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주남저수지 & 창녕 우포늪

입력 : 2014.09.10 21:10

비경 품은 ‘신비의 늪’에 넋놓고

속살 감춘 ‘침묵의 늪’에 빠지다

가을, 저수지는 여름철 부산함을 모두 껴안고 침묵으로 고요하다. 유리처럼 빛나는 수면 위로 살포시 피어오르는 물안개는 고상하고 기품 있고 신비롭다. 적막감을 깨는 유일한 생명체는 철새 무리. 관심을 끌어보려는 듯 쉴 새 없는 자맥질이 앙증맞다. 경남 창원 주남저수지와 창녕 우포늪이 그런 저수지다. 이즈음 수위를 낮춰 두 발로 갈 수 있는 탐방로가 제법 많아 속살 들춰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 주남저수지
- 생태탐방로 따라 이어지는 연꽃·코스모스 군락 ‘예술’
- 철새탐조대도 마련…자전거 빌려 타거나 도보로 탐방

[트래블&힐링-그곳에 가면…]창원 주남저수지 & 창녕 우포늪

주남저수지와 우포늪은 낙동강 물줄기를 젖줄로 삼고 있다. 서로 다른 듯 닮은 저수지와 늪은 아침 저녁으로, 사계절 풍광이 변화무쌍한 생태 천국이라는 점에서 아이들의 산교육장이다.

주남저수지는 과거 낙동강의 배후 습지였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용산늪·산남늪·가월늪으로 불렸고, 인근 농경지에 농업 용수를 공급했다. 이후 1980년대 들어 가창오리 수만 마리가 몰려들기 시작해 저수지의 생태적 중요성이 재조명됐다. 주남저수지는 우포늪과 낙동강 하구 철새 도래지의 가교로서도 의미가 크다. 해마다 이맘때면 기러기를 선발대로 삼아 노랑부리저어새, 재두루미, 큰고니 등의 천연기념물과 멸종 위기종은 물론 수만 마리의 철새가 이곳에 날아든다.

주남저수지는 크게 주남·동판·산남저수지로 나뉜다. 저수지 탐방은 람사르문화관부터 생태 탐방로가 잘 닦인 주남저수지를 따라 걷는 것이 일반적이다. 제방 길에는 철새 탐조대가 마련돼 있고, 연꽃 단지가 조성돼 있다. 주남수문을 거쳐 저수지를 끼고 가는 탐방로는 코스모스 군락이 길게 이어져 운치 있다. 주천강 줄기를 따라가다 만나는 주남돌다리는 세월이 깊다. 800년 전 이곳에 돌을 옮겨 다리를 놓았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동판저수지는 은밀하고 고요한 아름다움이 숨어 있다. 주변 시야가 터진 산남·주남저수지가 철새들의 활동 공간이라면 동판저수지는 은신처다. 마름·생이가래 등 수생 식물이 융단처럼 깔려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반면 산남저수지는 유일하게 낚시가 허용돼 강태공들이 즐겨 찾는다.

저수지는 두 발로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둘러보는 게 좋다. 생태학습관에서 신분증을 제시하면 자전거를 무료로 빌려준다. 생태학습관과 나란히 들어선 람사르문화관에서는 국내 생태 습지의 분포 등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만물이 생동하는 이른 아침 저수지를 찾으면 물안개 사이로 날아오르는 철새들의 황홀한 몸짓에 감동받는다.

저수지 탐방 후에는 창동예술촌을 둘러볼 만하다. 옛 마산의 상업·예술 중심지였던 창동을 새롭게 구성한 곳이다. 골목에는 아기자기한 공방과 갤러리, 공연 공간이 들어서 향수를 자아낸다. 창동예술촌 아래 벽화로 치장한 오동동 통술 거리는 ‘술꾼’들의 해방구다.

■ 우포늪
- 1억4천만년 전 생성, 1500여종 생물 사는 생태 보고
- 물안개·물새 나는 새벽·별천지로 변하는 한밤 ‘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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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남저수지에서 자동차로 1시간 남짓 거리의 우포늪은 람사르국제협약에 등록된 보호 습지다. 담수 면적은 2.3㎢. 서울 여의도 면적과 맞먹는 크기다. 이곳에 1500여 종의 동·식물이 서식한다. 1억4000만 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늪은 제방을 경계로 우포, 목포, 사지포, 쪽지벌로 나뉜다. 우포는 ‘소의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 나무가 울창한 목포는 나무벌, 모래가 많았던 사지포는 모래벌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서쪽에 자리한 쪽지벌은 4개의 늪 가운데 규모가 가장 작다.

우포늪은 하루에도 시시각각 다른 풍경으로 다가온다. 늪이 전해주는 감동을 제대로 음미하려면 이른 아침에 찾아야 한다. 물안개 사이로 날아오르는 물새와 장대거룻배가 어우러진 풍광은 한 폭의 수채화다. 늪은 해가 지면 별천지로 변한다. 주변에는 빛이 없어 유난히 별이 빛난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별자리 감상은 ‘우포늪 8경’ 중 하나다.

우포늪은 곳곳에 숨은 비경을 담고 있다. 북쪽 목포의 장재마을은 왕버들 군락으로 원시적인 멋을 선사한다. 우포늪 8경 중 1경에 속하는 왕버들 군락은 속으로 파고들면 자운영 군락이 고요함을 깊게 덧칠한다. 우포 북단 소목마을은 장대거룻배의 풍경이 남아 있다. 장대거룻배는 자연과 사람이 하나되는 연결 고리다. 몇몇 어부들에게만 고기잡이가 허용돼 새벽녘 한가롭게 배가 오가는 풍광이 그림 같다.

우포늪 탐방로는 다양하다. 목포제방, 주매제방을 넘어 목포, 우포, 사지포 일대를 둘러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남쪽 생태전시관을 둘러본 후 자전거를 타고 관찰로를 따라 탐방해도 좋다. 우포늪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환경 단체인 ‘푸른 우포사람들’은 우포늪에 대한 친절한 안내와 함께 우포자연학습원을 운영하고 있다.

창녕에는 번잡한 마음을 차분하게 만드는 명소가 곳곳에 숨어 있다. 통일신라 때 창건된 화왕산 관룡사가 그 첫 번째다. 화왕산을 병풍처럼 두른 늙은 절집은 단아하고 고풍스럽다. 관룡사 뒤쪽 용선대에 오르면 보물 295호인 석조석가여래좌상을 만난다. 깎아지른 절벽에 자리한 석가여래좌상은 화왕산을 한눈에 바라본다. 읍내 만옥정공원에는 신라 진흥왕척경비가 세워져 있고, 창녕객사·퇴천3층석탑 등을 볼 수 있다. 가야시대 고분인 교동고분군과 창녕 석리성씨 고가촌은 시간을 거슬러오르는 역사 탐방지다.

<귀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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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길:서울→중부내륙고속도로 내서 JC→남해고속도로 동창원 IC→창원 방면 14번 국도→가월삼거리→주남저수지/서울→중부내륙고속도로 창녕 IC→합천 방향 우회전→회룡삼거리에서 우회전→우포늪

■주변 볼거리:마금산온천, 창원시립마산박물관, 마산조각공원, 화왕산, 관룡사, 창녕객사, 부곡온천, 교동(사진)·송현동 고분군, 창녕 석빙고 등

■맛집:창원/고향아구찜(055-242-0500), 해안선횟집(055-222-1771). 창녕/왕순한우식육식당(055-532-1711), 양반청국장순두부(055-533-0066)

■숙박:마산m호텔(055-223-0550), 리베라호텔(055-248-5200), 대천장호텔(굿스테이, 055-536-5656~9), 부곡로얄관광호텔(055-536-7300)

■문의:창원시청 문화관광과 (055)225-3694, 창녕군청 생태관광과 (055)530-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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