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주전GK 꿈꾸는 김승규 “호날두 킥도 막아낼 것”

입력 : 2014.01.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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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2013년 첫날,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그저 소속팀 경기만이라도 자주 뛰게 해달라’는 소박한 소원을 빌었다.

하지만 갑오년(甲午年) 청마의 해를 맞은 김승규(24·울산)는 어느새 브라질 월드컵 축구대표팀 주전 골키퍼를 넘보는 자리에 올랐다.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됐다’는 말을 실감한다는 그는 1990년생 말띠. 2014년 월드컵의 해를 반드시 ‘자신의 해’로 만들겠다며 또 한번 축구팬에게 뜨거운 감동을 선사하겠다고 약속했다.

영하 8도의 한파가 닥친 지난달 27일 오후, 김승규를 서울 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SUV 차량을 직접 운전하고 온 김승규는 민주노총이 입주해 있는 경향신문사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가 웃지못할 경험을 했다. 철도파업 영향으로 주차장 입구에서부터 경찰의 검문검색을 받았다. ‘축구대표팀 골키퍼’라고 해도 막무가내로 차량 뒷좌석과 트렁크를 열라고 했다.

김승규

김승규

“살벌한 분위기네요”라는 첫 마디로 인사를 나눈 김승규의 얼굴에 살짝 아쉬움이 비쳤다. “월드컵 이후라면 경찰들이 한눈에 알아봤을텐데 고생했네요”라는 말에 그는 민망한듯 씨익 웃었다.

■“꿈은 아니겠죠”

1년 만에 세상은 변했다. 이젠 팀에서 벤치 신세를 털어내고 어엿한 주전 골키퍼이다. 하지만 김승규는 아직도 얼떨떨하다. “지난해 초만 해도 다른 팀으로 갈까 고민했다. 나이가 들수록 이젠 뛰어야한다는 절박함이 밀려왔다”고 했다. 울산 유스팀 출신인 김승규는 현대고 1학년 때인 2006년, 1군에 합류했다. 데뷔 8년차. 하지만 ‘골키퍼 왕국’ 울산에선 좀처럼 기회를 잡을 수 없었다. 그런 김승규에게 월드컵은 ‘딴 세상 얘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주전 골키퍼 김영광의 부상 공백을 훌륭하게 메워내며 붙박이로 올라섰고,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의 눈에도 들었다.

“지난 6월 이란과의 월드컵 마지막 예선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봤다. 그 때만 해도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의 꿈을 잠시 꾸어봤다. 그런데 브라질이라니….”

김승규는 “이게 꿈은 아니겠죠”라며 연신 미소를 지었다.

■“기회는 꼭 잡겠다”

브라질행이 유력하지만 당장 주전이 될 수 있는건 아니다. 정성룡(29·수원)이 버티는 대표팀에선 여전히 도전자의 위치에 서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축구팬들은 ‘떠오르는 별’ 김승규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프로축구에서 선보인 뛰어난 승부차기 선방과 공중볼 제어능력 때문이다. 더욱이 4년 전 남아공 월드컵에서 정성룡이 이운재를 밀어내고 깜짝 주전으로 올라선 경험도 김승규에겐 힘이 되어준다. 아직은 이런 칭찬이 부끄러운듯 김승규는 “(정)성룡이 형에게 배울 것이 많다”고 했다. 하지만 기회가 온다면 물러서진 않을 생각이다.

“내 장점은 긴장하지 않는 거다. 후회없이 뛰어보겠다. 내친 김에 호날두의 프리킥도 한번 막아보고 싶다. 그러려면 8강 이상은 올라가야겠죠. 하하.”

■2승1패, 16강진출

김승규에게 한국의 예상 성적을 물어봤다. 잠시 뜸을 들인 후 그는 “러시아와 알제리는 이길 것 같다. 벨기에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유가 재미있다. “러시아는 지난번 평가전에서 우리가 선제골을 넣고도 1-2로 역전패했다. 이번엔 꼭 이기고 싶다. (김)신욱이 형이 또 첫 골을 넣었으면 좋겠다. 벨기에는 최근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패했으니 우리에겐 기를 쓰고 이기려고 할 것 같다. 아시아팀에 또 진다면 굴욕이니까….”

김승규는 원래 수비수로 출발했다가 골키퍼로 변신했다. 볼보이가 따로 없던 초등학교 시절 골키퍼는 공도 주으러다녀야 했는데, 아버지는 이를 마음 아파하며 계속 수비수로 남길 원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끝내 골키퍼를 고집했다. “A매치 첫 선발로 나선 페루전에서 아버지가 무척 감격스러워하셨다. 요샌 지인들로부터 ‘한턱 내라’는 말도 자주 들으시는 것 같다”며 웃었다.

김승규는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월드컵에서 또한번 사고를 치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면서 한 마디를 덧붙였다.

“제가 드린 신용카드 쓰시는 건 좋은데 조금만 살살 긁었으면 좋겠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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