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생무승부’를 아십니까? 최철한-안성준 한국프로바둑 60년역사 첫 기록

입력 : 2013.07.01 22:13

한국 프로바둑 60년 역사 최초로 장생(長生) 무승부가 나왔다.

화제의 대국은 29일 열린 ‘2013KB국민은행바둑리그’ 전반기 5라운드 최철한 9단(SK에너지) 대 안성준 4단(정관장) 간의 대국.

공배가 모두 채워져 뒷맛이 몹시 나쁜 좌상귀에서 백(최철한)이 수를 내러 갔다. 오궁도화(눈 모양이 5개이지만 치중당하면 죽는 모양)를 피해야 하는 흑(안성준)이 흑85로 ‘자살테러’를 감행했고, 백이 따내고(86), 흑이 되딴(87) 후 백이 먹여치자(88), 안성준의 두 번째 자살수(89)가 나왔다. 이후 무한 동형반복의 형태를 확인한 강훈 심판은 즉시 무승부를 선언해 89수 만에 장생무승부가 연출됐다.

‘장생무승부’를 아십니까? 최철한-안성준 한국프로바둑 60년역사 첫 기록

지금까지 프로 공식대국에서 장생이 나온 것은 단 2차례뿐이다. 첫 번째는 1993년 9월2일 제49기 본인방전 본선리그 린하이펑 9단 대 고마쓰 8단의 대국이었고, 2009년 9월14일 후지쓰배 예선 왕밍완 9단과 우치다 슈헤이 2단의 대결에서도 나왔다. 기록에 소홀한 중국에서는 아직 장생에 대한 공식 기록이 없어 확인 가능한 기록으로는 이번이 세번째다.

바둑TV로 이 대국을 해설하던 조훈현 9단도 “프로생활 50년 동안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장생은 바둑계에서 길조로 여겨진다. ‘살아 있는 기성’ 우칭위안 9단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장생은 백만판을 둔다고 해도 나타나기 어렵다. 만약 생긴다면 경사스러운 일로 팥밥을 지어 축하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국이 무승부로 처리된 후 조훈현·유창혁 9단 등 바둑리그 해설진과 양 팀 감독, 선수들은 “장생 출현으로 한국바둑이 더욱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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