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현지시간) 저녁 영국 런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2012 런던올림픽 폐막식이 ‘영국음악의 향연’이란 주제로 열린 가운데 피날레를 장식할 불꽃쇼가 펼쳐지고 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류형렬 기자(이하 류) :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드러난 스포츠 외교 문제를 먼저 짚어보죠. 펜싱 판정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대한체육회가 보이는 무능력한 모습에 취재진들의 원성이 자자했습니다.
이정호 기자(이하 호) : ‘아는 것도 없고, 하는 것도 없고, 되는 것도 없다’고 해서 3무, 여기에 ‘의욕도 없다’는 것을 붙여 4무 체육회라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습니다.
류 : 베이징 올림픽과 비교하면 어떤가요?
이용균 기자(이하 균): 사실 베이징올림픽 때는 사고가 없어 대한체육회가 능력을 보일 기회조차 없었죠. 이번에는 오심 올림픽이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사건이 잦아지니 역량이 드러난 것 같습니다.
호 : 펜싱의 신아람이 ‘1초 오심’으로 눈물을 흘릴 때도 대한체육회는 비난의 중심이었습니다. 우리 선수가 피해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재빠른 대처보다는 사건을 무마하느라 정신이 없더군요.
황민국 기자(이하 황) : 국제펜싱연맹의 사과를 받아내지 못하고 오히려 ‘특별상’, ‘공동 은메달’ 등 상상조차도 할 수 없었던 미봉책만 쏟아졌죠.
류: 공동 은메달은 누가 생각해도 안 되리라는 것을 알 텐데 추진했던 사고방식이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이틀 전 대한체육회가 주최한 메달리스트의 밤에서는 오심 논란으로 대한펜싱협회와 잘잘못을 따지겠다는 입장을 밝혀 황당함을 자아냈습니다.
황 : 대한체육회에 마지막 명예 회복의 기회는 있습니다. 독도 세리머니로 동메달 박탈 위기에 처한 축구의 박종우 살리기죠. 대한체육회가 부디 능력을 보여줬으면 합니다.
호 : 그러고 보면 런던올림픽은 참 눈물이 많은 대회였습니다.
균 : 선수들이 울면 기자들도 같이 울게 됩니다. 그동안 가까이 지켜봤으니 감정이입이 되지 않을 수 없죠. 수영의 박태환이 울 때는 정말 짠했습니다. 주변의 기자들이 모두 눈물이 핑 돌더군요. 리듬체조 손연재의 눈물도 안쓰러웠죠. 기를 쓰고 훈련해야 탁월한 신체 조건을 가진 선수들을 따라잡을 수 있다니.
호 : 아직도 배구 이숙자의 눈물이 잊히지 않습니다. 마지막 올림픽에서 꼭 메달을 따고 싶었다고 눈물의 인터뷰를 할 때 기자들도 눈물 지었죠.
황 : 기쁨의 눈물도 있었습니다. 축구 한일전에서 2-0으로 승리한 뒤 오재석이 펑펑 울었는데요. 첫 메달의 기적을 자신이 이뤘다는 것을 믿지 못하더군요.
류 : 선수들의 땀과 노력의 결과인 메달이 쏟아진 것은 흐뭇했죠.
균 : 첫 목표였던 ‘10-10’(금메달 10개-종합 10위)은 가볍게 통과했습니다. 내심 베이징올림픽의 금메달 13개를 넘어서는 듯 했지만 아쉽게도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습니다.
호 : 이번 대회에서 빛을 발한 펜싱이 또 다른 금맥이 된다면 불가능은 아닐 겁니다.
렬 : 이번 대회를 취재하면서 영국의 살인적인 물가에도 질렸습니다.
균 : 전 세계 취재진이 모여드는 메인프레스센터(MPC)의 식당은 맛없는 밥으로 한 끼에 2만원씩을 받았죠. 덕분에 올림픽 기간 내내 점심은 햄버거였습니다.
호 : 보안을 이유로 모든 음료수 반입을 금지해 사실상 강매한 콜라도 빼놓을 수 없죠.
류 : 콜라 한 병에 4600원을 달라고 할 때는 한숨이 절로 나오더군요. 이온음료는 5300원을 받으니 왜 영국 관중이 다들 정수기 앞에 길게 줄을 설 수밖에 없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황 : 숙박비도 혀를 내두르는 수준이었습니다. 축구선수단을 따라다니면서 매번 급하게 호텔을 잡으니 하루에 최소 18만원을 지불해야 하더군요. 개최국 영국과 8강전, 일본과 3·4위전은 하루 방값만 아예 45만원을 부르고도 구하지 못해 난리였습니다.
균 : 교민들이 운영하는 민박집을 잡은 것이 다행입니다. 영국에서 아침 식사로 꼬리곰탕, 장어덮밥을 먹을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죠.
황 : 저도 런던에 잠시 올 때면 점심용으로 김밥 도시락을 싸 주시기에 놀랐습니다.
류 : 그 밥의 힘으로 이번 올림픽을 버텼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우리를 살려주신 런던 애플민박 김홍규, 방은성 사장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