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보다 성장’ 상주 상무의 아름다운 경쟁

입력 : 2016.04.27 06:09

K리그 클래식 상주 상무는 7라운드까지 3명의 골키퍼 제종현·양동원·오승훈이 돌아가며 골문을 지켰다. 시즌 초반, 웬만해선 주전 1명이 붙박이로 나서는 게 일반적인데 상주는 엔트리에 올라 있는 골키퍼 모두가 그라운드를 밟았다. 호흡이 중요한 포백 수비라인 역시 경기마다 조합이 달랐다. 미드필더와 최전방 공격수 역시 마찬가지다.

올 시즌 상주는 붙박이 주전이 없다. 매 경기 다른 베스트11과 교체 선수들이 뛴다. 안정감이 다소 떨어질 수 있지만 효과는 오히려 좋다. 조진호 상주 감독은 열심히 준비한 선수에게 과감히 문호를 열었다. 준비만 잘 하면 뛸 수 있다는 희망을 안은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땀과 열정을 쏟아부었다. 상주는 올 시즌 12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선수들을 기용하면서 7라운드까지 2승2무3패로 5위에 올라있다. 승점 8점인 5팀 가운데 가장 많은 골을 기록하고 있어 순위가 제일 높다.

상주 상무가 올 시즌 선수단 전원을 골고루 기용하며 동반 성장을 추구하는 팀 운영으로 주목받고 있다. 상주 선수들이 지난 9일 수원FC전을 마친 뒤 홈팬에게 거수경계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상주 상무가 올 시즌 선수단 전원을 골고루 기용하며 동반 성장을 추구하는 팀 운영으로 주목받고 있다. 상주 선수들이 지난 9일 수원FC전을 마친 뒤 홈팬에게 거수경계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조진호 감독과 구단의 신념이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있다.

상주 상무는 팀 존재의 이유에 맞게 성적보다 성장에 초점을 맞추면서 아름다운 리그 경쟁을 펼치고 있다

상무는 대한축구협회 소속 선수들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군 복무와 선수 생활을 병행하도록 만들어진 특수 팀이다. 한국 축구의 중심인 젊고 유능한 선수들이 군복무를 하면서도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데 존재의 목적이 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상주 소속의 이근호가 군복무 중에도 빼어난 경기력으로 1골·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상주 상무의 존재 가치를 빛냈다.

온전하진 않지만 상주도 프로팀인 만큼 연고지도 있고 승패를 다투는 경기에서 경쟁을 피할 수도 없다. 1부리그에서 뛰다가 성적 부진으로 2부리그로 강등되기도 했고, 지난 시즌에는 2부 리그 우승으로 올해 다시 1부리그로 승격했다. 사실 성적 앞에서 선수를 골고루 기용하기란 쉽지 않았다. 프로 각 팀에서 뽑힌 선수들이지만 그 중에서도 결국 주전급에 대한 의존도가 컸던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일부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커 과부하가 걸리고 팀 분위기가 하락하는 역효과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올 시즌 상주 지휘봉을 잡은 조진호 감독은 생각을 바꿨다. 조 감독은 26일 스포츠경향과의 통화에서 “우리 팀은 프로에서 주전급으로 뛰던, 충분히 능력있는 선수들”이라면서 “이들 중에서 더 준비되고 간절한 선수를 기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선수들이 잘 따르고 모두 열심히 하면서 건강한 경쟁 관계가 형성돼 분위기도 좋다”고 전했다. 아프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은 선수는 무리하지 않게 되고 대신 기회를 잡은 선수는 더욱 투혼을 발휘하는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졌다. 조 감독은 “쉽지 않겠지만 계속 이렇게 운영해 나갈 생각”이라면서 “이곳 생활을 마치면 다시 소속팀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전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더 성장해서 나가야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선수들의 동반 성장에 초점이 맞춰진 상주의 2016시즌 행보가 더욱 힘있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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