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혹은 거짓’ 월드컵 속설을 아시나요?

입력 : 2014.06.05 06:35 수정 : 2014.06.05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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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남아공월드컵 16강전. 잉글랜드는 독일에 1-4로 참패했다. 파비오 카펠로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은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리그 일정 조정이 없다면 잉글랜드의 월드컵 우승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여느 리그와 달리 중간 휴식기를 가지지 않는다. 독일 분데스리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에는 없는 리그컵도 있다. 카펠로의 발언 이후 “잉글랜드는 시즌 일정이 혹독하기 때문에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는 말이 하나의 속설처럼 자리잡았다.

과연 이 말은 사실일까. 영국 BBC스포츠가 최근 ‘잉글랜드의 체력 문제’를 포함해 유명한 월드컵 속설들을 추려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검증에 나섰다.

그래픽|이은진 기자

그래픽|이은진 기자

■남미 축구는 ‘지저분’하다? ×

언제부터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디에구 마라도나(아르헨티나)가 1986년 멕시코월드컵 8강전에서 잉글랜드를 상대로 ‘신의 손’으로 골을 넣은 이후일 수 있다. 혹은 히바우두(브라질)가 2002년 한·일월드컵 터키전에서 얼굴을 감싸쥐며 쓰러지는 ‘명품 연기’를 선보이고 난 다음일수도 있다.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남미 국가들은 화려하지만 ‘지저분한’ 축구를 펼친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반칙 갯수로만 따졌을 때 남미 축구는 유별나게 지저분하지 않다. BBC가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부터 모든 대회를 조사했다. 남미 국가들은 총 215경기에서 3774차례 반칙을 저질렀다. 경기당 평균 17.55개다. 대륙별로 따지면 아프리카(18.32개)·오세아니아(17.94개)·아시아(17.64개)에 이어 4위에 불과하다. 유럽은 총 651경기에서 1만1309회로 경기당 평균 17.37차례 반칙을 저질렀다. 남미보다 적은 숫자지만 그리 큰 차이는 아니다. 남미 축구에 씌워진 오명은 거짓에 가깝다.

다만 퇴장 횟수로만 따지면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 브라질은 월드컵 통산 모두 11차례나 레드 카드를 받았다. 브라질은 우승 횟수 뿐 아니라 퇴장 횟수도 1위를 차지했다. 퇴장 2·3위 국가도 남미에서 나왔다. 아르헨티나가 레드 카드 10장을 받았고 우루과이는 8장을 받았다.

■아프리카는 수비가 약하다? ×

흔히 아프리카 축구는 조직력이 약하다고 생각한다. 조직력이 약하기 때문에 수비도 약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그러나 통계 결과는 생각과 다르다.

아프리카는 월드컵 통산 경기당 1.55골을 내줬다. 남미(1.28골)와 유럽(1.31골)에 이어 3번째로 실점이 적다. 오세아니아 국가들은 평균 1.94골을 허용했고 북중미(2.07골)와 아시아(2.15골)는 경기당 2골 이상을 내줬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한 대회만 살펴봐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남미와 유럽이 나란히 경기당 1실점만 했고 북중미(1.18골), 아프리카(1.2골), 오세아니아(1.33골)가 그 뒤를 이었다. 아시아는 경기당 2골을 허용해 이 대회에서도 최다실점을 했다.

■유럽 국가는 남미에서 약하다? ○

세계 축구계를 주름잡는 유럽 국가들도 안방 대륙을 벗어나면 힘을 못쓴다. 유럽이 타 대륙 개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건 2010년 남아공월드컵 때 스페인이 처음이다. 남미 대회에서 유럽은 더욱 초라해진다. 승리시 승점 3점 기준으로 유럽 국가들은 남미 지역 월드컵에서 총 119경기를 치러 승점 159점을 땄다. 평균 승점 1.34다. 유럽 지역 월드컵에서는 510경기 동안 승점 809점을 획득해 평균 승점 1.59를 기록했다. 비유럽·비남미 대회에서는 270경기에서 승점 396점으로 평균 승점 1.47이다.

세계적인 베팅업체 ‘윌리엄 힐’은 지난 1일 브라질(3/1)·아르헨티나(9/2)·독일(11/2)·스페인(6/1) 순으로 우승 배당률을 발표했다. 배당률이 낮을수록 우승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남미 양강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우승 후보 1·2순위로 꼽혔다. 전력 면에서 밀릴 것 없는 독일과 스페인은 다소 처졌다. 남미 원정의 불리함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껏 남미 지역에서는 총 4차례 월드컵이 열려 모두 남미 국가가 우승을 차지했다. 우루과이가 2번,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각각 1번씩 우승했다.

■잉글랜드는 리그가 힘들어 부진? ×

2010년 남아공월드컵 당시 잉글랜드 대표팀 주전 중앙 수비수 존 테리는 2009~2010시즌 동안 소속 팀에서 52경기에 출장했다. 그중 51경기를 선발로 나서 총 4538분을 뛰었다. 프랭크 램파드는 51경기 출장해 4479분을 뛰었고 스티븐 제라드는 49경기에 나가 4361분을 소화했다. 이외에 웨인 루니가 3622분, 글렌 존슨이 3000분을 뛰었다.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잉글랜드의 베스트 11중 가장 많은 경기시간을 소화한 선수들이다.

숫자만 놓고보면 카펠로가 불평할 이유는 크게 보이지 않는다. 같은 기간 스페인의 사비 에르난데스는 4435분을 뛰었고 푸욜이 4178분, 호안 카프데빌라는 4379분을 뛰었다. 사비 알론소와 다비드 비야도 각각 3605분과 3593분을 뛰었다. 주요 선수들의 출장 시간이 그리 다르지 않지만 스페인은 우승을 차지했고 잉글랜드는 16강 진출에 그쳤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잉글랜드 대표팀을 이끄는 로이 호지슨 감독도 리그 일정을 핑계대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번 월드컵에 나서는 잉글랜드 대표팀의 베스트 11은 2013~2014시즌 동안 모두 합쳐 3만4419분을 뛰었다. 같은 조에 속한 이탈리아는 3만7130분이다. 우승 후보 스페인과 브라질은 각각 3만7388분과 3만656분을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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