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날씨가 따뜻해지면 찬물을 사용하는 일이 많아진다. 집안일을 하는 주부들의 경우 찬물 사용이 늘다 보니, 손저림증이 심해졌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문제는 손이나 손목이 저려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기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손저림 증세가 심해 병원에 오는 환자들의 상당수는 오랜 시간 증상을 참다 병이 상당히 진행된 후 병원을 찾는다.
손저림을 호소하는 환자의 대부분은 여성이다. 장기간 집안일을 많이 한 중년 여성이라면 손목터널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섬유화된 힘줄과 인대가 손으로 가는 신경을 압박, 손이 저리고 마비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반복적인 손목 사용이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히며 오랜 시간 가사일을 한 중년 여성들이 취약하다. 최근에는 컴퓨터와 스마트폰 사용이 늘면서 젊은층으로 환자군이 넓어지고 있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초기에는 일상생활에 크게 부담이 없어 대부분 환자들이 방치한다. 하지만 점점 새끼손가락을 제외한 엄지쪽 손바닥과 손가락 부위에 저리고 타는 듯한 통증과 손저림, 물건을 잡아도 감촉을 못 느끼는 등 이상 감각이 나타난다. 시간이 지날수록 손 기능이 크게 떨어지므로 가급적 빨리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비교적 증세가 가벼운 경우 손목을 무리하게 사용하는 것을 자제하고 약물이나 부목, 주사치료 등 비수술적 치료만으로도 호전된다. 하지만 장기간 방치해 잠에서 깰 정도의 통증이나, 손 근육의 위축 등 신경손상 증상이 나타나면 수근관을 넓혀주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기존의 미세절개수술과 함께 내시경을 이용한 수술 방법을 활용해 수술시간과 회복기간이 대폭 줄었다. 미세절개수술과 내시경적 수술은 15분 정도 내외, 하루 입원으로 수술이 가능하다.
출산한 산모들도 손저림 증상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손목건초염이다. 엄지를 잡아주는 인대와 그 주변 조직에 염증이 생기면서 통증이 나타나는데, 출산한 여성 10명 중 6명이 걸리는 흔한 질환이다. 보통 임신 말기에 체액량이 늘면서 힘줄에 부종이 생기거나 분만 직후 인대와 뼈가 약해져 있는 상태에서 아이를 잘못된 자세로 장시간 안고 있느라 손목 관절에 무리가 생겨 발생한다. 손목건초염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나아지는 경우가 많지만 통증이 심해 생활이 불편하다면 물리치료나 약물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손이 저리는 증상이 나타나면 가급적 손과 손목 사용을 줄이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우선이다. 통증이 있을 때는 보호대를 착용하거나 핫팩으로 손목 부위 근육의 피돌기를 돕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손저림 증상이 지속된다면 원인을 제대로 알고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손목터널증후군이나 손목건초염 외에 류마티스관절염 등 손목질환의 종류가 다양하고, 목디스크로 인한 신경압박, 중풍, 당뇨, 뇌졸중의 초기 증상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초기에 정확한 원인을 파악한 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만성질환으로 이어지지 않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