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딸이 쓴 음식 인문학서 ‘마크 쿨란스키의 더 레시피’

입력 : 2015.10.18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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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미·김성신의 북톡카톡]아빠와 딸이 쓴 음식 인문학서 ‘마크 쿨란스키의 더 레시피’

MBC <개그야>의 ‘명품남녀’에서 웃음 제조기로 인기를 모은 남정미. 하지만 요즘 그녀는 개그우먼보다 ‘책방 옆집 여자’로 더 유명하다. 개그 못지않은 서평가로서의 매력을 폴폴 풍기는 덕이다. 그녀 옆에는 ‘책방 옆집 여자의 남자’이기를 소원하는 출판평론가 김성신이 함께한다. 자칭 ‘책방 죽순이·죽돌이’인 두 사람의 유쾌상쾌통쾌한 북톡카톡 마흔두 번째 이야기는 <마크 쿨란스키의 더 레시피>(마크 쿨란스키, 탈리아 쿨란스키 지음 / 한채원 옮김 /라의눈)이다.

[남정미·김성신의 북톡카톡]아빠와 딸이 쓴 음식 인문학서 ‘마크 쿨란스키의 더 레시피’

성신:정미씨는 세월 지나서 나이 먹으면 또 무슨 일을 하고 싶어요?

정미:나이 먹으면? 글쎄…, 무엇을 하고 싶어질까요?

성신:나는 정미씨가 음식 먹을 때 보면 참 복스러워서… ‘음식으로 세상과 인생을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되면 어떨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정미:푸하하하하~ 저 그런 얘기 진짜 많이 들어요.

성신:정미씨가 뭘 먹을 때 보면, 생동감이랄까? 건강한 생명력이랄까? 뭐 그런 것이 느껴져요. 나뿐만 아니라 많은 남자들이, 음식 잘 먹는 여성을 좋아해요.

정미:그래요? 의외인데요? 남자들은 보편적으로 날씬한 여자를 좋아하지 않나요?

성신:여성들에겐 의외로 느껴질 수 있겠네요. 하지만 날씬한 여자를 관능적 차원에서 선호하는 것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예요. 어쩌면 남성이 배우자를 찾을 때는 관능미보다는 건강한 생명력에 더 반응하도록 진화적 차원에서 프로그래밍돼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정미:아휴~ 별 칭찬을 다 듣네! 저는 그저… 그곳에 음식이 있어서 먹었을 뿐입니다.^^

성신:먹방이다 쿡방이다, 요즘 대중들은 확실히 먹는 것에 열광하고 있잖아요? 그 이유가 뭘까요?

정미:음… 제 생각에는, 외로운 사람들이 많아져서 그렇다고 생각해요

성신:응~ 나도 비슷하게 생각해요. 현대인들이 정신적인 허기를 육체적인 배부름으로 대신 채우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정미:정말 그러네요. 먹고사는 환경이 이전보다 훨씬 좋아진 지금에 와서 더욱 열광하는 것을 보면 말이죠. 단순히 굶주림만 해결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죠.

성신:이유야 뭐든 간에, 본능적인 반응이니까 옳고 그름으로 나눌 문제는 아니지만…, 그래도 TV에서 그저 남이 먹는 거나 쳐다보는 것에서 우리가 조금만 더 나가보면 좋겠는데 말이에요.

정미:조금 더 나가본다?

성신:가령 음식에 관련된 책도 정말 다양하거든요. 단순히 음식 만드는 법을 적어 놓은 책 말고도 말이에요.

정미:맞아! 너무 단순하기만한 것은 사실이죠. 인간이 살아온 모든 이야기가 인문학적 주제라고 보면, 의식주 중에 ‘식’은 수천 만 년 동안 인간의 삶이 고스란히 새겨진 일종의 인문학적 주제이기도 하잖아요. 먹는 것에서 더 나아가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죠.

성신: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줄기차게 좋아하던 저명한 음식관련 저널리스트가 있어요. 마크 쿨란스키라고. 그가 바로 정미씨가 찾는 그런 부류의 저술가지요.

정미:마크 쿨란스키! 이름에서부터 쿨한 냄새가 진동하는데요? ㅋㅋ

성신:맞아요. 마크 쿨란스키가 미국에서 1997년 발표한 <대구(Cod)>는 당시 전 세계 독자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뉴욕시립도서관이 선정하는 ‘Best Book’에도 올랐고, 음식 관련 명저에 주어지는 ‘제임스 비어드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어요.

정미:검색해 보니 <소금>이라는 책도 있네요. ‘소금무역과 산업 소금을 둘러싼 전쟁과 혁명 생존에 관한 이야기’라는 설명이 눈길을 끄네요. 무지 재미있겠어요.

성신:아주 흥미로운 저술가지요!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에서 마크 쿨란스키의 책이 또 새로 나와서 진짜 반가웠어요. <마크 쿨란스키의 더 레시피>라는 제목으로!

정미:‘더 레시피!’ 아~ 이 양반 제목 하나 기가 막히게 뽑네요!

성신:하하하 ‘더 레시피’는 한국의 출판사가 뽑은 제목이고, 원제는 ‘International Night’이랍니다. 이번에는 딸과 함께 지었네요. 부제가 눈길을 끄는데, ‘세계를 대표하는 250가지 레시피에 숨겨진 탐식의 인문학’이라고 돼 있지요.

정미:우와~ 250가지 레시피에 숨겨진 인문학이라! 흥미진진! 근데 이것을 딸과 함께 썼다고요?

성신:마크 쿨란스키네 식구들은 일주일에 한번 가족 게임을 한다고 해요.

정미:술자리에서 ‘1번, 3번 뽀뽀해’하는 게임한다는 소리는 들어봤어도 가족끼리 게임을 한다니… ㅋㅋ 근데 대체 무슨 게임을 해요?

성신:세 가족이 모여 지구본을 돌려 딸 탈리아에게 손가락으로 찍으라고 하는데, 탈리아의 손가락이 닿는 곳이 그 주의 금요일 밤 저녁식사 주제가 된다고 해요.

정미:그런 게임을 250번이나 한 거군요. 무지하게 유식한 아빠를 두어야지만 가능한 가족게임이겠네요.^^ 참 대단한 아빠네요. 그 나라의 역사와. 음식을 먹게 된 전통적 이유, 재료와 관련된 지리학적 상황까지 다 알고 있어야 가능했을 텐데요.

성신:맞아요. 쿨란스키니까 가능한 일이지요. 30년 넘게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수집한 수만 가지 레시피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탄자니아와 카자흐스탄에서, 쿠바와 노르웨이에 이르기까지 온갖 요리와 음식 재료, 그리고 그것과 관계된 그곳의 역사와 문화를 설명하는 거예요. 물론 우리 한국의 음식도 있어요. 어때요 무지 재미있겠지요?

정미:네 엄청 재미있겠네요. 그리고 아빠가 그런 이야기를 해주면 딸이 매주 금요일을 손꼽아 기다리게 될 것 같아요. 맛있는 음식도 먹고, 공부도 하고.

성신:레시피 하나만으로도 광대무변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거죠.

정미:음식이란 그 자체로서 인류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방대한 문화의 보물창고 같은 것이군요.

성신:쿨란스키와 똑같은 방식으로 정미씨가 책을 한권 써 봐도 좋을 것 같아요.

정미:뭔 책?

성신:현대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에 하나인 ‘라면’에 대한 한국 문화사 책. 라면이라는 음식은 여러모로 현대 한국인들의 사회·문화적 정황과 관련 있어 보이지 않나요? 사유도 성찰도 없는 자기 착취적 삶의 태도와 말이지요. 우리 삶마저 모조리 인스턴트가 돼 가고 있으니까,

정미:김훈 작가가 최근에 펴낸 책이 <라면을 끓이며>라는 산문에 이런 문장 있더라고요. “인은 혓바닥이 아니라 정서 위에 찍힌 문양과도 같다.” 정말 그러네요. 라면은 오늘날 한국인의 심경과 문화를 설명하는 아주 훌륭한 모티브가 될 수도 있겠어요.

성신:아휴~ 똘똘하여라! 맞아요. 바로 그런 이야기지요.ㅋ

정미:<마크 쿨란스키의 더 레시피>는 음식이라는 것이 단지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기만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우리의 정신적 허기까지 채워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네요. 당장 사서 읽고 보관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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