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방의 선물’ 흥행 콤비 김민기 & 이환경

입력 : 2013.02.24 20:21 수정 : 2013.02.25 00:34
  • 글자크기 설정

“10년 맞잡은 두 손, 1000만 기적 만들었죠”

영화 <7번방의 선물>이 23일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했다. 한국 영화로 8번째다. 순제작비 35억원, 홍보·마케팅비를 합쳐도 총제작비 58억원에 불과한 이 영화는 지금까지 718억원의 극장 매출을 올려 최고 수익률을 낸 1000만 영화가 됐다. 제작사 화인웍스의 김민기 대표(51)와 이환경 감독(43)은 처음부터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었다. 10년째 형·동생으로 부르며 지내고 있는 두 사람은 <챔프>(2011)로 쓰린 실패를 경험했다. <챔프>의 관객이 53만 명에 불과했다. 실패하면 뒤도 안 돌아보고 헤어지는 냉정한 세계에서 두 사람은 다시 뭉쳐 <7번방의 선물>을 만들었다.

23일 한국영화 사상 8번째로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한 의 이환경 감독(오른쪽)과 김민기 대표. 두 사람은 “배우들이 튈려 하지 않고 완벽한 하모니를 이뤄 좋은 결과를 냈다”고 말했다. | 김문석 기자

23일 한국영화 사상 8번째로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한 <7번방의 선물>의 이환경 감독(오른쪽)과 김민기 대표. 두 사람은 “배우들이 튈려 하지 않고 완벽한 하모니를 이뤄 좋은 결과를 냈다”고 말했다. | 김문석 기자

▲ 2년전 ‘챔프’로 쓴맛… 믿음 하나로 다시 뭉쳐
흥행 비결 물어보니…
“웃겼다가, 울렸다가 감독 능력 전부터 알아봐”
“망했어도 최고라 말해준 대표님 덕분이죠”

- 언제 처음 인연을 맺게 됐습니까.

이환경 감독= “2004년에 <각설탕>을 같이 하려고 만났어요. 당시 김민기 대표는 이미 영화계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고, 전 신인 감독이었죠. 처음 만났을 땐 꼬마가 경외심으로 어른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었죠.”

김민기 대표= “이 감독은 참 해맑았어요. 마음이 넉넉하고 후덕해 보여 좋았죠.”

이환경= “저희 만남은 ‘적과의 동침’이었죠. 제가 <그 놈은 멋있었다>(2004)로 데뷔했는데, 김 대표님이 같은 날 개봉한 <늑대의 유혹>에 투자했거든요. 두 작품 다 귀여니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죠. 다행히 모두 흥행했는데 <늑대의 유혹>이 더 잘됐어요.”

김민기 대표는 1994년부터 2000년까지 삼성영상사업단에서 근무하다 2004년 제작사 화인웍스를 창립했다. <스승의 은혜>를 비롯해 가족영화 <마음이>, 코미디영화 <최강 로맨스> 등을 제작했다.

이환경 감독은 영화 <송어> 연출부로 일하다 2001년 결혼을 위해 MBC 영화제작팀 프로듀서로 입사했다. 2년간 600여 편의 영화와 드라마 예고편 만들었다. 데뷔작 <그놈은 멋있었다>로 흥행에 성공했고 이후 <각설탕>도 호평받았다. 두 사람은 <챔프>에서 제작자와 감독으로 만났다. 말을 소재로 한 <각설탕>을 성공시킨 이 감독과 개가 주인공인 <마음이> 시리즈를 제작한 김 대표의 만남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챔프>는 참패했다.

[인터뷰]‘7번방의 선물’ 흥행 콤비 김민기 & 이환경

- <챔프>는 어땠나요.

김민기= “투자자 찾기가 쉽지 않았어요. 이 감독과 같이 중국으로 갔고, 일본 쪽도 알아봤죠. 우여곡절 끝에 제작에 들어갔는데 생각지도 못한 제작비가 더 들어가면서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흥행보다는 꼭 만들어 내야한다는 운명적인 사명감이 있었죠.”

이환경= “정말 힘들었어요. 대표님하고 소주마시면서 울기도 많이 울었죠. 다시는 영화하기 싫다는 생각도 할 정도 였어요.”

김민기= “둘이 소주 마시면서 ‘말 영화 <워 호스>를 만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에게 우리 영화를 보여주고 조언을 들어보면 어떨까’라는 말도 했어요(웃음).”

- <챔프>의 실패로 얻은 교훈을 어떻게 반영했나요.

이환경= “<7번방의 선물>은 오히려 편하게 작업한 면이 있어요. 작품 하나만 놓고, 한정된 제작비라 어떻게 찍을 것인가만 고민하다보니 마음이 가벼워지더라고요. 제일 편하게 찍은 영화가 <7번방의 선물>이에요.”

- <7번방의 선물> 촬영이 어려웠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김민기= “지난해에는 유독 비가 많이 와서 촬영이 지연되고 있는데, 태풍 볼라벤으로 잘 지어놓은 세트가 무너졌어요.”

이환경= “제작비는 오버된 상황인데 세트를 복구해야하니까 당장 촬영할 수 없잖아요. 어쩔 수 없이 열흘 정도 쉬었는데, 제게는 아주 달콤한 재충전의 시간이 됐어요. 경찰청장과 교도소장인 정진영 선배가 만나는 장면이 있어요. 로버트 드니로와 알파치노가 기싸움하는 듯한 느낌의 대사를 쓰고 싶었는데, 쓰지 못하다가 그때 썼죠. 용구와 예승이가 헤어지는 장면도 그때 해결했어요. 작품으로서는 전화위복이 됐죠.”

김민기= “제일 아쉬운 건 애드벌룬 장면이에요. 그 장면이 군중신이어서 조금만 잘못하면 하루가 더 소요되는데 하루에 7000만원이 들거든요. 더 정교하게 찍으려는 계획이었는데 제작비가 달리니까 그 부분을 못했죠.”

[인터뷰]‘7번방의 선물’ 흥행 콤비 김민기 & 이환경

- <7번방의 선물>의 성공은 예상하셨나요.

김민기= “2시간30분짜리 가편집본을 처음 봤는데, 시간이 어떻게 지나는지도 모를 정도로 재밌게 봤어요. 그때 감이 왔죠.”

이환경= “대표님 말대로 <챔프> 때와는 다르게 하려고 했고, 또 달라야 했죠. 계속 하다보면 진화하는 것 같아요.”

- 흥행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김민기= “‘웃프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웃기다와 슬프다가 합쳐진 말인데 감독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이 ‘웃프다’에요. 관객들을 웃겼다가 슬프게도 만드는 리듬을 잘 알죠. 전작에서도 그런 게 보이는데 최고 정점의 발화가 <7번방의 선물>인 것 같아요.”

이환경= “배우들의 하모니는 이루 말할 수가 없이 좋았어요. 서로 먼저 나서서 튈 생각을 안 했어요. 그러니까 개개인이 다 돋보이더라고요. 찍기 전에 대표님과의 관계, 찍으면서 배우들과의 관계, 편집하면서 스태프들과의 호흡, 이런 좋은 기운이 영화를 관통하고 있는 것 같아요. 사람의 힘으로 만들고 그 힘이 전해진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 서로 의견 충돌이 있을 땐 어떻게 하나요.

이환경= “촬영하다보면 돈 더 들여서 좋은 장면 만들고 싶은 생각이 왜 없겠어요. 의견 조율을 하다보면 마찰이 생길 수 있는데 저희 사이에는 믿음이라는 근간이 있어요. 김 대표님은 영화가 망했을 때도 ‘우리 이 감독 최고!’라는 말을 해줬어요. 제가 화인웍스의 어떤 직원보다도 오래 있었더라고요. 화인웍스에 소속된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김민기= “그렇네 정말(웃음)”

- 영화에서 감독과 제작자의 관계란 어떤 것인가요.

이환경= “긴장해야하는 관계죠. 감독은 작품만 보니까 제작자가 전체적인 것을 다 봐주죠. 제작자는 엄마 같은 존재에요. <챔프>가 잘 안된 상황에서 대표님을 믿고 다시 갈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가 그런 믿음이에요.”

김민기= “둘이 단단히 뭉쳐있더라도 작품을 보는 시각은 다를 수 있거든요. 긴장관계 속에서 감독의 장점을 더 많이 나오게 유도하는 것이 제작자의 역할이죠.”

이환경= “실패한 경험이 <7번방의 선물>에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흥행 비결로 꼽히는 갈소원은 오디션 때 연기를 제일 못했어요. 다들 반대했지만, 저는 <각설탕> <챔프>에서 아이들과 많이 해봐서 자신이 있었어요. 어둠이 있어서 빛이 있는 것 같아요. (실패를) 공부한 덕분에 잘 온 거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또 공부만 같이 하고, 대표님이 다른 감독하고 해서 잘되고, 저도 다른 제작사랑 해서 잘되는 건 싫었어요. 날 믿어줬고 그에 조금이라도 보답할 수 있었다는 게 기뻐요. 영화하는 사람들이 이런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보따리 장사처럼 한 편이 잘 안되면 ‘바이바이’하고 한 편이 잘되면 바로 데려가는 거, 그런 거 안 했으면 좋겠어요.”

박수, 공유 영역

댓글 레이어 열기 버튼

기자 정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