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뜨는 서해포구에 자연산 광어 반기네
‘제철 음식이 보약’이라고 했다. 늦봄과 초여름 사이, 서해의 바다 먹거리는 광어가 꼽힌다. 여기에 도미와 꽃게, 갑오징어가 입맛을 돋워준다. 충남 서천의 마량포구에는 양식보다 싼 자연산 광어가 지천이다. 이즈음 외지인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이유다. 광어는 도시에서도 흔한 생선이지만 양식이 태반이다. 그냥 지나치면 후회할 먹거리가 서울에서 2시간 거리에 수두룩하다.
서천군 서면은 ‘미식의 고장’이다. 사철 바다에서 먹거리가 끊이질 않는다. 뻘(펄)이 좋아 질도 좋고 양도 많다. 봄이면 주꾸미와 도다리, 늦봄엔 광어와 도미, 꽃게와 갑오징어가 상에 오른다. 바람 선선한 가을부터 코끝 알싸한 겨울까지는 전어와 숭어가 미식가들을 유혹한다.
마량포구에서는 해마다 5월이면 ‘광어·도미축제’를 연다. 한데 올해는 세월호 사고 여파로 취소됐다. 마을 주민들은 “축제기간에는 광어가 달릴 정도로 관광객이 많았는데 올해는 10분의 1 수준”이라며 “주말에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하소연이다. 관광객은 줄었지만 바다에서 잡히는 해산물은 예년 그대로다. 사철 별미를 맛보려는 미식가들로 북적대던 포구는 한가롭다. 번잡하지 않고 값도 싸고 서비스도 좋다.
![[트래블&힐링-그곳에 가면…]충남 서천 마량포구](https://images.khan.co.kr/article/2014/06/04/l_2014060502000225300054811.jpg)
광어는 양식이 가능한 어종이다. 언제든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청정해역에서 자라 항생제나 유해물질이 없는 자연산은 이맘때가 아니면 저렴한 값에 맛보기가 쉽지 않다.
광어의 본래 이름은 넙치다. 가자미목 넙치과 생선이다. 가을이면 따뜻한 남쪽으로 이동해 겨울을 난 후 봄에 북쪽 바다로 올라와 산란을 한다. 서천 앞바다에서 자연산 넙치가 가장 많이 잡히는 시기는 5~6월 사이. 서천의 넙치 어획량은 전국의 60%를 차지한다. 이 기간에는 도미와 꽃게, 갑오징어도 그물을 가득 채운다.
넙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즐기는 횟감이다. 잡냄새가 없고 고소하고 감칠맛이 깊다. 이즈음엔 어획량이 많아 양식보다 싸고 육질도 쫄깃하다. 서천 앞바다에서 넙치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잡히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 하지만 수요가 문제였다. 자연산은 양식보다 수족관에서 일찍 죽는다. 그래서 횟집에서는 오히려 양식을 선호한다. 잡은 고기는 현지에서 소비해야 하는 까닭에 ‘광어축제’가 생겼다.
▲‘국민횟감’ 광어 본래 이름은 넙치
제철 5~6월 전국 어획량 60% 이곳서 잡혀
매년 미식가 유혹하던 광어·도미축제
행사 취소된 올해 ‘자연산 싸게 즐길 기회’
서남쪽으로 좀 더 내려오면 장항읍 송림
깨끗한 갯벌서 자란 대합이 특산품
![[트래블&힐링-그곳에 가면…]충남 서천 마량포구](https://images.khan.co.kr/article/2014/06/04/l_2014060502000225300054812.jpg)
밤 1시에 조업을 나간 배가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포구에는 싱싱한 해산물을 맛보려는 이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넙치는 그날의 어획량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요즘 자연산 시세는 ㎏당 1만5000~2만원선. 양식은 ㎏당 2만5000원이다. 자연산과 양식을 구분하는 방법은 배를 보면 안다. 백지처럼 하얀 배는 자연산, 얼룩덜룩 검은 점이 있으면 양식이다. 알배기 산꽃게는 ㎏당 2만5000원선이다.
포구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한 주인장은 “넙치가 가장 많이 잡히는 5~6월에는 자연산을 양식보다 싸게 먹을 수 있어 대목이지만 올해는 사정이 그렇지 못해 아쉽다”며 “여름 지나 가을로 들어서면 그물이 아닌 줄낚시로 잡아 수량이 적은 탓에 가격도 몇 배 오른다”고 말했다.
포구 주변에는 각종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 제법 많다. 노량진수산시장처럼 1층에서 횟감을 구입해 2층 식당에서 상차림 비용을 내고 먹을 수 있는 수산센터도 있다. 상차림 가격은 1인당 7000원. 밑반찬과 매운탕이 기본으로 나온다.
마량포구는 서해에서는 드물게 해가 뜨고 지는 마을이다. 포구가 활처럼 생겨 동지부터 두 달 동안 바다에서 해가 솟는다. 일출 감상 포인트는 포구 방파제, 일몰 포인트는 동백정이다. 화력발전소 뒤편 언덕에 있다. 오력도와 어우러진 낙조는 붉은 동백꽃만큼이나 아름답다. 마량포구가 자리한 서면에는 이름난 명소도 제법 많다. 홍원항을 비롯해 해양자연사박물관, 월하성, 춘장대 등이 자리하고 있다.
좀더 한적한 어촌을 기대한다면 서천군 서남쪽 끄트머리에 둥지를 튼 장항읍 송림이 제격이다. 마량포구에서 장항까지는 해안도로를 따라 서천의 개펄을 줄줄이 끼고 간다.
송림은 바다와 마주한 어촌이다. 전국 생산량의 50%를 차지하는 대합과 고려시대 때부터 전해내려 온 모래찜질이 유명하다. 송림의 대합은 때깔이 다르다. 영양분이 풍부한 개펄의 품에서 자라 밝고 투명하고 예쁘다. 1년 내내 캘 수 있는 대합은 구이에서부터 탕, 전, 죽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입맛을 돋운다. 불리는 이름도 여럿이다. 날로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생합’, 크다고 해서 ‘대합’, 맑고 깨끗하다고 해서 ‘백합’이라 불린다. 다른 조개와 달리 입을 잘 열지 않아 ‘정절’에 비유되고, 껍데기가 꼭 맞물려 ‘부부화합’을 상징한다.
대합과 함께 마을의 ‘명물’은 모래찜질이다. 해마다 음력 4월20일을 ‘모래의 날’로 정해 ‘모래의 날 대합 큰잔치’가 열린다. 모래찜질의 역사는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2품 평장사 두영철이 이곳으로 유배를 왔다가 음력 4월20일 모래찜질을 한 뒤 건강을 되찾은 것이 유래다. ‘여인의 속살’처럼 부드러운 모래사장은 염분과 철분, 우라늄 성분이 많아 원기회복과 신경통, 관절염 등 각종 질병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림은 일몰 풍광도 멋스럽다. 멀리 유부도와 유자도가 붉은 해를 머리에 이고 있는 풍광이 가슴 깊이 파고든다. ‘부자(父子)’에 얽힌 슬픈 전설 때문일까.
■찾아가는 길:서울→서해안고속도로→춘장대IC→서면→마량포구
■주변 볼거리:국립생태원, 신성리 갈대밭, 문헌서원, 조류생태전시관, 비인오층석탑, 한산모시관, 서천 방조제, 마량동백나무숲, 금강하구 철새도래지, 춘장대 해수욕장, 희리산 자연휴양림, 천방산, 월남 이상재 선생 생가, 장항읍 송림 등
■맛집:서산회관(주꾸미볶음, 041-951-7677), 서해안횟집(생선회, 041-952-3177), 장보고식당(생선회, 041-953-6588), 모시원(손두부, 041-951-0021), 할매온정집(아귀탕, 041-956-4860), 흥원항횟집(활어회, 041-952-0488), 토담(한식, 041-951-0106) 등
■숙박:해오름관광농원(041-952-1617), 산에바다에(041-951-0023), 산호텔(041-952-8012), 희리산자연휴양림(041-953-2230) 등
■문의:서천군청 생태관광과 (041)950-4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