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스포츠의 꽃’이라고 하면 단연 스키와 스노보드다. 하지만 스키장에 가고 싶어도 좀처럼 시간을 내기 힘든 직장인들은 바쁜 시간을 쪼개 주말스키나 야간스키를 즐긴다. 문제는 스키 부상으로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 중 주중에 일하고 지치고 긴장된 몸 상태로 야간스키를 타다 부상을 당해 찾아오는 직장인들이 꽤 있다는 것이다.

강준희 바른세상병원원장·정형외과전문의
흔히 스키장에서의 부상은 스피드를 내다 상대방과 충돌하거나 넘어져 발생한다. 대부분 가벼운 찰과상이나 타박상이지만, 심한 경우 골절과 인대손상, 탈구의 위험성도 높은 편이다. 특히 직장인들이 주말 야간이나 새벽에 스키를 탈 경우 몸의 피로도가 높고 시야 확보가 어려워 부상 위험은 더 높아지기 마련이다.
우선 스키와 스노보드의 부상 부위가 다른 만큼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스키어의 경우 무릎 부상 위험이 높다. 스키와 달리 스노보드는 주로 수직 방향으로 넘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충격이 그대로 엉덩이와 허리에 전해져 엉덩이뼈에 금이 가거나 척추 골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스노보드를 타다 넘어질 때는 서서히 주저앉아야 부상 위험이 낮다. 넘어진 후 다른 스키어와의 충돌로 더 큰 부상을 입을 수 있으므로, 일단 넘어지면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척추골절이 발생하면 누워 있거나 앉아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 통증을 느끼며, 기침이나 재채기할 때 증상이 더 심해진다. 기억해야 할 것은 척추압박골절이 악화되면 등과 허리가 굽는 척추후만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또한 방치할 경우 장기적으로 만성 요통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상을 느끼면 무리하게 움직이지 말고,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증상과 통증이 심하지 않은 경우 안정을 취하며 약물치료와 보조기를 사용해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심한 경우는 ‘내려앉거나 일그러져 좁아진 척추 뼈를 풍성척추성형술로 다시 올려주고 골 시멘트를 주입해 고정하거나, 척추고정술로 척추 안정도를 높여 준다.
예방보다 좋은 치료는 없는 법이다. 얼마 전 국민안전처가 조사한 전국 스키장 사고 분석을 살펴보니 가장 많은 사고 원인이 ‘개인 부주의’였다. 무려 62%다. 한마디로 약간의 주의만 기울이고, 사전에 준비한다면 부상과 사고를 많이 줄일 수 있다.
먼저 스키나 스노보드를 타기 전 15분 정도 충분히 준비운동으로 몸 구석구석의 긴장을 이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직장인들은 평일에 오랜 시간 책상 앞에 앉아 일하기 때문에 몸이 경직돼 있어 근육 힘줄을 천천히 풀어주면서 유연성을 높여주고, 보조 근육을 강화하는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 자신에게 적합한 장비를 선택하고, 보호 장구를 과신하지 않는, 안정된 라이딩이 중요하다. 무리하지 않고 자신의 실력에 맞는 슬로프를 선택해 타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평소 허리나 목 등 척추가 약하고, 경미한 디스크가 있다면 체온 조절에 각별히 신경 써 근육과 인대가 위축되지 않게 해야 한다. 운동 후에는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거나 찜질로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넘어진 부위에 이상이 없고 크게 아프지 않더라도 통증이 1주일 이상 지속되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사와 진단을 받아야 더 큰 질환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