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 김홍도는 조선의 아트 저널리스트였다

입력 : 2016.04.03 14:01
[홍선애·김성신의 북톡카톡] ‘단원’ 김홍도는 조선의 아트 저널리스트였다

intro

‘북톡카톡 시즌2’의 여주인공 홍선애. 그녀는 빼어난 외모와 뛰어난 진행능력을 보유한 아나운서다. 현재 김성신 출판평론가와 함께 TBS방송국의 서평 프로그램인 <TV책방 북소리>의 진행을 맡고 있다. 카메라 앵글 밖에서의 그녀는 어처구니없을 만큼의 고지식함과 독서에 관한 한 가장 순수한 열정을 가진, 조금은 엉뚱한 청춘이기도 하다. 책읽기와 사유가 연애보다 훨씬 재미있다는 홍선애. 이제 그녀가 책의 바다로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한다. 꽃중년을 자처하는 어이없는 책동네아저씨 김성신은 그녀의 독서 나침반이다. 두 사람의 즐거운 책 수다, 북톡카톡 쉰네 번째 이야기는 <조선의 아트 저널리스트 김홍도>(이재원 지음/살림)이다.

[홍선애·김성신의 북톡카톡] ‘단원’ 김홍도는 조선의 아트 저널리스트였다

선애:선생님~~ 드디어 4월이에요.

성신:봄처녀 신이 나셨군! ㅎㅎ

선애:저 오늘 촬영 때문에 전남 보성을 다녀왔는데요. 남쪽엔 벚꽃이 활짝 피었더라고요. 그 벚꽃 길을 걷는데, 정말 그림 속 같더라고요.

성신: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지극한 아름다움을 느끼면, 우린 그것을 ‘그림 같다’고도 표현하잖아? 그런데 생각해 보면 재미있지 않아? 표현이 실제보다 더 우위에 있다는 것이니까 말이야.

선애:‘표현이 실제보다 우위다!’ 예술의 위대함을 그렇게도 설명할 수 있겠네요. 아무튼 정말 아름다워서인지 눈앞이 다 아뜩해지더라고요.

성신:4월은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선애:T. S. 엘리엇의 ‘황무지!’ 어릴 때는 4월을 왜 잔인하다고 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는데….

성신:이젠 알겠어?

선애:느낌으로는 알겠어요. 아름다움은 슬퍼요. 이런 봄날의 아름다움은 현실의 황폐함을 오히려 상기시키기도 하더라고요. 오늘만 해도 그 아름다운 벚꽃 속에서 저는 오히려 왠지 모르게 쓸쓸하더라고요. 게다가 불과 2년 전, 가장 아름다운 계절인 4월에 가장 슬픈 일이 벌어졌잖아요? 제가 봄꽃에나 마냥 취해 있어도 될까 싶더라고요.

성신:나와 같은 생각을 했군. 맞아! 세월호. 이 아름다운 계절에 우리는 웃을 수가 없게 됐지. 자식 잃은 부모님들의 눈물을 우린 아직 제대로 닦아 주지도 못하고 있으니 말이야.

일반에 처음 공개되는 김홍도의 ‘징각아집도’.

일반에 처음 공개되는 김홍도의 ‘징각아집도’.

선애:하아…. 먹먹해지네요. 마음이 다시.

성신:4월이 되니 또 세월호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지더라고. 그러다 문득 학생들이 다니던 ‘단원’이라는 학교 이름에 눈길이 가더군.

선애:그러고 보니 ‘단원’은 김홍도의 호네요.

성신:김홍도는 어린 시절 안산에서 살았다고 해. 그래서 안산의 그 학교가 단원고가 된 거겠지.

선애:수많은 사람들이 빙 둘러싼 가운데 두 사내가 씨름을 하고 있는 그림이라든지, 서당에서 훈장님께 혼난 아이가 울고 있는 그림이라든지…, ‘단원’하면 그야말로 ‘서민’이라 할 수 있는 계층을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들이 떠올라요.

성신:그런데 말이야. ‘만약 단원이 이 시대의 화가라면, 한 동네에 살고 있던 이웃집 아이들이 한날 한시에 세상을 떠난 이 참혹한 슬픔의 풍경을 어떻게 그렸을까?’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올랐어.

선애:우리 역사상 가장 참담한 풍속화가 그 손으로 그려지지 않았을까요?

성신:그랬겠지. 마침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바로 그 상상을 기가 막히게 도와주는 책을 읽게 됐어.

선애:무슨 책인지 굉장히 궁금한데요?

성신:선애가 세상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는 책이지. 최소한 앞으로 사흘간은 말이야. 뭔지 더 궁금하지?

선애:어디에서도 못 구해요? 왜요?

단원풍속도첩 중 그림감상

단원풍속도첩 중 그림감상

성신:아직 서점에 깔리지도 않았으니까!^^ 책이 어제 제본이 끝나서 지금 창고에서 배본을 기다리고 있거든. 4월6일 이후에나 볼 수 있을 거야. 나는 어제 출판사 분께 직접 받았고.

선애:출판평론가의 특권인 셈이네요? 약 올라요. 샘나요! 아무튼 며칠이라도 제가 구할 수 없는 책이라니까 더 궁금하네요. 제목이 뭐예요? 어떤 책이에요?

성신:<조선의 아트 저널리스트 김홍도>

선애:단원 김홍도의 평전인가 보네요. 그런데 ‘아트 저널리스트’는 뭐예요?

성신:확실히 예리하군! ‘셜록 선애’라 불러 줄게! 맞아! 그 단어가 이 책의 가장 핵심적 부분이야.

선애:셜록 선애^^

성신:결론부터 말하자면, 김홍도가 실은 정조 임금에게 민생보고서를 그림으로 작성해 올렸던 일종의 민생특별보좌관이자 저널리스트일 수 있다는 거야.

선애:아! 그러니까 임금에게 궁궐 밖 이야기를 그림을 통해 들려주는 역할을 했다는 말씀이세요?

성신:그렇지. 18세기 조선, 백성들의 실정을 잘 살펴 성군의 길을 가려던 정조를 위해 그의 눈과 귀 역할을 그림으로 담당했던 이가 바로 김홍도라는 거지. 그게 이 책의 주장이야.

선애:그렇죠. 임금이 바른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백성들의 구체적인 삶을 알 필요가 있겠죠. 정조 임금은 그림을 통해서도 백성들의 생활을 속속들이 알고 싶어 했나 봐요! 그런데 이런 것은 난생처음 보는 관점인데 역사적 근거가 있나요?

성신:물론이지. 그저 황당한 역사적 추정만이 아니라 이 책에는 여러 정황과 역사적 근거들이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있어. 상상력을 동원해 마치 팩션처럼 재구성한 정조와 단원의 대화도 등장하지만, 그 조차도 보편적이고 논리적인 영역을 전혀 벗어나지 않아.

선애:아~ 역사 드라마 한편이 머릿속에 그려져요 지금! 흥미진진하네요. 이 책 서점에 깔리자마자 곧바로 달려가서 사야겠어요.

성신:그동안 김홍도에 관해 출간된 책들은 단편적 그림 중심이거나 회화적인 접근이 대부분이었는데, 이건 완전히 재구성돼서 아주 신선하고 흥미로워. 이 책의 문제 제기는 그 자체로서 김홍도의 위상을 전혀 다른 각도로 보게 만드니까 말이야.

선애:역사란 고정되고 박제된 지난날이 아니라, 끝없는 재해석을 요구하는 것이잖아요?

성신:맞아! 죽은 역사가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역사로 부활시켰다는 것. 그게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지.

선애:‘풍속화가’로만 알고 있었는데, 단원의 전혀 새로운 면모를 알게 됐고, 그래서 전혀 새로운 관심이 생겼어요.

성신:사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이런 엉뚱한 생각도 들었어. 김홍도라는 역사적 인물의 삶의 거대한 역사의 메타포 같다는….

선애:?

성신:270년 후에 자신의 호를 빌려 이름을 지은 그 학교를 다니던 어린 학생들의 비극. 그것을 부디 잊지 말라는 김홍도의 목소리. 역사를, 그리고 민중의 진짜 삶을, 부디 잊지 말라는, 절절한 목소리!

선애:역사는 우리가 잊지 않음으로써 영원히 우리에게 살아 있는 것이다!

성신:그래 잊지 말자고! 그리고 비겁하지 말자고! 4월의 이 슬픔과 고통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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