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 낚으니, 더위가 낚이네요
강원도 홍천은 드넓다. 서울 면적의 3배쯤 된다. 이 너른 땅의 산과 들은 동서를 가로질러 흐르는 홍천강에 발을 담그고 있다. 그 강줄기를 따라 여름 한철 재미가 줄줄이 이어진다. 품이 넓은 하류는 낚시와 물놀이 세상. 상류에는 천년고찰 수타사가 공작산 품에 고즈넉이 안겨 있다. 절집 인근에는 생태숲과 산소길이 만들어져 강과 숲, 계곡을 아우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홍천강은 서석면 생곡리 미약골이 발원지다. ‘홍천 9경(景)’ 중 3경에 이름을 올린 미약골은 15년 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다. 계곡 샘물은 홍천의 너른 땅을 두루 적시고 청평호로 흘러든다. 143㎞에 이르는 물줄기는 수심이 낮고 수온이 따뜻해 해마다 피서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모래무지, 쏘가리, 누치 등 1급수에만 사는 물고기도 지천이다. 어느 곳이나 낚싯대를 드리워도 손맛이 짭짤하다. 그중에서도 마곡에서 모곡, 개야리, 팔봉산, 화양강 등이 낚시 포인트다.
강줄기와 나란히 달리는 44번 국도나 홍천로를 따라가면 산그림자 짙게 드리워진 강가에서 물고기를 잡는 강태공과 물놀이에 한창인 아이들의 모습이 그림처럼 다가온다. 유원지도 줄줄이 이어진다. 굴지리유원지는 상류에 자리해 한적하고, 팔봉산유원지는 수심이 얕고 팔봉산이 코앞에 있어 산행을 덤으로 즐길 수 있다. 또 밤벌유원지는 1㎞에 걸쳐 자갈과 모래가 깔려 풍광이 아름답고, 청평호로 이어지는 마곡유원지는 수심이 깊어 수상레포츠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청정자연을 벗 삼아 물놀이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홍천강의 백미는 역시 낚시다. 그중에서도 우리네 전통낚시인 견지낚시가 인기다. 물 속에 몸을 담그고, 연줄 풀 듯 낚싯줄을 강물에 드리우면 피서가 따로 없다. 한여름 땡볕에 몸이 뜨거워졌다 싶으면 강바닥에 주저앉는다. 더위는 여울에 쓸려가고, 시원함을 낚는다.
천년고찰 수타사를 코앞에 둔 홍천군 동면 덕치리 단봉교 아래로 향한다. 홍천강 지류, 수타계곡 물줄기다. 하류에 비해 한적하고 물살도 부드럽다. 수심이 얕고 자갈밭이 운동장처럼 넓어 낚시와 물놀이, 휴식을 취하기에 제격이다. 견지낚시는 준비해야 할 것이 많지 않다. 5000원 내외의 견지채와 깻묵을 담는 설망, 이를 물속에 매다는 수장대만 있으면 된다. 미끼는 구더기가 최고다. 생물이 징그럽다면 가짜 미끼를 사용해도 된다.
서너 명의 낚시꾼들이 강물에 몸을 담근 채 견지낚시에 한창이다. 낚싯대를 물 속에 드리운 지 채 10분이 지났을까, 손가락만한 피라미가 낚싯줄에 매달려 파닥거린다. 손끝에 전해져 오는 물살과 물고기의 떨림은 쾌감 그 자체다. 낮에 고기를 낚고, 밤에는 야영장에 둘러앉아 추억을 낚는다.
더위를 잊게 하는 강줄기를 뒤로하고 ‘공작(孔雀)’의 품으로 든다. 공작산(해발 887m)은 공작새가 날개를 활짝 핀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얻은 이름. 남서쪽으로 덕치천을 거느린 산은 공작골에서 용담에 이르는 수타계곡을 끼고 있다.
수타사는 본래 이름이 일월사다. 절터를 옮기면서 수타사로 개명했다. 해마다 승려들이 용담에 빠져 죽자 이름을 ‘목숨 수(壽)’자로 바꿨다는 유래가 전해진다. 한중지맥 정기가 서린 공작산에 터를 잡은 수타사는 신라 성덕왕 7년(708년)에 창건된 천년고찰이다. 당초 인근 우적산 기슭에 일월사로 창건한 후 1569년 지금의 자리로 옮겨왔다.
수타교 건너 봉황문으로 든다. 봉황문 안 사천왕상은 한때 유명세를 탄 수문장이다. 복부에서 세조 때 간행된 <월인석보> 권17과 권18이 발견돼 세인의 이목을 끌었다. 이 책은 보물 745호다. 소박한 절집에는 비로자나불을 모신 대적광전이 단아하게 들어앉았다. 절집 마당 한쪽에 늙은 주목이 당당하다. 500년생 주목은 공작을 닮아 긴 가지를 늘어뜨려 그늘을 내 준다.
청량한 절집 약수로 목을 축이고 연잎 가득한 연못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른다. 녹음 짙은 생태숲은 ‘예쁜 수목원’이다. 드넓은 산림에 역사문화 생태숲, 교육체험 생태숲, 유전자보전의 숲으로 꾸며졌다. 숲체험로를 따라 길게 이어진 수변로에는 출렁다리와 정자가 곳곳에 들어서 운치를 더해준다.
생태숲에서 시작되는 산소길은 총 4개 코스. 강원도 공인 ‘산소길 1호’다. 수타사를 둘러보고 생태숲을 거쳐 산소길에 올라 귕소출렁다리를 찍고 수타계곡으로 내려오는 코스(2㎞, 2코스)가 무난하다. 낙엽 수북한 오솔길은 한낮에도 어둑하다. 가슴 뻥 뚫리는 청량함이 숲길 가득하다.
반환점인 ‘귕소’는 이름이 독특하다. 황해도·강원도 사투리로 통나무를 파서 만든 여물통이 ‘귕’이란다. 깊고 푸른 소(沼)에는 사람이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하는 수중동굴이 있다고 한다. 귕소를 지나 수타계곡으로 내려서면 계류를 가로지르는 나무다리가 나온다. 그 아래에 징검다리도 있다. ‘수타사 0.2㎞, 약수봉 2.1㎞’라고 적힌 이정표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잡으면 ‘교육체험 등산로’다. 늙은 소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운치 있다. 수타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도 일품이다.
수타계곡은 모래와 소(沼)가 줄줄이 이어진 물놀이 명소다. 수타교를 코앞에 둔 용담도 그중 하나다. 너른 반석을 훑고 쏟아지는 야트막한 폭포수 아래 짙푸른 소가 용담이다. 그 옛날 이무기가 용이 돼 승천했던 곳이란다. 이곳에도 명물이 있다. 먹이를 주기 위해 이름을 부르면 쏜살같이 달려오는 다람쥐다. 이름이 ‘다미’다. 용담에 상주하는 수상안전요원이 “다미야, 먹이 먹어라”라고 부르자 다람쥐 한 마리가 조심스럽게 다가온다.
용담 너럭바위에 앉아 발품을 쉰다. 멀리 수타교가 아른거린다. 청아한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에 숨었던 오감이 꿈틀거린다.
소노펠리체, 오션월드 결합 패키지 ‘신나는 여름’
캠핑체험·바비큐·승마 아카데미 프로그램도
■찾아가는 길:서울-춘천고속도로→남춘천IC→조양JCT→중앙고속도로 홍천IC→홍천강 하류
■주변 가볼 곳:팔봉산, 미약골, 가령폭포, 용소·살둔계곡, 삼봉자연휴양림, 아로마허브동산, 공작산자연휴양림, 강재구공원, 희망리 삼층석탑, 괘석리 사사자 삼층석탑, 희망리 당간지주 등
■맛집:수타사 주변에는 산채비빔밥과 민물매운탕, 막국수를 파는 식당이 많다. 화로숯불구이는 양지말화로구이(033-435-1555), 옛날화로구이(033-435-8613) 등이 있고, 매운탕은 강가촌(033-434-9102), 모곡식당(033-434-1219), 팔봉쉼터(033-434-9196) 등이 있다. 막국수는 장원막국수(033-435-5855)가 유명하고 비발디파크 주변에는 속초회냉면, 송곡가든(흙돼지), 황토마을(누룽지백숙), 할리&앤트(무제한 왕돈까스) 등이 있다.
■이색체험:홍천군은 홍천읍 토리숲과 북방면 홍천강 일원에서 ‘홍천강 수상레포츠 아카데미’를 운영한다. 8월31일까지 진행하는 아카데미는 카약체험, 카약교실, 카약투어의 3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홍천레포츠운영단(033-434-3189)이나 인터넷(www.hongcheon-kayak.kr)에서 예약받고 참가비는 무료다.
■숙박:소노펠리체(1588-4888)는 17일까지 워터파크 오션월드 결합 패키지를 판매한다. 소노펠리체 실버·골드 타입 객실과 오션월드 종일권(2장)으로 구성된 패키지를 23만8000원부터 구매할 수 있다. 소정의 추가요금을 지불하면 인원을 추가할 수 있고, 36개월 미만 유아는 오션월드가 무료다. 또 12일과 19일~8월23일까지 캠핑빌리지(예약 필수)를 운영한다. 캠핑체험과 바비큐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캠핑 빌리지는 1명 기준 캠핑A 10만원, 캠핑B 8만원에 이용할 수 있다. 소노펠리체 승마클럽(033-439-8790)을 찾으면 유럽풍의 승마장에서 승마를 체험할 수 있다. 체험상품은 주중 5만5000원, 주말과 공휴일 6만6000원에 15분 이론교육과 20분 기승 프로그램을 체험한다. 이외에 레슨상품과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고, 영어로 진행하는 승마 아카데미를 운영한다. 강변통나무펜션(033-433-5171), 곰(033-435-8588), 마이웨이(033-434-1609), 솔향기(033-434-5646), 아침의 향기(033-434-0307) 등의 관광펜션이 있다.
■문의:홍천군청 관광레저과 (033)430-24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