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모발이식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다. 많은 수술과 상담, 그리고 수술 후 진료를 통해서 탈모 환자의 고통과 탈모를 극복하고 싶어 하는 절실함을 같이하고 있다. 또한 여러 환자들과 만나다 보니 웃지 못할 상황도 많이 보게 된다.
일전에 50대 부부가 상담실에 같이 들어온 적이 있다. 남편 분은 전형적인 남성형탈모증 환자로 총 7단계 중 4단계 이상의 진행된 탈모가 있었다. 부인은 탈모가 없는데 표정은 많이 어두웠다. 처음에는 남편이 수술상담을 받으니 마음이 무거워서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남편 분의 첫마디가 부인의 표정에 대한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이 사람 모발 3000모를 나에게 심어 주시오. 집에서 다 이야기하고 왔으니 두말 말고 그렇게 해주시면 됩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부인이 왜 그렇게 슬퍼 보이는지 알 것 같았다. 부인은 머리가 많으니까 그것을 옮겨 심어 달라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전문가로서 상황을 설명드릴 수밖에 없었다.
“현재 기술로는 다른 사람의 모발이식을 성공한 사례가 없습니다. 일란성 쌍둥이는 저도 한번 성공해 본 경험이 있지만 이란성 쌍둥이부터는 어렵습니다. 거부반이 심합니다. 한 달 안에 심은 모발이 전부 빠져버리지요.”
이 말을 듣고는 갑자기 부인이 벌떡 일어나더니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젊었을 때는 그렇게 고생시키더니 이제는 머리카락까지 가져 가려고 하냐? 의사선생님이 안된다고 하잖아.”
실망한 남편 분과 화가 난 부인을 번갈아 보면서 어떻게 달래 드려야 할지 모르는 참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때는 나도 당황했는지 무슨 말씀을 드릴지 몰라서 힘들어했던 일이 생각난다.
모발이식은 자기 모발이나 체모를 이용해 이루어진다. 다른 사람의 모발은 거부반응 때문에 모발이 생존할 수 없다. 그렇다면 자기 모발이 거의 없는 사람은 모발이식이 불가능하지 않냐고 말하면 거의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은 자기의 체모를 이용한 모발이식이 발달해 수염, 겨드랑이털, 다리털 등의 체모를 비절개방법으로 채취하고 두피에 이식하기도 한다.
만약에 다른 사람의 모발을 이식할 수 있다면 ‘모발 팝니다. 3000모에 얼마 아주 건강한 검은색’ 등의 이상한 광고들이 난무할지도 모른다.
모발이식을 연구하는 의사들은 두 가지의 방법으로 연구한다. 하나는 면역반응을 줄여 다른 사람의 모발이나 다른 물질을 이식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본인의 줄기세포를 이용해 모발을 증식해서 주입하는 방법이다. 현재 신장·심장 등의 장기이식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타인의 모발이식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언뜻 이해가 가지 않겠지만 타인의 모발에 대한 거부반응은 생각보다 강하고 다른 장기 이식을 받은 환자들처럼 지속적인 면역억제제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현재 한계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에서는 자신의 모발을 닮은 이물질로 모발을 만들고 그 위에 환자의 세포층을 형성시킨 후 이식을 통해 거부반응을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 수술이 성공할 경우 정상적인 모발처럼 자라지는 않지만 가발보다는 훨씬 자연스럽게 스타일링을 할 수 있다.
또한 본인의 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구들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가까운 시일 내에 본인의 체세포를 분화시켜 모발모세포로 발전시킨 후 주입하는 시기가 올 것이다. 이렇게 되면 모발이식은 새로운 변화를 맞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