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호 “간절함 담아 원팀으로 싸우겠다”

입력 : 2014.05.1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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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간절했죠. 그런데 막상 뽑히고 보니….”

이근호(29·상주)는 지난 8일 국군체육부대에서 브라질월드컵 최종엔트리 발표식을 TV로 지켜봤다. 홍명보 감독이 골키퍼, 수비수, 미드필더를 차례로 부르는 동안 가슴은 콩닥콩닥 두근거렸다. 마침내 공격수로 그가 호명됐다. 4년간의 힘겨운 시간을 이겨내고 마침내 월드컵에 나가게 된 기쁨은 두 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이근호는 “처음엔 정말 기뻤는데 곧 들뜬 기분이 사라지고 마음이 차분해졌다”고 했다. 그처럼 아쉽게 엔트리에서 탈락한 동료들이 생각났고, 브라질에서 어떻게 해야할지를 생각하니 책임감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이근호가 지난해 9월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에서 골을 넣은 뒤 볼을 가지고 하프라인으로 달려가고 있다. 전주|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이근호가 지난해 9월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에서 골을 넣은 뒤 볼을 가지고 하프라인으로 달려가고 있다. 전주|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이근호는 11일 스포츠경향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4년 전 실패 때문에 당연히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 가고 싶었고, 간절한 마음이었다”고 밝혔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최종 엔트리 탈락은 그에겐 큰 충격이었다. 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에서 맹활약했지만 정작 본선을 앞두고 슬럼프에 빠지면서 그는 오스트리아 전지훈련 캠프에서 탈락해 중도 귀국하는 비운을 맛봤다.

4년 만에 소원을 이뤄냈지만 그는 자신처럼 월드컵에 나서지 못하게 된 동료들이 걱정이 됐다. 그는 “부상과 여러 이유로 아쉽게 탈락한 선수들을 생각하니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졌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그동안의 간절함을 담아 그들의 몫까지 브라질에서 꼭 풀어내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지난 4년간 이근호는 브라질을 바라보며 누구보다 굵은 땀방울을 쏟아냈다.

이근호는 지난해 상주가 2부리그 챌린지에 있을 때에는 남다른 노력을 많이 했다. 대표팀 이케다 세이고 피지컬 코치에게 특별 프로그램을 받아 팀 훈련 외에도 개인훈련을 충실히 했다. 이근호는 “아무래도 2부리그에 있어 경기 수가 부족해 몸을 좀더 잘 만들 필요가 있었다”면서 “300m 달리기와 웨이트 트레이닝 등 이케다 코치가 마련해준 프로그램을 열심히 했고,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월드컵을 겨냥해 충실히 훈련한 그는 지난 3월 무릎 부상으로 잠깐 고생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완치돼 9일 수원전까지 무난히 소화하고 대표팀에 소집하게 됐다.

간절히 바라던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게 돼 큰 꿈을 그리고 있을 것 같지만 이근호는 예상외로 차분했다. 이청용(볼턴)·구자철(마인츠)·김보경(카디프시티) 등과의 주전 경쟁에 대해 묻자 그는 한걸음 더 나아간 말을 했다. 이근호는 “선의의 경쟁이라고 주위에서 말하는데 나는 경쟁하기 위해 대표팀에 들어가는게 아니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동료들과 얼마나 유기적으로 한팀이 되어 한 마음으로 훈련하느냐가 중요하다. 나에게 주어진 역할은 무엇이 됐든 열심히 할 것이다. 골을 넣는 개인적인 목표를 떠나 내가 속한 대표팀이 정말 성공적으로 대회를 질 마무리했으면 하는 생각 뿐이다”고 했다.

이근호는 홍명보 감독이 강조하는 ‘원팀’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팀과 하나가 되겠다는 마음을 되새기고 있다. 그는 “공격진 동료들과 기회가 났을 때 결정지을 수 있게 훈련과 마음가짐에서 모두 집중할 것이다. 1선부터 강하게 압박하는 수비도 철저히 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이근호는 끝으로 “군팀에 있지만 박항서 감독과 부대에서 많은 도움을 준 것에 정말 감사하다”면서 대한민국 군인을 대표해 브라질에서 후회없는 경기를 하고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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