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데렐라 이정협…지성 형 산책 세리머니 나도 꼭 해보고 싶어요

입력 : 2015.07.15 10:44

내달 1일 동아시안컵, 중국으로 한·일전 ‘파병’…휴가 반납한 채 몸만들기 전념

“한·일전에서 (박)지성 형처럼 산책 세리머니를 했으면….”

국군체육부대 골잡이 이정협(24·상주)의 마음은 이미 ‘파병’ 예정지인 중국으로 떠나 있는 듯했다. 텔레비전으로만 지켜봤던 한·일전에서 자신도 주인공으로 우뚝 설 기회를 잡았다는 생각에서다. 8월 1일부터 중국 우한에서 열릴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축구선수권대회(동아시안컵)가 바로 그 무대다. 지난 12일 상주에서 만난 그의 눈빛은 거센 비바람에도 밝게 빛났다.

“골잡이라면 한·일전에서 터져야죠. 옛 선배들도 죄다 일본을 제물로 우뚝 섰잖아요. 이번엔 제 차례인 거죠. 울리 슈틸리케 감독님의 부름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터뷰&]군데렐라 이정협…지성 형 산책 세리머니 나도 꼭 해보고 싶어요

이정협은 지난 1월 호주 아시안컵에서 국가대표로 데뷔해 어느덧 A매치 11경기(4골)를 뛴 골잡이다. 어린 시절 두 차례 상비군에 뽑힌 것 외엔 국가대표 경력이 전무했던 그는 국군체육부대에 입대한 뒤 화려하게 등장해 ‘군데렐라(군인+신데렐라)’라는 별명을 얻었다. 올해 상주 상무가 2부리그로 강등됐지만 14경기에서 7골·6도움을 기록하는 활약상으로 여전히 슈틸리케 감독의 신뢰를 받고 있다. 1부리그에서 부활의 날갯짓을 펴고 있는 장신 골잡이 김신욱(27·울산) 등 막강한 경쟁자가 새롭게 등장했지만 그의 입지는 단단하다. 이정협은 “믿어주시는 만큼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아시안컵에선 무작정 열심히 뛰기만 했는데, 이번 대회에선 더욱 발전한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협은 8월 5일 한·일전이 자신의 발전상을 입증할 기회라고 여기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을 따졌을 때, 일본(50위)이 지금껏 그가 상대한 팀들 중에서 최강의 상대인 까닭이다. 이정협은 “일본이 화려한 기술을 자랑한다면, 난 군인의 투지로 누를 것”이라며 “전방에서 끊임없이 괴롭히다가 골까지 터뜨리면 완벽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정협에게는 확고한 ‘롤 모델’도 있다. 남아공월드컵 직전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린 한·일전에서 화끈한 득점포를 터뜨린 뒤 일본 관중이 보란듯이 산책 세리머니를 펼쳤던 박지성(34)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비록 포지션은 골잡이와 미드필더로 서로 다르지만, 당시 박지성이 보여줬던 결과물을 그대로 재연하고 싶다고 했다. ‘월드컵 키드’인 이정협이 갖고 있는 일종의 팬심(心)이다.

이정협은 “지성 형이 골을 넣었던 그 경기는 아직도 떠올리기만 해도 닭살이 돋는다”며 “이번 경기는 중국에서 열리지만, 똑같은 세리머니를 펼칠 수 있다면 호주에서 사진을 같이 찍어주신 선배에 대한 보답으로는 최고일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한·일전 승리는 현역 군인으로선 의무에 가깝다. 어렵사리 파병 허가를 받았는데, 지고 돌아간다면 면목이 없다. 이정협은 “단순히 한·일전을 떠나 모든 군인의 대표로 나간 경기에서 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꼭 한·일전을 승리해 ‘특박’까지 받겠다”고 껄껄 웃었다.

이정협은 이를 위해 휴가도 반납한 채 몸 만들기에 들어갈 계획이다. 13일부터 4박5일의 휴가를 받았지만 발목 부상을 말끔히 씻어내는 데 투자할 계획이다. 그래야 17일 올스타전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눈도장을 받아 20일 동아시안컵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이정협은 “아직 난 국가대표 골잡이라고 확신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치열한 생존 경쟁을 이겨내야 꿈에 그리던 한·일전 출전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수, 공유 영역

댓글 레이어 열기 버튼

기자 정보

오늘의 인기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