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헤는 밤 맛있는 낮… 강원 화천 조경철 천문대 & 산천어축제

입력 : 2015.01.26 19:32

맑은 날이면 맨눈으로도 은하수 볼 수 있는 하늘 아래 첫 천문대 ‘장관’

낮에는 산천어 얼음낚시… 손맛도 입맛도 쏠쏠

주말 선착순 20명 시티투어…천문대는 매주 월요일 휴관

겨울에는 ‘별 볼 일’이 많다. 밤이 길어 겨울 별자리는 물론 초저녁과 새벽에 가을과 봄 별자리까지 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공기 중 수증기 양이 적어 별자리도 선명하다. 강원 화천군 광덕산 정상에 국내에서 별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천문대가 자리하고 있다. 이른바 ‘하늘 아래 첫 천문대’로 불리는 조경철천문대다. ‘아폴로 박사’라는 별칭을 달고 살았던 고 조경철 박사(1929~2010)가 생전에 이 산에 올라 별을 보던 그 자리다. 화천군에서는 현재 산천어축제가 한창이다. 이래저래 볼거리·먹거리·즐길거리가 많다.

별헤는 밤 맛있는 낮… 강원 화천 조경철 천문대  & 산천어축제

천문대가 자리한 광덕산(해발 1046m)은 태백산맥에서 갈라진 광주산맥에 우뚝 솟은 산이다. 산세가 웅장하고 덕기(德氣)가 있다고 해서 광덕산(廣德山)이란 이름이 붙었다.

강원 화천과 철원, 경기 포천에 몸을 나눈 광덕산은 산꾼이나 단풍객에게 그다지 유명한 산은 아니다. 호젓한 산행을 즐기려는 이들이 가끔씩 찾아 들꽃을 벗 삼아 오르는 산이다. 산행 들머리인 광덕고개가 해발 620m에 자리해 정상까지 가깝고, 오르고내리는 코스도 다양하다. 별자리 여행객은 굳이 산을 타지 않고도 쉬 오를 수 있다. 매끈한 아스팔트도로가 산 정상까지 깔려 있다. 미지의 ‘별 세상’을 찾아 산에 오른다.

광덕산은 천문대가 들어서기 전부터 아마추어 천문가들이 별을 보던 곳이다. 맑은 날이면 맨눈으로 은하수도 볼 수 있다. 조경철천문대는 해발 1010m 높이에 자리하고 있다. 국내 시민천문대 중 가장 높은 고도다. 세상 불빛과 조금이나마 멀리 떨어져 제법 많은 별자리를 볼 수 있다.

정상 가까이에 이르자 둥근 돔을 머리에 얹은 광덕산기상관측소가 고개를 내민다. 천문대는 기상관측소 바로 아래에 있다.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의 건물은 4개의 돔이 겨울 햇살에 반짝인다.

천문대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만나는 것이 조경철기념실. 조경철 박사가 걸어온 삶의 발자취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2010년 작고한 조경철 박사는 평생 과학 대중화에 앞장섰던 인물. 대학 시절부터 과학자의 꿈을 키웠던 그는 한국인 최초로 미항공우주국(NASA) 연구원으로 재직했고, 귀국 후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던 장면을 동시통역해 ‘아폴로 박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천문대가 이 자리에 들어선 것은 조 박사의 고향이 이북인 까닭이다. 광덕산에서 휴전선까지는 직선 거리로 20여㎞. 평안북도 출신의 조 박사는 해방 후 홀로 남한으로 내려왔고, 별자리 관측을 위해 제자들과 함께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다. 그러던 중 별과 북녘땅을 함께 볼 수 있는 광덕산을 마음에 들어 했다. 이 산에 천문대를 세우자고 화천군에 건의한 이도 조 박사다.

천문대 건설을 애정을 갖고 지켜봤던 조 박사는 그러나 완공을 보지 못하고 2010년 세상을 떠났다. 천문대는 지난해 10월 문을 열었다. 화천군은 과학 대중화와 천문학 발전에 평생을 바친 조 박사의 뜻을 기리고자 천문대 이름을 ‘화천조경철천문대’라고 지었다. 건물 입구 현판 글씨는 평안도 출신이자 대학 선배인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가 직접 쓴 것이다. 기념실에는 조 박사의 유언에 따라 기증된 그의 사진과 유품, 유아 작품, 서예 작품, 저서와 논문이 전시돼 있다.

천체 관측은 2층에서부터 시작된다. 직경 12m짜리 돔 스크린과 하이브리드 천체투영시스템을 갖춘 천체투영실, 시청각교육실, 교육전실이 이곳에 있다. 50석 규모의 시청각교육실에서는 의자를 뒤로 젖힌 채 천체 여행을 떠난다. 계절별 관측이 가능한 별자리 설명이 곁들여진다.

3층은 천문대의 백미인 관측실이 자리하고 있다. 직경 8m 돔 안에 구경 1m짜리 주 망원경이 이곳에 있다. 국내에서 연구용을 제외하고 가장 큰 것이다. 구경 0.6m 보조 망원경과 6대의 소형 망원경도 갖췄다.

광덕산 정상에서는 맑은 날이면 망원경 없이도 밤 하늘에 촘촘히 박힌 무수한 별을 두 눈으로 볼 수 있다. 하늘에 박힌 일등급 별은 모두 21개. 이중 겨울에 8개나 볼 수 있다. 오리온 자리의 베텔게우스, 작은 개자리의 프로키온, 큰개자리의 시리우스의 일등급 별들이 대삼각형을 이룬다. 카펠라, 쌍둥이 자리의 폴룩스, 카스토르, 황소자리의 플레아데스와 히아데스 성단도 이즈음 볼 수 있는 별이다. 천체망원경을 통해 달과 토성, 목성을 보는 재미도 그만이다.

천문대를 나와 광덕산 정상에 오른다. 사방으로 조망이 시원하다. 복계산·복주산·회목봉이 광덕산으로 이어지고, 백운산·국망봉·운악산이 남쪽으로 치닫는다. 화악산과 명지산도 산릉이 선명하고, 각흘산·명성산도 눈 안에 든다. ‘별빛을 좇는 동안 말할 수 없는 행복을 느끼곤 했다’는 조 박사의 말을 되새기며 광덕산을 내려선다.

화천은 지금 축제가 한창이다. CNN이 선정한 ‘세계 겨울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얼음나라 화천 산천어축제’다. 이번 주말까지 화천읍 일원에서 열린다고 하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별헤는 밤 맛있는 낮… 강원 화천 조경철 천문대  & 산천어축제

산천어는 ‘계곡의 여왕’이라 불리는 토종 민물 고기다. 축제의 백미는 역시 얼음낚시. 올해 얼음낚시터는 관광객의 성향에 맞춘 ‘맞춤 얼음낚시터’로 운영된다. 사전에 온라인으로 예약해 원하는 시간에 입장할 수 있는 ‘예약 접수 얼음낚시터’, 당일 방문해서 선착순으로 입장하는 ‘현장 접수 얼음낚시터’, 영·유아를 위한 ‘영·유아낚시터’, 외국인을 위한 ‘외국인 전용 낚시터’로 나뉘어 운영한다.

낚시터에 풀어놓는 산천어도 130톤으로, 지난해보다 20톤 늘었다. 시쳇말로 ‘물 반, 고기 반’이다. 산천어 루어 낚시도 올해 처음 운영하고, 제1회 산천어 ‘짱’ 선발대회를 통해 푸짐한 선물도 준다. 얼음낚시보다 특별한 체험을 원한다면 ‘산천어 맨손잡기’가 제격이다. 한겨울 얼음처럼 차가운 물에 뛰어들 수 있는 배짱과 맨손으로 물고기를 움켜쥘 수 있는 실력을 갖춰야 하지만 웬만하면 한두 마리쯤은 잡아 나온다.

축제장을 찾는 이들의 최대 관심거리는 경품 이벤트다. 올해는 ‘산천어축제 빅3 이벤트’를 통해 자동차, 금반지, 선물세트를 경품으로 내걸어 한번쯤 도전해 볼만하다. 얼음썰매, 눈썰매, 얼음축구 등 겨울을 만끽할 수 있는 부대 시설도 다양하고, 중국 하얼빈 빙등제 전문가들이 방한해 만든 ‘실내얼음조각광장’도 볼만하다. 누적 관광객 1000만 명을 돌파한 화천산천어축제는 체험료의 일부를 상품권으로 되돌려 줘 ‘돌려받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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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가볼 곳:세계 평화의 종 공원, 감성테마 문학공원, 화천댐, 파로호, 만산동계곡, 비래바위, 화악산, 용담계곡, 딴산유원지, 비수구미, 화천한옥학교, 산천어밸리, 커피박물관 등
커피박물관

커피박물관


맛집:화천어죽탕(033-442-5544), 콩사랑(033-442-2114), 산채골(쌈밥정식, 033-442-4880), 성원(김치찜, 033-442-8388) 등

산천시티투어:화천군에서는 매주 토·일요일 시티투어를 운영한다. 선착순 20명에 한해 운영되는 시티투어는 화천민속박물관을 출발해 산소길, 붕어섬, 파로호안보전시관, 물빛누리카페리호, 세계 평화의 종 공원, 꺼먹다리, 산천어공방(또는 물레방아공원), 시골장터 등을 둘러본다. 어른 1만5000원, 어린이 1만원. (033)440-2852

천문대 이용:천문대는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운영한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 교육프로그램(천문대연구원 특강, 초중고 단체 프로그램, 천체관측교실)은 예약제로 운영하며 유료다. 또 매년 3~4월 조경철 박사의 뜻을 기리기 위해 천체관측대회를 연다. 홈페이지 참조

숙박:아쿠아틱리조트(033-441-3880), 비수구미 민박(033-442-0145), 파로호펜션(033-441-1488), 산천어민박(033-442-3035), 산꾼의집(033-441-1372) 등

■문의:화천군청 문화관광과 (033)440-2543, 조경철천문대 (033)818-1929, 화천산천어축제 1688-3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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