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경기장에서 박사님들 때문에 관중들의 웃음보가 터졌다?
지난 18일 오후 7시30분 서울 송파구 SK핸드볼경기장은 한산했다. 2015 빅터코리아오픈 배드민턴 슈퍼시리즈 8강 여자단식 성지현과 타이 추 잉(대만)의 시합만 남은 상황. 관중석에 있던 풍채 좋은 남성이 “지금이다! 아이!”를 외치자 일제히 시선이 쏠렸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남자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아르(R) 쓰리(3), 아르 쓰리”, “액션!” 이 남성은 마치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암호(?)를 계속 외쳤고, 그때마다 관중들은 소리가 나오는 쪽을 가리키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이 같은 신호를 보낸 이들은 모두 스포츠 심리학 박사다. 이 박사들은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 소속 심리지원팀. 총 4명의 스포츠 심리학 박사들이 2012년부터 시작해 주요 대회에서 대표팀 선수들의 심리 안정을 돕고 있다.
한국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선 심리지원팀 7명이 더 합류했다. 대표팀 심리지원팀의 박정호 멘털코치는 “구호는 선수와 약속을 정해서 한다. 구체적으론 말씀드릴 순 없지만, 상대 선수의 심리 상태도 체크해서 알려주고 구호를 통해 한국 선수들의 안정도 돕는다”고 말했다.
심리지원팀의 핵심 업무는 선수들이 ‘평정심’을 되찾도록 돕는 것이다. 박정호 멘털코치는 “대부분 선수들은 경기가 안 풀리면 내 잘못, 내 실수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평정심을 잃는다”며 “배드민턴에선 지고 있는 상황에서 쫓아 올라가는 게 심리적으로 더 유리한 측면이 있다. 그래서 지고 있는 선수들에겐 ‘지금이 기회야’라는 신호를 준다”고 말했다.
배드민턴 대표팀 남자단식의 손완호는 “경기장 내에서 들리는 구호가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교수님들하고 상담하면서 답답할 때 안정도 찾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