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데친 유부와 시원한 소면 ‘환상의 궁합’
음식 칼럼을 쓰다 보면 음식에 대한 태도도 변해 간다. 예전에는 그저 맛있게, 보기에도 근사한 요리를 하는 것에 치중했다면 요즘은 식자재에 더 신경을 쓴다.
얼마 전에 본 TV 다큐 프로그램의 내용도 내가 음식 칼럼을 쓰면서 저절로 터득하게 된 음식을 대하는 태도를 그대로 표현해 준 것 같아 반가웠다. 그 다큐 프로그램은 새로운 형태의 다이어트법을 소개하면서 굶어서 살을 빼는 것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의 식자재를 적당량 잘 섭취하는 것이 오히려 요요현상 없이 건강하게 살을 잘 빼는 방법이라는 것을 실제 사례를 통해서 증명했다.
오늘은 꼭 건강식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비교적 건강식이면서도 무엇보다 만들기가 아주 간단한 요리 하나를 소개한다. 얼마 전 소개한 마와 메밀국수에 간장을 갖고 유부 소면을 만들어 보려 한다.
준비할 식자재는 유부 한 봉지, 소면 한 팩, 쪽파, 연겨자, 물, 얼음이다. 먼저 이 음식의 핵심인 국물부터 만들어 본다. 깊이가 조금 있는 큰 사기 그릇에 간장과 물의 비율을 1:5 정도로 희석해 넣은 뒤 연겨자를 취향에 따라 넣어 잘 섞고, 간장과 물로 국물의 농도를 맞춘다. 그 농도의 기준은 약간 짠 듯한 것보다는 싱거운 듯한 것이 좋다.
동네 마트에서 파는 유부는 대부분 유부초밥용 용도로 달큰한 맛이 나도록 조미가 돼 있는데 끓는 물에 넣고 잠깐 끓여 내면 유부를 튀겼을 때의 기름과 조미한 맛이 모두 빠져 나간다. 이 유부를 먹기 좋은 크기로 길쭉길쭉하게 썰어서 한 그릇의 소면 양에 1/4씩을 준비한다. 국수 그릇에 소면을 담고 유부를 듬뿍 올린 뒤 쪽파를 송송 썰어 한쪽에 놓은 뒤 간장을 부으면 조리가 끝난다. 차가운 유부 소면은 물과 희석한 간장 국물에 얼음 몇 알을 넣고 몇 번 저어서 차겁게 한 뒤에 국수에 부으면 된다.
국수 음식은 중국에서 시작해 세계로 퍼져 나갔다고 하지만 유부 소면의 원조 맛은 간장에 가다랭이포를 넣어 맛을 내는 일본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틀은 일본에서 왔어도 간장을 만들 때 청양고추를 넣어서 매운맛을 낸다든지, 유부 대신에 짜지 않게 만든 가지나물을 잔뜩 올려서 소면과 같이 먹을 수도 있다.
이제는 간단한 유부 소면 한 그릇의 식사라도 좀 더 질 좋은 식자재의 소재를 찾아 만들어 먹는 노력이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또 누구나 유부 소면 한 그릇으로도 5월 가족의 달을 더욱 정겹게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