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박병호 ‘이란성 쌍둥이’ 홈런전쟁

입력 : 2013.08.13 07:00 수정 : 2013.08.1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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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초창기 이만수와 김봉연의 홈런 대결, 2000년대 초반 50홈런 고지를 넘나들며 대포 싸움을 한 이승엽과 심정수의 빅뱅 등 거포들의 힘겨루기는 매번 페넌트레이스 흥행을 이끄는 단골 관심사였다. 2013시즌 홈런 맞수로는 최형우(30·삼성)와 박병호(27·넥센)가 떠올라 있다.

2011년 홈런왕 최형우와 2012년 홈런왕 박병호는 12일 현재 나란히 22개씩 때리고 있다. 3위 최정(SK)에 1개 앞선 홈런 공동 선두다.

이들의 대결 구도가 흥미로운 것은 예전 거포들의 싸움과 달리 둘이 같은 곳에서 홈런 동력을 끌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 모두 힘이 센 ‘장사 스타일’이라는 점이다.

최형우-박병호 ‘이란성 쌍둥이’ 홈런전쟁

LG 서용빈 타격코치는 “힘 쓰는 것을 굳이 설명하자면 최형우는 씨름선수에 가깝고, 박병호는 역도선수에 가깝다”고 비유했다. 얼핏 들으면 둘의 체형과 살집 차이를 묘사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서 코치는 두 종목을 예로 들며 “선척적인 힘은 박병호가 더 강한 것 같고, 후천적으로는 최형우가 효과적인 노력을 해 필요한 파워를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 박흥식 타격코치는 두 선수를 모두 가르쳤다. 2005년 최형우가 삼성에서 방출되기에 앞서 타격코치로 함께 했고, 박병호와는 그가 최고 타자로 거듭난 2011년부터 2년간 그림자처럼 붙어있었다.

박 코치는 두 선수가 모두 초강력 ‘골반 회전’으로 엄청난 힘을 뿜어낸다고 했다. 박 코치는 삼성 이승엽이 홈런포를 양산하던 2000년 전후 타격코치로 함께 했다. “이승엽이 부드러움을 이용해 방망이 원심력으로 멀리 타구를 날려보낸다면 둘은 골반의 힘으로 비거리를 낸다”며 “최형우는 왼쪽 골반회전 속도, 박병호는 오른쪽 골반회전 속도가 무척 빠른다. 그래서 타구 질도 닮았다”고 말했다.

박 코치에 따르면 이승엽은 마치 골프 스윙하듯 부드러운 회전력을 이용한다. 홈런 타구가 곡선을 그리며 날아가면서 비행거리를 내는데 반해 최형우와 박병호의 홈런은 대포알처럼 엄청난 속도로 뻗어나간다는 것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담장을 넘어간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둘의 차이는 좌우타자라는 점뿐이다.

■힘과 기술 ‘닭과 달걀 사이’

최형우는 2002년 포수로 삼성에 입단한 뒤 빛을 보지 못했다. 박 코치는 “당시 포수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타자로는 분명 소질이 있었다. 팀을 떠나게 된 것도 포수 포지션이었기 때문이었는데 타자로서 소질이 아까웠다”고 했다.

최형우는 당시만 해도 중장거리 타자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였지만, 어느새 홈런을 펑펑 터뜨리는 홈런타자로 변신해있다. 최형우가 갖고 있는 탁월한 스윙궤적에 힘이 보태지면서 일어난 변화다. 최형우는 방망이를 쥐고 기다리는 파워포지션에서 테이크백을 한 뒤 임팩트 지점까지 이르는 과정이 아주 짧다. 타격코치들은 이런 움직임에 보통 “방망이가 잘 나온다”고 하는데 박 코치도 같은 표현을 썼다.

서용빈 코치는 최형우를 두고 “스윙에 빈틈이 없다”고 했다. 몸과 팔, 그리고 방망이가 붙어서 나올 때는 붙어서 나오고, 어느 정도 간격이 있어야할 곳은 떨어져서 나오는 이른바 모범스윙이라고 표현했다.

박병호는 타고난 장사다. 그럼에도 스윙궤적에는 허점이 있었다. 박 코치는 “2011년 넥센에서 만났을 때는 몸쪽을 따라가기 어려운 스윙을 했다. 홈런이 나오면 대부분 오른쪽이었다”고 기억했다. 테이크백 동작에서 손이 처지면서 옆구리쪽으로 붙어나오는 게 문제였다.

방망이가 돌아나오면서 몸쪽 공 대처가 어려웠다. 그러나 홈런왕으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새 스윙궤적을 얻었다. 테이크백에서 옆구리가 아닌 가슴쪽으로 초고속으로 나와 벼락같이 공을 때리는 그림이다. 최형우의 스윙궤적과도 꽤 비슷해졌다.

최형우-박병호 ‘이란성 쌍둥이’ 홈런전쟁

■최형우가 밝힌 ‘나와 박병호’

최형우와 박병호 모두 올시즌 홈런왕 커트라인이 30개선에서 결정날 것으로 봤다.

다만 22개까지 때리는 과정이 달랐듯이 30개에 이르는 길도 다를 것으로 보인다. 둘은 서로 닮은 점과 더불어 스타일 차이를 잘 읽고 있다.

최형우는 박병호가 자신보다 나은 점을 꼽아달라고 하자 주저없이 “밀어서 때리는 능력이 정말 탁월하다”고 말했다. 최형우는 “(이)승엽이 형 정도를 빼고는 그렇게 밀고 당기며 고루 넘긴 타자가 없었다. 그런 홈런 타자는 드물다”며 “박병호는 웬만해선 가질 수 없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박병호는 올시즌 홈런 22개 중 절반에 가까운 10방을 우측 또는 우중월로 넘겼다. 중월홈런 3개에 좌월이 5개 또는 좌중월이 4개였다. 그야말로 스프레이 뿌리듯 곳곳으로 홈런을 쏘아올렸다.

박병호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점을 묻자 실투를 잡아내는 능력을 꼽았다. 최형우는 “나 같은 경우는 밀어서는 큰 타구를 잘 못치지만, 실투는 놓치는 않는 편이다. 투수 변화구의 브레이크가 잘 안먹지 않을 때면 내 스타일대로 잡아채서 넘기는데 그런 점에서 조금 나은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왼손타자인 최형우는 올시즌 홈런 22개 중 중월로 날아간 4개를 제외한 18개를 우중월로 넘겼다. 평균 비거리도 120.2m로 117.5m의 박병호를 앞섰다.

■박병호가 밝힌 ‘나와 최형우’

박병호는 최형우의 장점으로 결정력을 꼽았다. “형우 형은 필요할 때 적시에 홈런을 쳐내는 능력이 나보다 뛰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 기술적인 부분을 지적하며 “타격할 때 보면 몸통 회전력이 엄청 빠르다. 그것으로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병호는 최형우보다 상대적으로 강한 점을 묻자 한참을 주저한 끝에 최형우가 지적했던 얘기를 꺼냈다. “아무래도 밀어서 홈런을 치는 능력은 내가 좋은 것 같다. 나와 형우 형의 타격 스타일 차이에서 나오는 것 아닌가 한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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