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 “원팀, 원골로 8강선물 안기겠다”

입력 : 2014.01.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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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로 4번, 코치로 1번. 이젠 감독으로 나선다.

월드컵과 떼어놓을 수 없는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45)은 2014년의 도전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한국 축구팬의 새해 가장 큰 소망은 그가 반드시 이뤄내야할 목표임을 잘 알고 있다. 홍 감독은 6번째이자 감독으로 처음 나서는 브라질 월드컵에서 ‘책임감’을 바탕으로 철저히 준비해 축구팬에게 ‘선물’을 안기겠다고 다짐했다.

홍 감독은 지난달 30일 축구협회에서 진행된 신년맞이 인터뷰에서 “부담과 책임감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남은 6개월 동안 최선을 다해 1차 목표인 예선 통과를 이뤄내겠다”고 출사표를 밝혔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30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인근 카페에서 2014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신년 공동 인터뷰를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30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인근 카페에서 2014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신년 공동 인터뷰를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그의 목소리에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배어있었다. 부임 직후 기성용(선덜랜드)의 SNS 파문으로 시련도 있었고, 초반엔 골이 터지지 않아 득점력 부재에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힘든 시기를 슬기롭게 넘기며 대표팀을 정상궤도로 이끈 그는 어느새 2014년에 대한 기대감으로 채워놓았다. 홍 감독은 “과거 월드컵을 앞둔 이맘때의 대표팀보다 선수들은 어리지만 경험과 능력은 떨어지지 않는다”면서 “오는 6월 국민 여러분에게 좋은 선물을 드리기 위해 남은 기간 철저하게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1차전 올인, 명장 카펠로 감독 의식하지 않는다”

3번의 예선전을 치러야하는 월드컵에서 1차전의 중요성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홍 감독은 “첫 경기가 가장 중요하다. 러시아전이 남은 2경기 가는 길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첫경기부터 좋은 경기, 이기는 경기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 상대가 러시아인 게 오히려 행운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홍 감독은 “지난 11월 러시아와 먼저 맞붙어봤고, 졌던게 더 좋은 것 같다”고 했다. 패했지만 대등한 경기를 펼쳐 해볼만하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선수들도 월드컵에서 설욕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안지에서 유학하며 인연을 맺은 네덜란드 출신의 두 하티니어르 코치가 ‘러시아통’이어서 정보전에서도 유리하다.

홍 감독은 ‘세계적인 명장인 카펠로 러시아 감독과의 지략 대결이 주목된다’는 말에도 여유를 보였다. 그는 “6개월 준비한다고 명장의 지략을 따라갈 수 있겠냐”고 웃으며 “감독의 대결이 승패를 결정짓지 않는다. 경기는 선수가 하는 것이다. 선수가 잘 할 수 있게끔 만들겠다”는 말로 강한 필승 의지를 드러냈다.

■“엔트리 80% 확정, 부족분 채우고 플랜B 마련”

홍 감독은 부임 후 6개월 간 국내파 선수들과 해외파 선수들을 두루 기용하며 옥석을 가려 대표팀의 윤곽을 그렸다. 홍 감독은 “최종 엔트리의 80% 정도는 확정됐다”고 했다. 20%의 남은 자리와 대표팀의 약점을 보완하는 게 향후 6개월의 과제로 주어졌다. 그는 “대표팀에서 ‘경험’이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이를 어떻게 메워나갈지, 양쪽 풀백 김진수(니가타)와 이용(울산)이 어리고 국제 경험이 부족한데 그 포지션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또 원톱 공격수의 새로운 발탁에 대해서는 “좋은 공격수가 새로 나온다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지금 멤버들로 조합을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이달 브라질·미국 전지훈련을 통해 20% 자리를 놓고 다투는 선수들을 고루 테스트하고 ‘경험치’를 높여줄 선수를 찾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홍명보 감독 “원팀, 원골로 8강선물 안기겠다”

홍 감독은 “지금 선수들은 22~25살 정도가 많은데 전체적인 밸런스와 포지션별 조화, 팀 분위기 등을 고려해서 이들보다 조금 더 나이든 선수들도 본선에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갑작스레 부상 선수가 나올 경우를 대비한 플랜B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주영, 올림픽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축구대표팀의 잠재적 공격수 박주영(아스널)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 정리를 했다. 홍 감독은 “지금 이런 상태에서 내년 6월까지 벤치에 앉아있다면 그건 올림픽때 데려갔던 상황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박주영은 런던올림픽 때에도 아스널에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올림픽 팀내에 다른 공격수들도 소속팀에서 벤치 신세를 면치 못하는 반사이익을 받아 중용됐다. 올림픽을 앞두고 홍 감독의 배려로 일본 등지에서 훈련하며 몸상태를 끌어올린 것도 도움이 됐다. 그러나 현재 대표팀에는 김신욱(울산)이라는 확실한 원톱 자원이 있다. 박주영이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현재의 상태가 계속된다면 대표팀에 뽑히지 않을 수 있음을 경고했다. 그러나 “1월에 이적해서 경기에 나간다면 본인도 팀에게도 좋은 일일 것”이라며 이적 후 컨디션을 끌어올린다면 대표팀에 발탁할 뜻을 나타냈다.

■“컨디션 관리와 마지막 소집 훈련이 중요”

홍 감독은 남은 6개월 동안 선수들의 몸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은 기간 동안 가장 걱정되는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홍 감독은 주저하지 않고 부상과 컨디션 관리를 꼽았다. 홍 감독은 “얼마 전 기성용이 골을 넣었지만 그리 반갑지는 않았다”며 웃고는 “부상 여부가 가장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5월 대표팀 최종 소집때는 유럽파들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지친 상황이다. 어떻게 회복시키고 어느 시점에 선수들의 컨디션을 다 똑같이 잘 맞추느냐가 중요하다. 올림픽때 경험도 있고 이케다 세이코 피지컬 코치가 데이터를 갖고 있어 잘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5월 최종 소집 훈련에서 어떻게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리고 밀도있는 훈련을 하느냐가 본선 성적을 좌우할 열쇠라고 꼽았다.

홍명보 감독 “원팀, 원골로 8강선물 안기겠다”

■“원팀의 대표팀 이젠 원골을 향해”

홍 감독은 인터뷰 중간에 대표팀을 처음 맡은 지난 여름의 혼란스러웠던 시기를 떠올렸다. 그는 “해외파와 국내파간의 갈등이 분명히 없지는 않았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자신의 운영철학을 말하고 선수들을 설득하면서 팀은 그가 원하는 ‘원팀’으로 뭉쳐져갔다고 했다. 홍 감독은 “서로 양보하고 희생하고 대화했다. 선수들도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려고 노력했다. 그 전에 주장을 했던 곽태휘는 현재 경기에 많이 못나가지만 베테랑으로 후배들에게 얘기하고 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며 달라진 대표팀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가 그렇게 강조했던 국가대표팀은 ‘원팀’으로 분명 다시 태어나고 있다. 이젠 월드컵 예선 통과라는 ‘원골’을 향해 달려간다. 홍 감독은 “조별 예선을 통과하면 그 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며 8강 이상의 더 큰 꿈도 꾸고 있다.

홍 감독은 “이번 월드컵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다려진다.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결과로 말하는 인생이지만 그 안에서 과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후회없이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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