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쓴 편지…그리움만 쌓이네

입력 : 2015.10.25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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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 숲으로 간 당신에게(이호준)&느리게 오는 편지(최돈선)

MBC <개그야>의 ‘명품남녀’에서 웃음 제조기로 인기를 모은 남정미.
하지만 요즘 그녀는 개그우먼보다 ‘책방 옆집 여자’로 더 유명하다. 개그 못지않은 서평가로서의 매력을 폴폴 풍기는 덕이다. 그녀 옆에는 ‘책방 옆집 여자의 남자’이기를 소원하는 출판평론가 김성신이 함께한다.
자칭 ‘책방 죽순이·죽돌이’인 두 사람의 유쾌상쾌통쾌한 북톡카톡 마흔세 번째 이야기는 <나무 숲으로 간 당신에게>(이호준 지음/마음의숲)와 <느리게 오는 편지>(최돈선 지음/마음의숲)다.

[남정미·김성신의 북톡카톡] 마음에 쓴 편지…그리움만 쌓이네

성신: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나의 이 낭랑한 노래 소리가 들리시는가?

정미:땡~ 소쿠리 하나 받아가세요~ 노래 참 못하신다! 아유아유~.

성신:쳇! 그나저나 이제 10월도 일주일이 채 안 남았네요. 아름다운 계절인 가을이 또 이렇게 깊어가네요.

정미:하아~ 가을! 하늘은 높고 정미는 살찌는 계절입니다. 누군가에게 편지라도 한 장 쓰고 싶어지는 계절이네요.

성신:아! 편지… 그러고 보니 손편지 안 써본 것이 20년은 된 듯해요.

정미:우와 손편지! 받고 싶다! 학창 시절에는 교환 일기도 쓰고, 선생님께 고백 편지도 쓰고, 아, 롤링페이퍼랑… 얼마나 많은 편지를 썼는지…. 그렇게 보내놓고는 또 얼마나 답장을 기다렸는지….

성신:아무튼 올해 가을에는 손편지 한번 써봐야겠다!

정미:편지는 쌍방향으로 감동이 되는 유일한 매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써 보내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감동이 있잖아요. 바로 그런 편지 같은 책 없을까?

성신:왜 없겠어! 당연히 있지! 손편지처럼 몹시 아날로그스러운 두 권의 에세이가 최근 동시에 출간됐다오. 읽다 보면 가슴이 온돌방처럼 뜨뜻해지는 바로 그런 책!

이호준 시인(왼쪽)과 최돈선 시인

이호준 시인(왼쪽)과 최돈선 시인

정미:어떤 책이죠?

성신:두 시인이 쓴 두 권의 에세이인데… ‘이호준의 아침편지’와 ‘최돈선의 저녁편지’, 그런 콘셉트로 한 출판사가 동시에 출간했어요.

정미:책 제목은요?

성신:이호준 시인의 ‘아침편지’는 <자작나무 숲으로 간 당신에게>, 최돈선 시인의 ‘저녁편지’는 <느리게 오는 편지>라는 제목이지요.

정미:제목부터 팍! 가슴을 뜨뜻하게 지져주는 책이라는 느낌이….

성신:문장 한번 볼래요? 먼저 <자작나무 숲으로 간 당신에게>에서 한 문장. “어느 날은 남몰래 눈물을 흘리는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가장 행복하면서 가장 불행한 삶은 제가 걸을 수 있는 날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선택이 아니라 운명이기 때문입니다.” 어때요? 좋지요? ‘날마다 배낭을 싸는 남자’라는 글의 한 대목이에요.

정미:아웅! 일상 속 찰나의 풍경 하나를 가지고 사색의 세계로 들어갈 창을 내는 것 같네요. 진짜 좋아요. 이호준 시인은 ‘페북스타’예요. 팬이 많죠. 나도 그중 하나죠.

성신: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어디 먼 나라, 먼 시절의 사람들이 아니죠. 지금 우리 모두의 풍경이에요.

정미:마치 찬 손에 호빵 쥐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드네요.

성신:하하 호빵! 그 비유가 참 좋다. 자 그럼 이번에는 최돈선 시인의 에세이 <느리게 오는 편지>를 한번 볼까요?

정미:얼른 한 대목 읽어 주세요.

성신:“저는 매일 편지를 씁니다. 누군가에게 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에 밤하늘에 별이 총총 박히듯 편지를 씁니다. 사랑하므로, 그리워하므로, 때로는 외로워하면서 편지를 씁니다.”

정미:하아…. 시인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지네요!

성신:책 속의 이런 문장들을 읽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시가 이렇게 좋은 건데 왜 우리는 이런 아름다운 시 구절 하나 가슴에 새기지도 못하고 사는 걸까?’ 하고 말이죠. 우리는 대체 무엇을 위해 사는 걸까요? 돈을 버는 것은 삶의 수단을 얻으려는 거지, 삶의 목적이 될 수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단순히 ‘부자가 되겠다’는 꿈만 꾸면서 산다면, 그것은 무조건 실패하는 길인 거죠. 아무리 많이 벌어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여기면 영원히 부자가 될 수 없는 거니까요. 마치 아귀처럼 영원히 허기진 삶만 살다가 가는 거죠. 그건 사람이 살아야 할 인생이 아니지 않겠어요?

정미:바로 그래서 사람에게는 각자의 ‘인생 목적’이 필요한 거군요.

성신:그렇지요. 그런데 인생의 목적이 될 만한 가치는 따로 있겠죠. 고작 ‘돈 많이 벌어서 세상 희롱이나 하며 살겠다!’ 이런 따위가 우리 인생의 목적이 될 순 없겠죠?

정미:요즘 성행한다는 ‘갑질’이라는 것도 결국 목적 없는 삶의 결과겠네요.

성신:<느리게 오는 편지>에는 또 이런 기가 막힌 문장이 있어요.

“저녁에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돌아가면서 새들이 서둘러 둥지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아야 한다. 지나는 길에 선술집 대포나 한잔 할까. 어쩌면 그 옛날 가스등 불빛 아래서 함께 우울하게 술잔을 기울이던 애인 하나 문득 그리워져 어느 담벼락에 쓸쓸히 기대어 있을 때, 그의 이름을 가만히 떠올려 보아야 한다. 사랑한다. 이름도 잊은 그대여”… 어때요? 마치 ‘사랑’이라는 이름의 가치가 가슴에 한 올씩 새겨지는 것 같지 않나요?

정미:우아아아아아! 좋다!

성신:그런데… 이제 우리도 서로 편지로나 그리워해야 할 시간이 왔네요. 오늘이 정미씨와 함께하는 마지막 ‘북톡카톡’이니까요.

정미:그러네요…. 그동안 북톡카톡 칼럼 덕분에 정말 많은 책들을 읽고 수다 떨 수 있었고, 또 즐거운 책 이야기를 독자들께 전해 드릴 수 있어서 영광이었고 참 행복했습니다.

성신:헤아려 보니 지난 1년8개월 동안 마흔세 편의 북톡카톡 칼럼을 함께 썼더군요.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함께했던 시간 오랫동안 잊지 않겠습니다. 고마워요. 빠이~.

정미:쌤! 그런데! 이 영광스러운 자리에 바통터치할 다음 멤버는 누구? 저처럼 책을 좋아하는 미녀가 또 있나요? 네네네네? 누구누구누구?

성신:국가 기밀이에요! 무지하게 아름다운 미모와 엄청난 지성을 겸비한 젊은 여성이라는 것만 알고 있으시오.ㅋ

정미:아하! 이제 보니 김 선생님! 그런 젊고 아름다운 미녀가 온다니, 그렇게 후다닥 서둘러 ‘빠이~’하며 나를 보내려고 하셨군요! 흥!

성신:아~ 그럼, 늙고 못생긴 미녀가 그대 뒤를 이어가야 직성이 풀리겠소?^^ 정미씨가 앞서 걸으며 닦아놓은 그 멋진 길을 따라 훌륭한 후배가 잘 이어갈 테니 지켜봐 주시길….

정미:이제 독자로서 응원하고 사랑하겠습니다. 자! 배경 음악 넣어주세요~. 공일오비가 부릅니다. ‘이젠 안녕~’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오오오~♪.

성신: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 거야~. 함께했던 시간은 이젠 추억으로 남기고 서로 가야 할 길 찾아서 떠나야 해요~♪.

정미:여러분 그동안-이것은 순전히 제 개인적인 추측입니다만-사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지금까지 맛있게 책 먹는 코미디언 서평가 남정미였습니다!

성신:아듀~ 남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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