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존재’ 윤동주의 재발견…‘처럼 : 시로 만나는 윤동주’

입력 : 2016.03.21 02:50
[홍선애·김성신의 북톡카톡] ‘도덕적 존재’ 윤동주의 재발견…‘처럼 : 시로 만나는 윤동주’

intro

‘북톡카톡 시즌2’의 여주인공 홍선애. 그녀는 빼어난 외모와 뛰어난 진행능력을 보유한 아나운서다. 현재 김성신 출판평론가와 함께 TBS방송국의 서평 프로그램인 <TV책방 북소리>의 진행을 맡고 있다. 카메라 앵글 밖에서의 그녀는 어처구니없을 만큼의 고지식함과 독서에 관한 한 가장 순수한 열정을 가진, 조금은 엉뚱한 청춘이기도 하다. 책읽기와 사유가 연애보다 훨씬 재미있다는 홍선애. 이제 그녀가 책의 바다로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한다. 꽃중년을 자처하는 어이없는 책동네아저씨 김성신은 그녀의 독서 나침반이다. 두 사람의 즐거운 책 수다, 북톡카톡 쉰세 번째 이야기는 <처럼 : 시로 만나는 윤동주>(김응교 지음/문학동네 출간)이다.

[홍선애·김성신의 북톡카톡] ‘도덕적 존재’ 윤동주의 재발견…‘처럼 : 시로 만나는 윤동주’

성신:봄이 오긴 오나봐.

선애:네, 바람냄새도 달라졌어요.^^

성신:긴 겨울 지나고 이렇게 봄이 오면 맘이 싱숭생숭해지지 않아?

선애:저는 오늘도 ‘봄노래’라고 검색해서, 달달하게 가슴 설레는 노래들만 잔뜩 들었답니다.

성신:그래? 그럼, 우리 봄처녀는 봄엔 보통 뭐하며 지내나?

선애:평소에는 손이 잘 안 가던 시집을 집어드는 계절이기도 해요.

성신:오호~ 시라! 좀 읽을 줄 아는데?ㅋ 그런데 말이야. 사람들이 종종 이맘때쯤 나에게 물어보는 게 있어. 봄날에 읽기 가장 좋은 책이 뭐냐고. 그럼 나는 지체 없이 ‘봄엔 역시 시죠’라고 답해주지! 몇 가지 팁과 더불어….

선애:그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저도 준비하고 있어야겠어요. 제가 명색이 서평방송 진행자인데, 멍 때리면 부끄럽잖아요.ㅋㅋ

성신:그럼 이렇게 대답해줘. ‘화사한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마카롱 레시피 책을 들고 다니세요. 알록달록하고 귀여운 마카롱이 인쇄된 표지가 봄옷하고 잘 어울릴 거예요’하고! 하하하

선애:읽을 책 권해 달라는 소리일 텐데, 들고 다닐 책을 알려주란 말이죠? ㅋㅋㅋ

성신:뭐 어때! 엿장수 맘이지! 하하~

선애:책이란 것을 대할 때, 좀 더 가벼운 마음을 가지란 말씀이죠?

성신:그렇지! 마음이 가벼워지면 책을 선택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 되잖아. 안 그래도 머리 복잡한 요즘 사람들이 책을 고를 때조차 골치 아프면 어디 읽게 되겠어? 살다가 어느 순간 책과 멀어지는 것도, 사람들이 책을 너무 무겁게 생각해서가 아닐까 싶어.

선애:생각해 보니 정말 그러네요. 참! 좀 전에 시집을 읽는 몇 가지 팁이 있다고 하셨잖아요? 그게 뭔지 저도 궁금해요.

성신:아 그거? ‘햇살 좋은 봄날이면, 시집 한 권 들고 밖에 나가서 읽되, 읽다가 시 한 편 고른 다음, 꼭 소리를 내서 한 번 읽어 보라는 거야!

선애:그렇죠! 시는 소리내서 읽어야 제맛이에요. 정말!

성신:그러고 나서 나는 이렇게 말하지. ‘실제로 해보면 아마도 깜짝 놀랄 것이다!’라고.

선애:왜요?

성신:가슴으로 훅 들어오거든! 순식간에 미친 감성에 빠질 수도 있지! 진짜로~

선애:아! 요즘 말로 ‘심쿵’이로군요~

성신:바로 그렇지!

선애:그런 느낌은 시 구절 하나에도, 노래 가사 하나에도, 영화 대사 하나에도 느닷없이 올 수 있죠.

성신:그렇지! 그런데 이게 보니까, 심리학적 차원에서 다 설명이 되는 거더군. 사람이 눈으로만 읽는 글자는 머리에 논리로 입력되는 쪽이라면, 입으로 소리를 내는 일은 인간의 감정까지 자극한다는 거야.

선애:저도 글을 읽다가 가슴에 새기고 싶을 때는 입으로 소리 내 읽어 보거든요. 그렇게 되는 게 다 이유가 있었네요.

성신:그거 아주아주 좋은 습관이야! 중요한 것은, 그렇게 하면, 사람이 변하지!

선애:사람이 변하기까지 해요?

성신:응! 정보는 우리의 일을 돕긴 하지만, 변화하게까지는 못하거든! 반면 감동은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키지! 감동은 생각의 근본을 바꾸는 작용도 하니까 말이야.

선애:감동이란 게 힘이 세네요.

성신:가령 선애가 멋진 남자를 만났다고 치자고. 그런데 그 남자에 대한 정보만 가지고 결혼할 수 있을까? 당연히 안 되지! 그런데 만약 그 사람이 뭔가 큰 감동을 준다면, 그때부턴 평생 같이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거야!

선애:하하하. 그런 기가 막힌 비유를!

성신:돈이면 됐지 감동까지 뭔 필요가 있겠냐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우린 그렇게 후지게 살면 안 되는 거잖아?ㅋㅋㅋ

선애:저는 요즘 윤동주를 다시 읽어요. 오늘 서점에 갔더니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증보판이 새로 나왔는데, 그게 1955년에 나왔던 책의 모습 그대로 만들어져 있더라고요. 하도 예뻐서 날름 샀죠. 올봄에는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이 시집 들고 나가서 읽어볼게요.

성신:요즘 서점가의 아주 희한한 현상이지. 출간된 지 무려 68년이나 된 그 시집이 갑자기 종합베스트셀러 최상단에 등장하다니 말이야.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선애:음…, 문화계 전반에 불어닥친 복고열풍 때문일까요?

성신:그런 영향도 분명히 있을 거야! 그런데 말이야. ‘윤동주 현상’을 두고는 이런 식의 사회학적 해석도 가능하다고 생각해. ‘도덕적 존재로서의 윤동주의 재발견!’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윤동주의 시를 한번 떠올려 보자고, 그는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빌었고,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며 참회록을 써 나갔던 시인이잖아. 그토록 처절하게 자기반성과 성찰을 감행한 지식인이었다는 거지.

선애:‘도덕적 존재로서의 윤동주의 재발견’이라…! 그래서요?

성신:어쩌면 지금 이 땅의 청년들은, 윤동주와 같은 그런 도덕적 존재를 간절하게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믿고 의지할 이 하나 보이지 않는, 이 부도덕하고 불합리한 세상에서 말이야. 선애가 보기에 이런 해석 어때?

선애:선생님의 해석 자체가 감동을 주네요. 전적으로 공감해요. 그러고 보니 영화 <동주>를 보면서 제가 감동받은 부분이 하나로 꿰어지네요. 도덕적 인간으로서 살기 위해 고뇌하는 바로 그런 모습들이었어요. 모조리!

성신:그랬군! ^^

선애:그리고 참! 미처 몰랐던 윤동주 시인을 알려주는 책도 발견했어요. <처럼, 시로 만나는 윤동주> 제목이 특이하죠?

성신:최근 출간된 윤동주 관련서 중 단연 돋보이는 책이지. 윤동주의 시를 한 편 한 편을 되짚으며, 그가 결국 세상에 남기고자 한 것이 무엇인지 추적해 가는 독특한 구성의 평전이더군. 저자인 김응교 교수가 정말 집념을 가지고 윤동주를 파고들었더군. 최근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이야.

선애:윤동주가 동시도 썼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어요.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저는 윤동주를 전혀 몰랐던 것이더라고요.

성신:그럼 올봄에는, 선애 앞에 다시 살아 돌아온 윤동주와 함께 지내면 되겠네. 미남 청년 윤동주와 미녀 평론가 홍선애! 무지하게 잘 어울리는데? ^^

선애:진짜 ‘심쿵’이네요. ㅋㅋ

성신:그럼 이제 동주는 봄처녀 선애를 감동시킨 최초의 봄총각이 되는 건가?

선애:ㅋㅋ봄총각! 수상한 시절에도 봄은 시처럼 아름답기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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