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들, 한파 속 수요시위 “정부는 가만 있으라”

입력 : 2016.01.13 20:11

13일 낮 12시 서울 중학동 옛 주한 일본대사관 건너편 ‘평화의 소녀상’ 앞에 800여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공식 행사에 앞서 김복동 할머니를 포함한 고령의 피해자 6명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100억이 아니라 1000억을 준다 해도 그 돈 안 받습니다.” 말문을 연 김복동 할머니는 단호했다.

13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시위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정근 기자

13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시위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정근 기자

김 할머니는 “우리가 아무리 힘이 없다고 해도 정부 간에 협상을 하게 된다면 먼저 피해자인 우리한테 말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우린 이렇게 속이 아픈데 자기네끼리 숙덕숙덕해서 체결하더니 이젠 할머니들 꼬시려 다닌다고 들었다”며 최근 외교부 관계자들이 피해 할머니 댁을 방문한 사실을 꼬집었다.

김 할머니는 “소녀상도 국민들이 한 푼 한 푼 모아 후손들에게 아픈 역사를 가르치기 위해 세운 것인데 우리 정부는 물론 일본 정부도 간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돈 때문에 싸워온 게 아니다. 아베는 앞으로 나와서 진실된 마음으로 사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옥선 할머니는 “우린 ‘위안부’가 아니다. 강제로 끌려갔는데 왜 우릴 ‘위안부’라 부르냐”며 “피해자를 속이고 입을 막으려 한다. 반드시 일본으로부터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받을 수 있게 여러분이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용수 할머니도 “국민 여러분들이 끝까지 이 역사를 남기기 위해 투쟁해달라. 내가 앞장서겠다”고 외쳤다.

이날 할머니들은 14일 공식 출범을 앞둔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와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전국행동’(전국행동)이 계획 중인 재단 설립에도 적극 참여할 뜻을 밝혔다.

윤미향 정대협 대표는 “되돌아보면 할머니들에게 국가란 어떤 존재였나 생각하게 된다”며 “정부는 뒷짐을 졌을 뿐, 할머니들이 자신의 인권과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싸워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왜곡하고 전쟁을 미화할 때 평화의 걸림돌이라고 외쳤지만 이제 걸림돌을 하나 더 추가하게 됐다”며 “우리 정부가 이제 전쟁범죄를 은폐해주는 범죄 동조자가 되고 있단 걸 목격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에게 이젠 ‘가만 있으라’고 말하고 싶다”며 이렇게 외쳤다.

“우리가 직접 역사를 바로세워 나가겠습니다. 정부는 가만히 있으세요. 우리가 하겠습니다. 우리보고 가만 있으라 하지 마세요. 우리는 행동하겠습니다.”

세 딸과 함께 전북 익산에서 올라온 이정은씨(34)는 “아이들에게 역사 현장을 직접 보여주기 위해 상경했다”며 “이번 한·일 간 합의는 나라를 팔아먹은 행위”라고 말했다.

여성·노동·종교·학술·법조 등 다양한 분야의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전국행동은 14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출범식을 갖고 한·일 위안부 합의 무효화를 위한 연대를 시작한다. 전국행동은 출범식에서 위안부 할머니 지원을 위한 재단 설립을 제안하고 향후 구체적인 행동 등을 밝힐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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