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손맛’ 녹여내 낚시의 ‘참맛’ 보여주겠다

입력 : 2012.12.27 17:19 수정 : 2012.12.27 21:52

새만화 ‘손맛’ 조성황 & 문평윤 작가

“500만 낚시 동호인들은 물론 낚시에 문외한인 일반인들에게도 흥미진진한 작품이 될 것이라 자신합니다.”

‘스포츠경향’이 대표적인 레저활동으로 폭넓은 저변을 갖고 있는 낚시를 소재로 한 새만화 ‘손맛’으로 독자들을 찾아간다. 주식투자 노하우를 소개하며 지난 4월부터 연재됐던 ‘헬로! 개미선생’이 오는 29일 막을 내리고, 새해 1일부터 ‘손맛’이 독자들을 짜릿한 손맛의 세계로 안내한다.

‘손맛’은 국내 최초의 본격 낚시만화를 표방한 작품. 그동안 국내에서 낚시를 작품 속 소품으로 사용한 적은 있지만 낚시 자체를 다룬 만화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손맛’을 기획한 조성황 작가(56)는 설명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작가들이 본격 낚시만화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낚시 채비부터 포인트, 기법 등 모든 것을 꼼꼼하게 알아야 하는데 만화 작가 중 전문가라고 할 만한 사람이 없었던 탓이죠. ‘손맛’을 보시면 제 말이 이해가 되실 겁니다.”

5년전 광해군 소재 소설 쓰다가 구상
낚시꾼 문평윤 작가 만나 의기투합
“소장 가치 있는 명품만화 만들겠다”

조 작가가 이렇듯 자신만만해하는 이유는 40년에 이르는 그의 ‘조력’ 때문이다. 낚시 사이트에서 ‘황금바늘’이란 필명으로 활동하기도 한 그는 자칭 ‘민물, 바다, 루어 등 온갖 낚시장르를 섭렵한 재야의 대가’다. “현재 갖고 있는 장비만 팔아도 집 한채 값”이란 한마디로 스스로를 정의한 그는 “집사람의 원성에 못 이겨 2001년 낚시장비를 모두 처분했다가 몇 날 며칠 밤을 후회와 한숨으로 지새운 끝에 모든 장비를 똑같이 새로 샀다”고 거짓말 같은 비화도 공개했다.

스포츠경향 새 만화 ‘손맛’을 연재하는 조성황(왼쪽·스토리) 문평윤(그림) 작가.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스포츠경향 새 만화 ‘손맛’을 연재하는 조성황(왼쪽·스토리) 문평윤(그림) 작가.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그뿐인가요? 부안 위도로 낚시를 갔을 때는 밀물, 썰물에 맞춰 내 몸만 들락날락하며 낚시를 하다, 그만 자동차를 깜빡해 차가 바닷물에 꼴랑 잠긴 적도 있었죠. 하하하~.”

이처럼 낚시에 환장(?)한 그가 낚시만화를 생각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5년 전 광해군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쓰다가 ‘천명극’이란 낚시대에 관한 정보를 알게됐어요. 보는 순간 ‘이거다!’ 싶더라고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스토리를 구상했는데 그림을 그려줄 사람을 못 만났죠. 예를 들어 미끼를 끼울 때 손가락의 움직임이나 모양이 사실적으로 표현돼야 하는데 낚시를 모르는 사람은 아무리 설명해줘도 정확하게 그려내지를 못하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문평윤 작가(44)와의 만남은 ‘손맛’을 위한 운명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조 선생님과 다른 작품을 함께 하다가 우연히 낚시 얘기가 나와서 의기투합했습니다. 저도 10여년 전 낚시에 맛이 들린 이후로 어느덧 폼이 제법 나는 꾼이 됐습니다. 또 ‘손맛’을 계기로 선생님 따라다니면서 열심히 배우고 있죠. 물론 혼나는 게 다반사지만….”

‘손맛’은 ‘천명극’이란 궁극의 낚시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한·일 양국 조사들의 경쟁을 양념삼아 낚시대, 찌, 도구, 미끼, 전국의 낚시포인트 등 낚시인들의 모든 관심사를 다루는 작품이다. 재미뿐 아니라 낚시정보 콘텐츠로 활용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두 사람은 입을 모은다.

“한번 보고 잊혀지는 만화가 아니라 책꽂이에 꽂아두고 필요할 때 꺼내보는 작품을 만들려고 합니다. 또 건전한 레포츠로서 환경보호 문제 등도 다루며 낚시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는 역할도 할 것입니다.”

조성황 작가의 자신만만한 출사표에 문평윤 작가가 한마디 거든다.

“만화를 그만두려던 시기에 운명처럼 만난 작품입니다. 20년 넘게 만화를 그려왔는데 남들이 봤을 때 ‘쓸데 없는 짓 안했구나’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뽑아낼 작정입니다.”

조성황 작가는 그동안 스포츠서울에 연재된 ‘호모사피엔스’ ‘혈맥’, 스포츠경향에 연재된 ‘명품열전’ ‘성형술사’ 등의 스토리를 쓴 전문 스토리 작가. 현재 한국만화스토리작가협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인덕대학교 만화학과 겸임교수로 후학을 길러내고 있다.

문평윤 작가는 무협만화로 일가를 이룬 이재학 프로덕션에서 15년간 활동했으며, 일본 출판사 고단샤의 ‘흑사풍’ ‘용음봉명’ 등의 제작에도 참여했다. 만화전문 사이트 코믹타운에 ‘강호제일검’을 연재했으며 다수의 학습만화도 제작했다.

인터뷰가 끝날 때쯤 조 작가가 대뜸 문 작가의 어깨를 툭하고 치며 한마디 내뱉는다.

“이봐, 내가 오늘 아침에 또 사고를 쳤어. 인터넷을 보다가 얼음낚시 채비를 88만원어치나 질렀지 뭐야! 어쩌겠어? 이왕 저질렀으니 조만간 현장 스케치도 갈 겸해서 가방 한번 꾸리자고….”

전설의 낚시대 ‘천명극’ 둘러싼 강태공 한·일전

■‘손맛’의 줄거리

시골 출신 손우빈은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집 근처 저수지에서 낚시를 하던 도중 엉겹결에 대물 붕어를 낚시대에 건다. 아버지가 황급히 다른 낚시꾼에게 뜰채를 빌리러 간 사이, 대물 붕어가 걸린 낚시대를 쥐고 끙끙 대며 버티던 우빈은 낚시줄이 끊어지는 바람에 붕어를 놓친다.

부랴부랴 뜰채를 빌려온 아버지에게 핀잔을 듣고 잔뜩 약이 오른 우빈은 점심도 먹지 않고 놓친 붕어를 잡겠다며 찌를 노려본다. 이때 다가온 60대 노인 허백수는 쭉 지켜봤는데 집념이 대단하다면서 낚시찌를 하나 선물한다. 그 찌를 이해하게 돼서 자신을 찾아오면 놓친 대물 붕어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겠노라는 말고 함께. 우빈은 낚시가방을 메고 사라지는 허백수를 망연히 바라본다.

17년 후,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던 우빈에게 어느날 아버지가 급작스레 돌아가셨다는 비보가 날아든다. 아버지의 유품 속에서 발견한 낚시가방을 들고 17년 만에 나간 출조에서 우빈은 한국과 일본의 역사를 둘러싼 생각지도 못한 사건에 휘말리는데….

송태열(73세): 허백수의 친구이자 손우빈의 낚시 스승.

송태열(73세): 허백수의 친구이자 손우빈의 낚시 스승.


손우빈(26세): 우연히 만난 허백수에게 낚시찌 한 개를 선물 받은 것이 인연이 되어 오래 전 일본에게 빼앗겼던 전설의 낚시대 천명극을 되찾는 일에 뛰어든다.

손우빈(26세): 우연히 만난 허백수에게 낚시찌 한 개를 선물 받은 것이 인연이 되어 오래 전 일본에게 빼앗겼던 전설의 낚시대 천명극을 되찾는 일에 뛰어든다.


■‘천명극(天鳴極)’은?

16세기 조선 최고의 낚시대 장인 정판수가 만든 꼽기식 낚시대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핵심 매개물이다. 대나무에 1000번 기름칠을 하고 1000번 훈연하여 만든 낚시대로 고기가 걸리면 지극히 아름다운 소리가 들린다. 임진왜란 당시 천명극의 존재를 알게된 도요도미 히데요시는 고니시 유키나가에게 천명극을 가져오도록 명령을 내리고, 고니시는 수소문 끝에 정판수 후손으로부터 천명극을 탈취한다.

이후 300여 년 동안 수많은 조선인들이 천명극을 되찾으려고 노력을 했지만 번번이 실패를 했다. 그러다 허백수가 홀로 일본으로 건너가 천명극 주인과 낚시로 승부를 해서 천명극을 되찾아오지만 이미 초리대(낚시대 끝부분)가 부러진 상태. 허백수는 천명극 초리대와 어울리는 대나무를 찾으려고 이십년 동안 전국을 헤맸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그 와중에 일본 최고 낚시 명인 와타나베 히로세가 허백수에게 도전을 해왔고 승부에서 진 허백수는 천명극을 히로세에게 넘겨주고 만다. 이후 15년 동안 아홉 명의 낚시고수들을 일본으로 보냈지만 번번히 히로세에게 패했고, 허백수는 끝내 한을 품은 채 숨을 거둔다.


박수, 공유 영역

댓글 레이어 열기 버튼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