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많으면 일도 쉽다’ 등의 속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손은 노동의 원동력이다. 악수를 할 때나 계약을 체결할 때 먼저 손을 내밀어 감정과 함께 신뢰를 전달하기도 한다.
최인철 바른세상병원원장·정형외과 전문의
하지만 손은 중요도에 비해 홀대받는 신체 부위기도 하다. 손은 손가락, 손바닥, 손목 등 모두 27개의 뼈로 구성돼 있으며, 양손을 합치면 총 54개로 몸 전체 뼈의 4분의 1가량이 집중돼 있다. 이렇듯 하는 일 많은 손을 예쁘고 건강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형외과 의사로서 필자가 꼽은 건강하고 예쁜 손의 기준은 세 가지다. 먼저 손가락을 굽히고 펴는 움직임이나 손목의 회전 운동이 자연스럽고 부드러워야 한다. 손 관절이 뻑뻑하거나 관절이 굳고 통증이 생기면 손 관절 기능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탄이다. 둘째, 손목과 손가락 관절, 피부에 염증이나 부종이 없어야 한다. 염증과 부종은 생체 조직이 손상을 입었을 때 일어나는 증상으로, 손이나 신체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증거다. 셋째, 손가락 길이가 전체적으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이런 조건들을 충족하지 못하고 손가락·손목 등 관절이 굳고 부어 오르거나 변형됐다면 질병의 신호탄이다. 그중 과사용 증후군, 방아쇠 수지, 수근관증후군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은 편이다.
근육이나 인대에 스트레스가 가해져 통증·장애가 나타나는 과사용 증후군은 근육과 인대에 소량의 출혈과 부종이 동반된다. 초기에는 휴식과 적절한 스트레칭만으로 나아질 수 있으나, 인대에 염증이 생기거나 근육이 뭉쳐진 상태가 지속되면 만성 통증으로 발전하거나 근육에 문제가 생겨 치료가 어려워질 수 있다.
방아쇠 수지는 손가락으로 한 가지 동작을 반복했을 때 손가락 힘줄을 싸고 있는 막이 붓거나 결절이 생겨 활차라는 구조물에 힘줄이 걸려 손가락이 잘 펴지지 않는 병이다. 손가락을 구부릴 때 비정상적인 느낌과 함께 ‘딸깍’ 소리가 난다. 역시 초기에는 원인이 되는 손 사용을 줄이고냉찜질, 간단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 진통제로 증상이 완화된다. 증상이 심해져 손가락을 펴기 힘든 상태면 국소 주사를 맞거나 손가락의 힘줄이 걸리는 활차 부분을 절개하는 간단한 수술을 적용한다.
수근관증후군은 손목 앞쪽의 피부 조직 밑에 있는 수근관이라는 통로가 여러 원인으로 좁아지거나 내부 압력이 증가하면서 이 터널 안에서 정중신경이 눌리는 질환이다. ‘손목터널 증후군’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상지(팔)에서 발생하는 가장 흔한 신경 관련 질환이다. 신경이 눌리면 첫째·둘째·셋째, 그리고 넷째 손가락의 반이 저리게 되고 심하면 감각이 떨어지며 손의 힘이 약해지고 움직이기 어려워진다. 증상이 미미할 땐 약물이나 부목, 손목 주사 치료 등의 방법을 사용하지만, 저림증이 심하면 수술적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손목터널 중 인대가 누르고 있는 부위를 작게 절개해서 신경을 압박하는 부분을 절제하고 터널 안의 공간을 넓혀주어 원인을 제거한다.
손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나친 손 사용을 피하고 적절한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좋다. 손가락이나 손이 뻐근할 때는 주먹을 꽉 쥐었다가 5초 동안 서서히 푸는 동작을 반복하는 게 도움이 된다. 반대편 손을 이용해 각 손가락을 5초 정도 지속적으로 스트레칭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통증이 생기거나 질환이 의심된다면 지체하지 말고 정확한 검사와 조기 치료를 받아야 더 큰 질환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