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30대 환자 K씨가 6개월 넘게 허리통증으로 고생 중이라며 진료실을 찾아왔다. 문제는 몇 군데 병원에서 X레이를 촬영했지만,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는 것. 통증은 있는데 원인을 모르니 치료할 수 없어 답답함을 호소했다.
송준혁(바른세상병원 척추센터 원장 / 신경외과 전문의)
생각보다 K씨처럼 이유를 알 수 없는 허리통증에 시달리는 환자들을 많이 만난다. 이 경우 ‘잠재성 디스크’를 의심해볼 수 있다. 잠재성 디스크는 경미한 허리통증으로 시작돼 초기에는 본인조차 몰라 병을 키우며 방치하기 쉽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척추질환 중 하나다.
다소 생소한 병명인 잠재성 디스크는 척추 뼈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는 디스크가 외부 충격으로 손상돼 면역체계와 신경 등을 자극하면서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증상이 허리디스크와 비슷해 환자 입장에서는 헷갈릴 수 있다. 쉽게 말해 디스크는 추간판이 빠져 나와 주변 조직과 신경을 압박해 통증을 일으키는 것이고, 잠재성 디스크는 디스크 자체에 문제가 나타나 발생한다.
디스크에 문제가 생기는 원인은 다양하다. 교통사고와 같은 급작스러운 외상(外傷), 또는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허리를 자주 삐끗하는 등 일상생활 속 사소한 충격이 축적돼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원인들이 쌓이고 쌓여 생긴 만성통증은 일상생활이나 운동을 하면서 점점 증상이 악화되고, 엉덩이와 목·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허리디스크처럼 앉아 있는 것이 힘들고, 허리를 굽히면 통증이 심해진다. 하지만 허리디스크와 달리 감각마비나 근력약화 등 신경증상이 없고, 누워서 다리를 편 채로 들어올려도 정상 소견을 보이곤 한다.
또한 잠재성 디스크는 다양한 연령대에서 발생해 만성 통증이 나타난다. 하지만 디스크 내부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MRI나 X선 검사로 발견되지 않아 진단과 치료가 까다로운 질환으로 꼽힌다. 따라서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 잠재성 디스크 치료의 포인트다. 잠재성 디스크를 정확히 알아내려면 일상생활을 할 때처럼 허리에 가해지는 무게를 최대한 반영한 환경에서 진단해야 하는데, 최근 국내에 도입된 다이나웰(DynaWell) 진단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누운 자세에서 특수 조끼를 착용하고, 조끼를 압력계에 연결해 몸무게에 맞춰 압력을 조절해 마치 서서 통증을 느낄 때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진단법이다.
잠재성 디스크 치료는 크게 비수술과 수술로 나눌 수 있다. 일단 진통제 등의 약물치료나 운동요법 등 비수술치료로 염증을 없애 통증을 완화시키는 방법을 적용한다. 하지만 이런 비수술치료로 6주 이상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에는 미세현미경수술을 적용한다. 미세현미경수술은 현미경을 통해 육안으로 직접 관찰하며 신경을 누르는 요인을 세밀하게 제거해 보다 정확한 치료가 가능하다. 최소침습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흉터가 적고, 회복도 빠른 장점이 있어 환자들이 선호한다.
끝으로 잠재성 디스크를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 환자들에게 미세한 허리통증이라도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참지 말고 병원을 찾아 정확히 진단받을 것을 권한다. 병을 키워서 가장 손해 보는 것은 결국 환자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