피부의 탄력이 사라져 안면부의 노화가 급격히 진행되기도 한다. 얼굴의 노화는 피하지방의 감소, 콜라겐(단백질)의 감소, 중력에 의한 피부와 안면 유착부위의 늘어짐 등을 주요 원인으로 들 수 있는데, 이 중 피하지방의 감소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체중이 감소할 때 얼굴부위가 가장 먼저 지방이 줄어들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무리한 반복적인 다이어트로 인해 얼굴의 피하지방이 지나치게 감소한 경우 복부나 허벅지에 있는 남은 지방을 채취하여 얼굴로 이식해 항노화에 이용하기도 한다.
또한 지방조직세포는 비단 노화방지와 미용뿐만이 아니라, 조직재생과 혈관생성, 면역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 흔히 줄기세포는 태반, 제대혈, 골수, 말포혈액에서 추출해 배양하는 방법으로 연구되어 왔다. 하지만 지방조직에는 인체의 어느 부위보다도 많은 양의 성체줄기세포가 분포하고 있다. 골수보다도 1000배나 많은 양의 줄기세포가 관찰되며, 지방조직 100㎖당 500만 개 이상의 줄기세포가 존재하는 것이다. 또한 우리 몸의 조직 중 가장 손쉽게 많은 양의 채취가 가능하며 통증이 거의 없다. 기존의 줄기세포 이용 방식보다 훨씬 쉽고, 간편해진 것이다. 흔히 미용목적으로 지방을 흡입하는 경우에도 30분~1시간의 마취로 1000~5000ml의 지방을 채취하는 것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이러한 지방조직세포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극저온 질소냉동법을 이용해 줄기세포를 손상시키지 않고 보관하였다가 필요할 때 해동해 사용하는 ‘지방은행(Fat Banking)’을 이용하기도 한다. 줄기세포를 0℃~-25℃로 보관하는 경우 효소기능이 떨어지고 세포가 서서히 죽게되지만, -196℃에서 장기간 보관하는 경우 90% 이상 세포가 생존하며 세포의 상태도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줄기세포나 지방세포의 이용은 치료를 중심으로 이용되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예방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미국 등에서는 2~3년 전부터 플로리다, 마이애미 등에 지방은행이 설립되어 줄기세포를 지방은행에 보관해두고 파킨슨, 중풍, 뇌성마비, 척추손상 등의 치료에 폭 넓게 활용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지방은행제도의 국내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부러지거나 손상된 뼈를 지방조직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가지고 체외에서 만들어 내는 연구와, 지방줄기세포로 소혈관등을 인공으로 만드는 연구, 퇴행성 관절염 등의 지방줄기세포 치료 등, 이미 세계 각국에서 활발한 성과를 내고 있기에 쓸모 없다고 여겨져 왔던 지방의 활용도는 무한히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