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 편집자의 걸작 합작품 ‘진중권의 생각의 지도’

입력 : 2015.10.0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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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미·김성신의 북톡카톡] 작가와 편집자의 걸작 합작품 ‘진중권의 생각의 지도’

MBC <개그야>의 ‘명품남녀’에서 웃음 제조기로 인기를 모은 남정미. 하지만 요즘 그녀는 개그우먼보다 ‘책방 옆집 여자’로 더 유명하다. 개그 못지않은 서평가로서의 매력을 폴폴 풍기는 덕이다. 그녀 옆에는 ‘책방 옆집 여자의 남자’이기를 소원하는 출판평론가 김성신이 함께한다. 자칭 ‘책방 죽순이·죽돌이’인 두 사람의 유쾌상쾌통쾌한 북톡카톡 마흔한 번째 이야기는 <진중권의 생각의 지도 : 아트북+철학 에세이>(진중권 지음 / 천년의상상)이다.

[남정미·김성신의 북톡카톡] 작가와 편집자의 걸작 합작품 ‘진중권의 생각의 지도’

성신 : 정미씨! 며칠 전에 안동 과수원 아가씨로 선발되어 맹활약했다고? ^^

정미 : 외삼촌네 사과밭이 산꼭대기에 있어요. 일조량을 많이 받고 자란 사과라 품종이 매우 좋지요. 그런데 과수원이 워낙 높이 있어 바쁜 수확 철에는 사람을 써야 하는데, 일하시는 분들이 같은 돈 받고 거기까지 올라오려고 하질 않는대요.

성신 : 안동 과수원 아가씨가 고생 좀 했겠군요.

정미 : 가서 열심히 도와드렸어요. 덕분에 맛있는 사과는 잔뜩 먹을 수 있었지만, 그런데 지금 풀독이 올라서 병원 가서 주사 맞고 약 먹는 신세가 돼 버렸네요.

성신 : ㅋㅋㅋ 삼강오륜도 속에 한 컷 들어갈 만한 효녀네! 그래도 사과 많이 먹었으니까 풀독 가라앉고 나면 무지 예뻐질 거예요.

정미 : 이미 무지 예쁜 처자에게 별 말씀을요~

성신 : 잘 익은 사과만큼 아름다운 것이 세상에 또 있을까?

정미 : 잘 익은 사과만큼 아름다운 것이라….

성신 : 정미씨가 그렇게 고생고생 따서 보내 준 사과를 먹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정미 : 어떤 생각?

성신 : 우리는 왜 아름다움에 매료되고 끌리는가? 아름다움이란 대체 무엇일까? 뭐 이런 생각요.

정미 : 아름다움이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욕망 중 하나라는 것은 아는데, 그러고 보니 아름다움 그 자체가 무엇인지는 별로 생각을 안 해 봤네요. 그러고 보니 ‘아름다운’은 참 어려운 주제네요. 아름다움을 연구하는 학문을 ‘미학’이라고 하나요?

성신 : 가치로서의 미, 현상으로서의 미, 미의 체험 등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지요. 철학 같기도 하고, 미술 같기도 하고, 진짜 특이하고도 흥미로운 학문!

정미 : 미학이라는 학문은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요.

성신 : 워낙 신랄한 목소리를 가진 논객이라. 가끔은 뭐하시는 분인가 헷갈리기도 하지만 진중권 교수 같은 이가 바로 미학자지요.

정미 : 아! 진중권. TV예능 프로에서 그 박학다식함에 혀를 내두르게 만드시던 분. 그 분이 미학자였구나!

성신 : 노엄 촘스키와 비슷한 행보지요. 촘스키는 학계에서는 불세출의 언어학자지만, 대중에겐 사회비평가로 더 유명하지요. 진 교수도 비슷하죠. 방송으론 논객, 책으로는 미학자!

정미 : 성실한 학자답게 책도 엄청나게 많이 냈지요?

성신 : 그렇지요. 대표작 중 하나인 <미학 오디세이>가 1994년에 출간되었으니 벌써 20년이 넘었군요. 단독 저서 외에 공저까지 합하면 무려 90권에 가까운 책을 낸 것이니 정말 대단하지요. 최근에도 <생각의 지도>를 펴냈지요.

[남정미·김성신의 북톡카톡] 작가와 편집자의 걸작 합작품 ‘진중권의 생각의 지도’

정미 : <생각의 지도>는 지난 2012년에 펴낸 책 아닌가요?

성신 : 맞아요. 같은 책이에요. 그런데 출판권설정계약이 끝나지도 않은 3년 만에 전면 개정판으로 책이 다시 나왔더군요. 책의 디자인이 완전 바뀌었어요.

정미 : 희한한 일이네요. 이게 출판동네에서 종종 있는 일이 아니죠?

성신 : 극히 드문 일이지요. 함량이 있는 원고의 초판본이 출판기획의 오판으로 인해 완전히 흥행참패를 했을 경우, 출판사가 제목을 바꾸고 표지 다자인을 다시해서 살려내는 경우는 간혹 있지만, <생각의 지도>는 그런 경우도 전혀 아니거든요. 초판본도 이미 수 만권이 팔렸고, 이후에도 꾸준히 독자 반응이 있던 책이니까… 그래서 더욱 희한했던 거죠.

정미 : 오호! 점점 그 배경이 궁금해지는걸요.^^

성신 : 책을 보니 책의 전반적인 디자인이 굉장히 화려해진 거예요.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 화려한 디자인이 단순한 것이 아니었어요. 아주 기발했지요.

정미 : 어떤 것들이 기발했어요?

성신 : 한 가지 재미있었던 것은, 저자도 자신의 책을 출판사가 이렇게 디자인해 놓은 것을 보고는 좀 놀란 듯해요. 개정판에 부쳐 이렇게 따로 적어 놓고 있더라고요. “이미지와 텍스트의 만남은 한 편의 거대한 파노라마를 이루며 마치 고대의 연환화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으나 이미 텍스트에 내포돼 있었던 서사를 비로소 우리 눈앞에서 풀어내는 듯한 느낌을 준다.” ㅋㅋㅋ 자기가 자기 책에 반했어!

정미 : 책의 첫 장부터 끝까지 그림이 하나로 이어지는 일러스트 사이사이에 재치와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더라고요.

성신 : 이 배경에 나름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더라고요.

정미 : 요론 거 완전 좋아해요, 뒷담화! 비하인드 스토리! 빨리 말씀해 주세요.^^

성신 : 이 책을 펴낸 ‘천년의상상’ 출판사의 대표가 출판계에선 유명한 편집자 중 한사람인데요, 선완규라고….

[남정미·김성신의 북톡카톡] 작가와 편집자의 걸작 합작품 ‘진중권의 생각의 지도’

정미 : 네 그런데요?

성신 : 이 분이 지난 1994년도에 진 교수의 대표작이기도 한 <미학 오디세이>의 책임편집을 맡았던 편집자거든요.

정미 : 와~ 저자와 편집자의 인연이 20년도 넘은 거네요.

성신 : 그렇죠. 그리고 그 긴 세월 동안 진 교수의 책만 15권을 편집했고요.

정미 : 그 정도면 두 분의 친밀도 레벨이 가히 ‘마누라급’이겠군요. 말 안 해도 생각이 통하는…! 나도 그런 마누라가 있었으면 좋겠다. 매우매우 부럽부럽~

성신 : 편집자로서 선완규 대표는 어느 날 갑자기 저자에게 기발한 제안을 해요. “당신의 생각의 지도를 본 후, 자기만의 방식으로 ‘생각의 그림’을 그려낸 사람이 있다. 그의 그림을 책 한 페이지 페이지마다 분절해 싣되, 다 잇고 나면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는 책을 만들고 싶다. 독자들에게 책으로 즐길 수 있는 다른 ‘놀이’를 제시하고 싶다.”

정미 : 오호!

성신 : 20년 넘게 손발을 맞추었던 편집자의 구상에 저자는 흔쾌히 자신의 책을 쓰라고 허락했고, 출판사는 곧바로 개정판 작업에 들어간 거죠. 그렇게 해서 이 개정판은 저자와 편집자와 북 디자이너, 그리고 일러스트레이터가 혼연일체가 돼 하나의 공동미술작품처럼 만들어진 거랍니다.

정미 : 책의 첫 장부터 끝 장까지 하나로 이어지는 그림 작품이 아주 인상 깊었는데, 역시 이게 단순한 삽화 작업과는 아예 차원이 다른 편집 기획 프로젝트의 결과물이었던 거네요.

성신 : 맞아요. 책의 그림은 사자 한 마리가 8쪽 왼쪽 상단에 앉아 있는 모습으로 시작해 마지막 328쪽 판권면으로 어슬렁거리며 걸어 나가는 장면으로 끝나죠. 그 사이에 점과 선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며 펼쳐진 그림들은 나름대로 독자적인 서사를 구현해 가는 거예요.

정미 : 설명을 들으니 정말 독특하고도 멋진 편집구상이었다는 것이 실감나네요.

[남정미·김성신의 북톡카톡] 작가와 편집자의 걸작 합작품 ‘진중권의 생각의 지도’

성신 : 구체적으로 이런 것이죠. 어느 신이 하늘에 물을 주면, 그 물줄기는 책장마다 잇따라 하나의 커다란 나무를 만들어내고, 그 나무 곁을 스치는 바람은 구름이 되었다가 경비행기가 되었다가 강을 이룹니다. 그러다 다시 그 강은 나뭇잎이 되었다가 오리가 되었다가 수평선 너머 세워진 낙원이 되었다가… 그렇게 계속 존재가 변형되면서 책의 끝을 향해 흘러가는 겁니다.

정미 : 이렇게 글 이외의 감각적 요소로도 별도의 말을 건네고 있는 이 책이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보내려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내 책 엄청 기발하지?’ 뭐 이런 건 아닐 테고.ㅋ

성신 : 저자는, 철학이 배운 사람들끼리의 고매한 언어놀이가 아니라,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인식하고, 나와 내 주변의 삶을 가꾸고 바꾸어 나가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어요. 그래서 제목처럼 각자의 ‘생각의 지도’를 직접 그려보라는 것입니다.

정미 : 진 교수가 학자로서, 그리고 실천하는 지식인으로서, 얼마나 부단한 노력을 하는지도 알 수 있네요.

성신 : 맞아요. 그리고 또한, 그런 학자를 20년이 넘도록 줄기차게 뒤에서 떠받치고 있는 한 편집자의 의지와 마음도 고스란히 전해져 개인적으로 어떤 감동 비슷한 것까지 느낄 수 있었던 책이랍니다.

정미 : <생각의 지도>를 읽고 감동받아, 나도 나만의 지도를 만들어 내 갈길 떠나야겠소!

성신 : 술 퍼마시고 이불에 지도나 그리지 마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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