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프랜차이즈시장 긴급진단
국내 프랜차이즈 유통시장에서 가장 치열한 ‘레드오션’ 분야를 뽑는다면 ‘치킨 프랜차이즈’가 단연 1위일 듯싶다. 이는 기업들의 잇단 ‘골목시장’ 진출에 이어 생활형 은퇴 창업 열기가 뒤섞이면서 만들어낸 결과다.
■‘치킨 왕국’ 성장 이유 보니
우리나라의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은 닭고기를 기름에 튀기는 다종의 ‘치킨 메뉴’들에 이어 치킨버거, 치킨샐러드, 닭가슴살, 훈제 치킨 등 그 종류를 모두 나열하기에도 벅찬 신종 요리들이 등장하면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더욱이 ‘앞집·뒷집·옆집’식으로 빼곡하게 들어선 전국의 치킨 전문점(3만6000여 개)들의 밤낮없는 24시간 경쟁과 ‘원플러스원’식 가격 내리기, 그리고 배달 앱 서비스 인기 등으로 전체 시장 외형은 과포화 상태임에도 기형적으로 비대해지고 있다.
실제로 2013년 ‘KB리포트’ 조사 내용을 보면 지난 2002년 이후 치킨 전문점 수는 연평균 9.5%에 다다를 만큼 증가세를 이어왔다. 이 때문에 국내 프랜차이즈 치킨 전문점은 지난 2002년 9000여 개(프랜차이즈 비중 57%)에서 2013년 1월 기준 2만5000여 개(프랜차이즈 비중 71%)로 약 3배나 증가했다. 2002년 이후 매년 6%의 성장세를 웃돈 것이다. 국내 전체 창업시장에서 한식 음식업을 빼고는 ‘치킨 전문점 창업 열기’가 상위권 중에서도 ‘상(上)’이다.
▲2002년 이후 매년 6% 성장세
전국 치킨매장 중 67%가 프랜차이즈
사조그룹·SM엔터 등
신규 진입 노렸다 쓴맛
굽네치킨·BBQ 등 기존업체는 ‘갑질’
한숨짓는 가맹점주 점점 늘어
■‘먹이사슬’ 속 ‘플레이어들’
전국의 ‘치킨 매장’ 중 67%가 프랜차이즈 가맹점이다. 창업 시작이 쉽고 운용 면에서도 본사가 설계해 준 대로만 하면 ‘나름 높은 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는 ‘설계’가 계약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 또한 ‘프랜차이즈 비즈니스’라는 점에 점포 인지도 강화를 위한 마케팅과 판촉을 본사가 지원해 줄 것이라는 믿음도 창업 열기를 이끄는 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시장을 분석해 보면 사정은 여의치 않다.
국내 프랜차이즈와 일반 치킨점에서 소화되는 닭고기는 연간 약 1억9000만 마리로, 그중 프랜차이즈 업체는 대부분 계열화 업체와의 연간 계약을 통해 닭고기를 공급받는다. 그중 동종 프랜차이즈 업계 시장 점유율 1위인 제너시스BBQ 그룹은 하루 닭고기 소비량이 전국에서 신선육과 부분육을 포함 약 10만 마리다.
국내 닭고기 유통은 하림계열과 이지바이오계열(마니커), 동우, 체리부로 등 4대 기업이 높은 점유율을 지니고 있다. 이에 사조그룹은 닭고기 유통업체인 ‘화인코리아’를 인수하고 아예 닭고기 자체 유통업에 뛰어들었지만 대량의 고기를 소화해낼 판매처를 찾지 못해 지난해 참바른이 운영하는 ‘굿앤닭’과 제휴를 맺고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에 뛰어들었다. 대형 유통망을 연계하지 못해 스스로 수요층을 발굴하는 브랜드를 더한 경우다. 하지만 굿앤닭 매장 수는 현재 전국에서 20곳도 채 안 된다.
이 밖에 프랜차이즈 사업에 들어가 쓴맛을 본 기업들도 여럿이다. 지난 2011년 김가네에서 ‘루시’라는 브랜드로 치킨카페 문을 열었지만 사업을 접었고, 한류를 엿본 SM엔터테인먼트마저 크라제와 합작해 ‘치맥한잔’이라는 브랜드를 내보였지만 8개월 만에 철수했다.
■치열한 경쟁에 프랜차이즈 업체 ‘갑질’까지
문제는 시장이 이만큼 성장했지만 올바른 질적 성장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끊이지 않는 갑질 논란이다.
지난 4일 공정위는 굽네치킨이 가맹점주를 대상으로 재계약 과정에서 종전 영업 지역을 강제 축소시켰다며 해당 행위에 대해 과징금 2억17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굽네치킨은 2008년 12월부터 2010년 8월까지 계약을 연장한 서울 목동점 등 130개 가맹점주에게 재계약 조건으로 영업 지역을 축소할 것을 강요해 왔다. 이후 굽네치킨은 별도의 통지가 없으면 계약 갱신을 포기하는 것으로 간주한다는 재계약 안내 공문을 또다시 보내 가맹주들을 압박했고, 결국 점주들은 본사 방침에 따라 연장 계약을 했다. 결과는 영업 지역 축소로 인해 해당 구역 내 절반이 넘는 가맹점들의 매출액이 최대 35% 이상 빠져 나갔고, 그중 10개 매장은 끝내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아야 했다.
이를 두고 굽네치킨은 “인구가 늘거나 영업 지역이 넓어 고객 불만이 발생한 곳 등을 위주로 영업 지역을 축소했다”고 설명했지만 그런 가맹점은 40여 곳에 불과했다.
제너시스 BBQ도 지난해부터 줄곧 갑질 논란에 휩싸여 있다. 가맹점주들에게 마케팅 판촉 대금을 떠안기는가 하면 비슷한 상표를 썼다는 이유만으로 생활형 치킨집을 상대로 소송을 걸기까지 해 누리꾼들로부터 갑질 질타를 받았다.
경기 고양시에서 소규모 프랜차이즈 치킨 매장을 운영 중인 ㄱ씨(55)는 “닭 한마리를 팔아 받는 금액이 9900원”이라며 “여기서 매장 운영비에 닭값·기름값·배달비 등을 빼고 나면 남는 게 없는데, 다음 달부터는 ‘원플러스원’ 판매를 하는 게 본사 방침으로 내려왔다. 돈벌이가 될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손재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