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도시’ 마추픽추서 ‘박물관 도시’ 리마를 지나 쿠스코로 ‘유토피아’ 장정
‘꽃할배’ 핑계를 대지 않아도, 여행자의 버킷리스트에 빠질 수 없는 곳이 페루다. 만만치 않은 비행 시간에서 오는 진입 장벽이, 그곳을 쉽게 닿지 못하게 하는 유토피아로 만들었다. 9월까지 건기이니 지금 페루는 올 여행의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다. 지구라는 아파트의 펜트하우스 느낌이 흐르는 마추픽추는 물론 쿠스코·나스카 등 이름만 들어도 맘이 설렌다. 역사와 문화가 녹아든 오지가 주는 여행의 깊이는, 여객의 감동까지 심연으로 빠뜨리기에 충분하다.
■역사의 부름 앞에서… ‘리마’
페루의 수도 리마는 스페인 식민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었으며, 약 300년에 걸친 식민 통치 시기 동안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였다. 식민 지배 시기의 리마는 왕을 위한 궁전을 세우는 것보다는 귀족들의 소장품을 보호하기 위한 대형 교회 등을 세우는 데에 치중했다. 1991년에 유네스코가 센트로 데 리마(Centro de Lima)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면서 역사적 중심지가 됐지만, 리마는 ‘세계유산’이라는 타이틀마저 초라하게 만들 만큼 다양한 것을 보유하고 있다.
리마는 스페인 정복 이전 시대의 고고학 유적지에서 발견된 보물들을 전시하고 있는 환상적인 ‘박물관의 도시’이기도 하다. 또 아방가르드풍의 콘도미니엄과 눈부신 쇼핑몰들을 볼 수 있다.
리마에는 중심지뿐 아니라 외곽에도 많은 관광지가 있다. 칼라오(Callao)에서 보트를 타고 들어가는 팔로미노섬(Palomino Islands)에는 바다사자의 서식지와 해양 조류들을 만날 수 있다. 팔로미노섬에서 조금 떨어진 대륙붕 지역을 지나고부터는 파도를 가르며 헤엄치는 고래를 직접 볼 수도 있다. 리마 남쪽에는 고대 페루의 가장 중요한 성지 순례 장소이자, 스페인 정복 시대 이전의 복합 도시인 파차카막(Pachacamac)이라는 곳이 있다. 리마에서 약간 북쪽으로 떨어진 곳에서는 5000년 전에 건축된,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인 카랄(Caral)의 유적을 볼 수도 있다.
■지구의 배꼽 ‘쿠스코’
역사 속의 신비로운 분위기와 인간적인 건축 양식이 어우러져 매력을 더하는 도시가 쿠스코(Cusco)다. 도시 경계를 벗어나면 사크사우아만(Sacsayhuaman)에서 잉카 테마 파크처럼 보이는 최대 6m가 넘고 350톤이 나가는 멘히르(menhirs)가 서 있는 것을 직접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켄코(Qenko)와 같은 신성한 유적지나 매우 유명한 바뇨스 델 잉카(Banos del Inca, 잉카인들의 샘터), 또는 물을 숭배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환상적인 장소인 탐보마차이(Tambomachay)가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쿠스코에는 자연으로 가득한 잉카의 신성 계곡(Sacred Valley)뿐 아니라 눈을 즐겁게 하는 계단식 논이 마치 거대한 계단처럼 산 아래로 펼쳐져 있기도 하다. 진흙으로 만든 수제 오븐에서 갓 나온 따끈따끈한 빵의 고소한 냄새가 공기 중에 가득하며, 끊임 없이 이어진 옥수수밭은 바람에 춤을 춘다. 강렬하고 눈부신 파란 하늘 아래에는 피삭(Pisac), 유카이(Yucay) 그리고 오얀타이탐보(Ollantaytambo) 등 그림 같은 마을들이 있고, 외곽 지역에는 으리으리한 잉카제국의 대저택들이 있다.
■불가사의한 공중 도시 ‘마추픽추’
마추픽추(Machu Picchu)는 잉카 유적의 최고봉이다. 최근 개방된 초퀘키라오(Choquequirao)는 숨을 멎게 할 정도로 아름답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자 세계 신7대불가사의 중 하나다. 쿠스코시의 북서쪽 우루밤바 계곡, 해수면으로부터 2430m에 위치한 마추픽추는 열대우림이며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하는 잉카제국의 창조물이다.
마추픽추는 1911년 미국 고고학자이자 예일대학교 교수였던 히람 빙엄에 의해 발견됐다. 잉카 원주민어로 ‘나이든 봉우리’란 뜻의 마추픽추는 총 면적이 5㎢에 달하며, 유적 주위의 높이는 5m, 너비 1.8m의 견고한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마추픽추의 특징 중 하나는 모든 건물이 단층으로 지어져 있다는 것인데, 중심부에 위치한 왕녀의 궁전만이 복층 건물이다. 또한 잘 알려져 있다시피 잉카 문명권에는 문자와 철, 화약, 바퀴가 없는데도 이 엄청난 양의 돌, 그것도 20톤이 넘는 돌들을 수십 킬로미터 밖에서 옮겨와 도시를 건설했다는 점이 놀랍다. 그뿐만 아니라 이 돌들로 만들어진 모든 건물이 종이 한 장 들어가지 않을 만큼 정교하게 축조됐는데, 신전은 물론 궁궐·거주지가 모두 그러하다.
페루여행 Tip 3
문화가 만난 리마엔 ‘로모살타도’ 등심, 전통이 있는 쿠스코엔 ‘라와’ 수프 일품
■Tip 1-마추픽추 가는 법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쿠스코에서 기차를 타고 인근의 아구아 칼리엔테까지 간 다음, 버스를 타고 산을 올라 매표소가 있는 정문으로 들어가는 방법이다. 하루 혹은 넉넉히 이틀이 소요되는 일정이다. 또 다른 방법은 잉카 트레일을 통해 가는 방법이다. 안데스의 자연과 잉카인의 신비로운 문명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잉카트레일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한다.
일반적으로 3박4일 43㎞ 코스의 ‘클래식 잉카 트레일’이 가장 유명하며, 2일 일정의 트래킹 코스도 가능하다. 매년 전 세계 2만5000명의 여행자가 잉카 트레일을 하러 방문하며, 잉카인이 건설한 돌길을 따라 쿠스코의 구름 속 깊은 산중의 난공불락 유적지 마추픽추에 도달하게 된다.
■Tip 2-숙박
리마에는 우아함, 비즈니스, 즐거움을 겸비한 3~5성급 호텔들이 많다. 리마의 인기 있는 관광지에서는 여행 가이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가이드가 함께하는 리마의 고고학 유적지 관광뿐만 아니라, 자동차 렌트와 택시를 이용한 관광도 가능하다.
쿠스코는 고급 레스토랑을 갖춘 화려한 5성급 호텔에서부터 부티크호텔과 민박에 이르는 다양한 유형의 숙박 시설을 갖추고 있다.
■Tip 3- 음식
아메리카 대륙의 미식가 도시라고 불리는 리마는 일본 음식과 페루 음식을 결합한 ‘니케이’ 같은 인터내셔널 퓨전 음식을 자랑한다.
로모살타도(중국과 페루 요리법이 결합된 볶음 등심 요리)와 같은 상징적인 요리는 다양한 국가 요리법의 결합을 잘 보여준다. 생선과 해산물들을 이용한 요리도 많다. 해산물을 곁들인 쌀 요리 ‘아로스 콘 마리스코스’, 양파와 매운 고추가 덮인 홍합 요리 ‘콘치타스 아라 찰라카’ 등이 유명하다. 또 닭과 우유로 만든 스튜 ‘아지 데 갈리나’, 칠레 고추 소스로 양념된 바비큐 소고기 심장 요리 ‘안티쿠초’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밖에 리마에서는 북쪽과 남쪽에 이르는 정글과 산에서 나는 식재료의 모든 풍미를 맛볼 수 있다.
쿠스코도 음식은 다양하다. 캡치(감자와 치즈샐러드), 라와(야채 소고기 수프)와 같은 전통 안데스 남부 지방 요리뿐만 아니라 알파카 고기(부드럽고 콜레스테롤이 낮은 것으로 유명함)로 만든 요리를 제공하는 레스토랑, 그리고 현대적 요리법인 신 안데스 스타일의 특별요리, 퀴노아와 아구아이만토(베리 종류의 안데스 농산물)를 사용한 요리를 제공하는 레스토랑도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