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끼 식사로 충분…전채요리로도 손색 없어
나는 요즘 가끔 구경 삼아 대형 마트를 가곤 한다. 그러면 바삐 식료품이나 물건들을 살 적에는 전혀 보이지 않던 상품들이 더러 눈에 뜨일 때가 있다.
이탈리아의 다양한 파스타들과 각종 소스들, 그리고 다양해진 치즈들도 그중 하나다. 한식 식재료를 볶거나 삶아서 뿌리기만 하면 즉석 음식이 되는 한식 소스 등도 내 눈을 붙든다.
오늘은 데친 큰 새우가 들어간 월남쌈을 만들어 보려 한다. 필요한 식재료는 사각 모양의 라이스 페이퍼, 5㎝ 길이로 얇게 채를 썬 양상추, 양파, 오이, 파프리카, 케이퍼, 호스래디시, 장식용 크레송 허브, 중간 크기 흰다리 새우 한 팩, 피넛 버터, 연겨자, 마요네즈 등이다.
우선 흰다리 새우를 필요한 개수만큼 끓는 물에 데친다. 껍질을 벗긴 새우 머리는 모았다가 나중에 된장찌개를 끓일 때 국물을 내면 맛있다. 데친 새우 몸통의 등에 있는 내장을 이쑤시개로 제거한 뒤 그릇에 담아 둔다. 땅콩 소스는 밥 공기 같은 사기 그릇에 피넛버터 두 큰술, 연겨자 1/3 큰술, 마요네즈 한 큰술을 넣고 잘 섞은 뒤 물을 아주 조금씩 첨가하면서 소스가 너무 뻑뻑하지 않도록 그 농도를 맞춘다.
이제 준비된 식재료를 넣고 말기만 하면 된다. 깨끗한 플라스틱 도마나 큼직한 접시 위에 미지근한 물에 30초쯤 담가 놓은 라이스 페이퍼를 깔고 데친 새우 한 마리를 올리고, 새우 길이를 따라서 다진 케이퍼와 호스래디시를 티스푼으로 조금씩 그 옆에 깐다. 그리고 채를 썰어 놓은 양상추, 양파, 오이, 파프리카를 가지런히 놓고 야무지게 돌돌 말아서 길게 나온 월남쌈을 먹기 좋은 크기로 2~3등분해 접시에 담아 땅콩 소스를 옆에 곁들이고 크레송으로 장식하면 조리가 끝난다.
손이 조금 많이 가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일단 만들어 놓으면 김밥하고는 또 다른 품격 있는 음식으로 보인다. 월남쌈은 식사로도 충분히 훌륭한 음식이지만 손님이 집에 오셨을 때 와인과 함께 내놓을 수 있는 간편한 전채요리로도 손색이 없다. 내용물과 장식은 본인의 취향에 따라서 얼마든지 변형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데친 새우 대신에 선도가 좋은 생연어를 길게 썰어서 넣어도 되고 살짝 데친 얇게 썬 샤브샤브 소고기를 넣을 때에는 케이퍼와 호스래디시 외에 연겨자를 옆에 조금씩 넣어 말아도 맛있다. 거칠게 다진 불고기와 연겨자 밥을 넣고 말면 김밥이 아니라 라이스 페이퍼밥이 되는데, 또 다른 깔끔한 느낌의 한끼 식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