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숲, 찌든 세파를 씻다

입력 : 2014.07.23 21:32

전라도 장성·장흥·완주 ‘편백숲’으로

숲은 힐링(Healing)의 공간이다. 세속에 찌든 때를 정화시켜주는 자연 청정기다. 일상에 지친 심신을 치유하는 데 숲만한 곳도 없다. 그 숲이 편백숲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몸에 좋은 피톤치드가 소나기처럼 쏟아지기 때문이다. 염천(炎天)에 숲 그늘 더욱 그리운 이즈음, 초록세상에서 참살이를 누려보자.

전남 장성 축령산 편백숲

노령의 지맥에 놓인 축령산(해발 454m)은 장성의 숲 중 으뜸이다. 산세가 곱고 야트막한 이 산에 참빗처럼 가지런한 편백나무와 삼나무, 활엽수가 수해(樹海)를 이뤄 장관이다.

장성 축령산 편백숲

장성 축령산 편백숲

트레킹에 가까운 산행은 북일면 문암리 금곡영화마을을 들머리로 삼아 서삼면 모암마을로 내려선다. 넓고 평평한 임도를 따라 산책하듯 걷는다. 초입 금곡영화마을은 영화 <태백산맥> <내 마음의 풍금>, 드라마 <왕초> 등의 배경이 됐던 산골마을. 1950~60년대 시골 농촌의 전형을 보여주는 마을에는 20여 가구 100여 명이 옹기종기 모여 산다.

축령산 숲은 인공 조림지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헐벗은 산을 지금의 모습으로 만든 사람은 고 임종국 선생. 1956년부터 1976년까지 사재를 털어 700여 ha에 250만 그루의 편백나무와 삼나무를 심고 가꿨다. 산림청은 임 선생을 ‘숲의 명예전당’에 모셨고, 그가 남기고 간 숲에 기념비도 세웠다. 임 선생은 죽어서도 나무 곁을 떠나지 않았다. 축령산 중턱 한 그루 느티나무 아래에 수목장됐다.

숲 트레킹은 넉넉잡아 2시간 걸린다. 코스가 다양하다. 임도를 중심으로 솔내음숲길(2.2㎞), 산소숲길(1.9㎞), 건강숲길(2.9㎞), 하늘숲길(2.7㎞)이 거미줄처럼 엮여 있다. 나무 울창한 숲은 지난 2000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완만한 경사를 오르고 내리는 임도 양쪽에는 수령 20~50년생 편백나무와 삼나무, 측백나무가 빽빽하다. 한결같이 곧고 푸르러 이국적 풍치를 자아낸다.

숲으로 파고들자 상큼한 기운에 이내 정신이 맑아진다. 나무들이 내뿜는 피톤치드(PhytonCide) 때문이다. 피톤치드는 나무들이 해충을 방어하기 위해 공기 중에 발산하는 항생 물질. 사람에게는 항균과 진정,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준다. 모든 나무는 피톤치드를 발산하지만 그 양에는 차이가 있다. 침엽수가 활엽수보다 2배 이상 많고, 침엽수 중에서도 편백나무의 피톤치드가 가장 많다. 전국의 삼림욕장 중 축령산을 첫 번째로 꼽는 것도 이 때문이다.

걷는 길 내내 나무들이 뿜어내는 향내음에 발걸음이 가볍고 머리는 연꽃처럼 맑아진다. 산바람에 팔랑이는 침엽수림의 푸른 손짓도 정겹다. 새소리 청량한 숲길은 그 옛날 과거를 보기 위해 수많은 젊은이들이 거쳐 갔던 길.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휴식공간이 서너 곳 있을 뿐 단조롭고 여유롭다.

전남 장흥 우드랜드

억불산 자락에 조성된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 역시 사람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 독림가였던 손석연 선생이 1959년부터 1964년까지 120㏊에 편백나무와 삼나무 47만 그루를 심어 지금에 이른다. 이후 장흥군에서 33㏊를 사들여 ‘치유의 숲’으로 꾸몄다.

장흥 우드랜드

장흥 우드랜드

우드랜드는 규모는 작지만 구성이 알차다. 통나무주택, 황토주택, 한옥 등의 숙박시설과 생태건축을 체험할 수 있는 목재문화체험관, 목공건축체험장, 편백 톱밥 산책로 등이 아기자기하게 들어섰다. 휴양과 건강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편백소금집(찜질방)도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운영한다. 편백나무 빼곡한 숲은 맑고 상쾌한 기운이 가득하다. 나무 사이를 이리저리 훑고 가는 데크를 따라 걸으면 짙푸른 녹음이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햇살은 몸에 가득 자연의 기운을 불어 넣는다.

산책로 끝에는 이곳의 명물인 ‘비비에코토피아’가 자리하고 있다. 한때 누드삼림욕장으로 소개되면서 화제가 됐던 비비에코토피아는 ‘풍욕(風浴)’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부직포로 만든 옷을 입고 숲의 기운을 몸과 마음으로 한껏 받아들이는 곳이다. 체험객들의 편안한 휴식을 위해 나무의자, 해먹, 토굴, 움막 등이 조성돼 있고 대나무 차폐막이 사방을 둘러싸 아늑하다. 해먹에 누워 잠시 명상에 잠기면 자연의 일부가 된 듯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비비에코토피아에서 억불산 정상까지 3.7㎞에는 나무데크를 따라가는 ‘말레길’이 조성돼 있다. ‘말레’는 대청 또는 마루라는 뜻의 전라도 사투리. 이 길을 걷는 가족이나 연인, 친구들에게 이해와 소통의 장(場)이 되라는 뜻을 담고 있다. 완만한 경사의 말레길에는 계단이 없다. 장애인이나 노약자도 휠체어를 타고 정상까지 등반할 수 있는 점이 매력이다.

우드랜드와 탐진강 수변공원 일원에서는 8월1~7일 ‘2014 정남진 장흥 물축제’가 열려 때를 맞춰 가볼 만하다.

전북 완주 공기마을 편백숲

상관면 죽림리에 자리한 공기마을은 하늘에서 보면 밥공기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조선후기 3대 명필에 꼽혔던 창암 이삼만이 만년을 보냈던 곳이다.

완주 공기마을 편백숲

완주 공기마을 편백숲

10여 가구가 모여 사는 마을 뒤편 야산에 편백숲이 조성돼 있다. 숲은 1976년 조림사업으로 탄생했다. 86만㎡(26만 평)에 40여 년 수령 편백나무 10만 그루가 뿌리박고 산다. 잣나무, 삼나무, 낙엽송, 오동나무도 숲의 구성원이다.

마을 끝 주차장에서 400m 정도 오르면 산허리를 휘감아 도는 숲길이 시작된다. 널찍한 흙길 양쪽으로 편백나무가 빼곡하다. 참빗처럼 가지런한 편백나무는 키가 30~40m에 이른다. 숲길을 따라가다 좌측 산사면으로 든다. 한 줌 바람에 실린 숲향이 싱그럽다. 몸과 마음이 초록으로 물든다. 편백나무 사이로 뚫린 오솔길을 걷는다. 한여름 땡볕조차 파고들기 힘든 숲은 어둑하고 서늘하다. 숲그늘 아래에는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는 가족, 밀어를 속삭이는 연인, 낮잠과 독서를 즐기는 이들의 풍경이 여유롭고 평화롭다.

완주 공기마을 편백숲

완주 공기마을 편백숲

하늘을 향해 일제히 기지개를 켠 나무 사이를 이리저리 헤치고 간다. 원점 회귀하는 2㎞ 거리의 오솔길은 통나무다리를 여럿 거쳐간다. 오르고 내리고, 가파르고 평탄하다. 공기마을 편백숲은 영화 <최종병기 활>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주인공 남이(박해진)가 청나라 명장 쥬신타(류승룡)에게 화살을 날리는 마지막 장면을 이 숲에서 찍었다. 나뭇가지를 얼기설기 엮어 만든 세트장이 숲 한쪽에 남아 있다.

오솔길 끝은 임도와 만난다. 산림욕은 족욕으로 마무리된다. 숲에서 마을로 내려서면 유황족탕이 있다. 달걀 썩는 유황 냄새가 진동하는 편백탕에 발을 담그면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진다.

[귀띔]백양사·홍길동생가·금곡영화촌… 발길 닿는 곳마다 눈요기 가득

■장성

백양사

백양사


-주변 볼거리:백양사, 홍길동생가, 필암서원, 장성호, 금곡영화촌, 입암산성 등

-맛집:백양사지구 식당가(표고버섯&산채백반, 061-392-7427), 산골짜기(꿩샤브샤브, 061-393-0955), 건강식당(보리밥, 061-393-0420), 초야식당(메기찜&탕, 061-393-0734), 백양사 단풍두부(단풍두부, 061-392-1515) 등

-숙박:백양관광호텔(061-392-2114), 모암 통나무집(061-393-4833), 백련동(061-393-7077), 추암골 산장민박(061-393-0960), 하늘아래첫집(011-605-1230) 등

-문의:장성군청 문화관광과 (061)390-7224

■장흥

-주변 볼거리:천관산(천관사), 제암산, 유치·천관산 자연휴양림, 수인산성, 정남진, 정남진 천문과학관, 정남진전망대, 부춘정, 억불산 산림욕장, 소등섬 일출, 토요시장 등

-맛집:만나숯불갈비(061-864-1818), 싱싱회마을(061-863-8555), 탐진강메기탕(061-864-6543), 신녹원관(061-863-6622), 덕인(061-863-0082), 바다하우스(061-862-1021) 등

-숙박:진송관광호텔(061-864-7775), 옥섬 워터파크(061-862-2100), 탐진각(061-863-5566) 등

-문의:장흥군청 문화관광과 (061)860-0224

■완주

-주변 볼거리:화암사, 대둔산, 모악산, 송광사, 초남이성지, 대아호, 대승한지마을 등

-맛집:원조 할머니 국수집(063-261-2312), 현대옥(063-263-0660), 산수장(063-263-5078), 약수가든(063-262-2602), 화산식당(063-263-5109) 등

-숙박:대둔산관광호텔(063-263-1260), 나들목산장(063-261-1260), 낙원산장(263-0625), 대둔산장(262-2294) 등

-문의:완주군청 문화관광과 (063)240-4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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