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은 봤지만 길동은 보지 못한 ‘파격의 고전’

입력 : 2016.05.02 18:21
[홍선애·김성신의 북톡카톡] 심청은 봤지만 길동은 보지 못한 ‘파격의 고전’

intro

‘북톡카톡 시즌2’의 여주인공 홍선애. 그녀는 빼어난 외모와 뛰어난 진행능력을 보유한 아나운서다. 현재 김성신 출판평론가와 함께 TBS방송국의 서평 프로그램인 <TV책방 북소리>의 진행을 맡고 있다. 카메라 앵글 밖에서의 그녀는 어처구니없을 만큼의 고지식함과 독서에 관한 한 가장 순수한 열정을 가진, 조금은 엉뚱한 청춘이기도 하다. 책읽기와 사유가 연애보다 훨씬 재미있다는 홍선애. 이제 그녀가 책의 바다로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한다. 꽃중년을 자처하는 어이없는 책동네아저씨 김성신은 그녀의 독서 나침반이다. 두 사람의 즐거운 책 수다, 북톡카톡 쉰여섯 번째 이야기는 <파격의 고전>(이진경 지음 / 글항아리) 이다.

[홍선애·김성신의 북톡카톡] 심청은 봤지만 길동은 보지 못한 ‘파격의 고전’

성신: 그래? 지금 막간을 이용해서 카페에서 책 읽고 있다고?

선애: 전 프리랜서니까, 매일 방송국을 이동하고 촬영을 기다리는 막간이 많아요.

성신: 선애가 카페에서 책 읽고 있다니, 옛날 옛적의 일이 생각나는구먼. 지금 내 아내가 된 여인이 선애보다 어렸을 때 나에게 들려 줬던 말. ㅋㅋ

선애: ㅋㅋ 뭐라고 하셨는데요? 궁금궁금

성신: 책은 ‘모놈퇴치기’라고… ㅋㅋㅋ

선애: 모놈? 퇴치기요? 무슨 뜻이에요?

성신: ‘모자란 놈 퇴치기’의 줄임말! 공공장소에서 책을 읽고 있으면 모자란 놈들은 무서워서 아예 접근을 못한다고….

선애: 어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자는 책 읽는 여자를 무서워하나 봐요?

성신: 남자란 동물들이 좀 그렇게 못난 구석이 있지. 여성이 자신보다 지적으로 뛰어나다 싶으면 두려워하더라고.

선애: 두려워하기까지 해요?ㅋ 그럼 선생님도 그러세요?

성신: 아니! 나는 나보다 지성적으로 뛰어난 여성을 보면 존경했어. 존경스러우면 사랑스럽고, 뭐 그렇던데?

선애: 여성을 존경할 줄 아는 남성들은 보기 드물죠. 존경은 고사하고 존중이라도 할 줄 알면 다행~

성신: 아무튼 아내 말이…, 자신이 책을 읽고 있으면, 책 좀 읽은 녀석들이나 겨우 접근을 시도하는데, 그러면 그런 친구들은 말로 점잖게 이야기하면 품위 있게 물러날 줄도 알았기 때문에… 책이 여러 가지로 유용한 도구였다고, 그런 농담을 했던 기억이 나.^^

선애: 평론가 커플다워요~! 그런 대화를 나누며 데이트를 하셨군요.

성신: 내가 그 ‘책 좀 읽은 녀석’ 중 하나였던 거지.

선애: 푸핫!

성신: 그야말로 <응답하라1988> 시절의 연애이야기… ^^

선애: 제가 카페에서 책을 읽고 있어서 접근하는 남자가 하나도 없나? ㅋ

성신: 계속 그러고 있다가, 책을 읽고 있는데도 접근하는 녀석이 있으면, 그 놈에겐 기회를 한번 줘봐. 책 읽는 여자에게 대시할 정도면 괜찮은 녀석일 가능성이 있어!

선애: 책이 낚시 밑밥 같은 거군요. ㅋㅋ

성신: 바로 그렇지! 아무튼 그래서 지금 카페에 앉아 모자란 놈 퇴치하며 읽고 있는 낚시 밑밥이 뭔데?

선애: 이진경 선생의 신작 인문서 <파격의 고전>요. 고전을 다루지만, 정말 관점이 신선해요.

성신: 하하하~ 밑밥으로 딱 적당한 책이다. 그런 괜찮은 교양서를 이미 읽고, 아는 채하며 접근하는 청년이 있으면, 절대 놓치지 마! ㅋㅋㅋ

선애: 하하하~ 그럴게요! 그런데 저는 이 책 읽으면서 우선 제 자신에게 좀 놀랐어요. 국민고전이라고도 할 수 있는 ‘심청전’ 같은 이야기가 막상 그 디테일은 기억이 거의 안 나더라고요. 그저 심청이가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장면 정도나 떠오르고 말이죠.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모르고 있었던 거죠.

성신: 난 <파격의 고전>을 읽다가, 생뚱맞게 이런 문장이 떠올랐어.

선애: ?

성신: “나사로야 나오너라 죽음의 심연에서 물살을 가르며 명하노니 살아나라 잠들었던 그대로 생기를 머금고 생명을 껴안고 깨어나라 깨어나라 깨어나라”

선애: 성경구절인가요? 왜요?

성신: 김성은이라는 청년이 세월호를 기려 만든 노래의 일부분인데, 아무튼 <파격의 고전>은 죽었던 고전을 부활시킨 예수의 목소리 같은 책이란 생각이 들었어.

선애: 아! ㅎㅎ 저도 공감해요! 제 머릿속에서도 고전이 죽어 박제가 되어 있었더라고요.

성신: 그래?

선애: 만약 어린 조카에게 제가 심청이의 이야기를 들려주려 했다면, 전 크게 당황했을 거예요. 정말 바보 같은 이야기잖아요? ‘옛날 옛날에 심청이란 여자애가 살았는데 앞 못 보는 아버지를 위해 공양미 삼 백석에 몸을 팔아 인당수에 빠지고 말았단다….’ 애들이 진짜 이런다면 큰일 아니에요?

성신: 이야기의 메시지가 뭐야? 늙은 아버지가 자신을 위해 딸을 팔면, 아무 소리하지 말고 팔려라? 요즘 애들이 성적비관으로 자살하는 거랑 맥락이 같아지잖아!

선애: 그러니까 말이에요. 너무 전형적인 공식으로만 기억하고 있던 거예요.

성신: 가부장적 유교사회에선 그런 게 미덕이었을지 모르겠으나. 지금 아이들에겐 오히려 해악이 되는 이야기가 되지.

선애: 곧바로 아동학대 신고하라고 해야죠!

성신: 맞아! 바로 그래서 ‘고전’이라는 것이 죽어 박제가 된 거지. <파격의 고전>이 고전을 다시 부활시키는 책이란 뜻이 바로 그거잖아.

선애: 네 여러 가지 해석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

성신: <파격의 고전>은 바로 그렇게, ‘고전의 전혀 새로운 해석’을 시도를 하고 있는 책이야!

선애: 재미도 있지만 대단한 의미가 있는 거네요.

성신: 이 책에선 홍길동을 두고도 전혀 다르게 해석하잖아?

선애: 맞아요. 봉건사회의 불합리한 신분제 때문에 그렇게 고통 받고 집을 떠나 별의별 일을 다 일으키면서도, 그런 사람이 왜 나중에 자신이 병조판서도 되고, 율도국이란 나라를 세워 왕이 되었는데도 불합리한 신분제를 없애려 하지 않느냐는 문제제기.

성신: 그래서 결국 홍길동은 기존의 사회질서를 벗어나지 못한 출세지상주의자일 뿐이라고 해석하잖아?

선애: 우리가 알고 있는 고전이 마치 딱 하나의 답처럼 읽히지만, 평생에 걸쳐 읽고 또 읽으면서, 계속 다른 해석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고전읽기의 핵심이라는 거겠죠.

성신: 내가 말이야… 선애가 카페에 앉아 있을 때, 청년들이 다가와서 말붙이게 만드는 책도 알려줘?

선애: 띠용~ (눈이 커지는 소리랍니다) 그 책 뭐예요?ㅋㅋㅋ

성신: 이걸 공짜로 가르쳐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하

선애: 하~ 궁금해서 소녀 돌아버릴 것 같사옵니다. 스승님 플리즈~

성신: 고뤠~ 그럼 옜다! 에바 일루즈가 쓴 <사랑은 왜 아픈가>!

선애: 우와~ 제목부터가 가슴에 팍!

성신: ‘저 아름다운 여인이 얼마 전에 사랑이 끝났구나. 그럼 내가 얼른 그 틈으로 들어가야지!’ 그 책 들고 다니면 십중팔구 남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ㅋㅋ

선애: ㅋㅋㅋㅋㅋㅋ

성신: 대신 그 책 실제로 읽어본 놈만 만나주라고. ㅋㅋㅋ

선애: 당장 책 사러 갑니다. 휘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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