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북톡카톡 시즌2’의 여주인공 홍선애. 그녀는 빼어난 외모와 뛰어난 진행능력을 보유한 아나운서다. 현재 김성신 출판평론가와 함께 TBS방송국의 서평 프로그램인 <TV책방 북소리>의 진행을 맡고 있다. 카메라 앵글 밖에서의 그녀는 어처구니없을 만큼의 고지식함과 독서에 관한 한 가장 순수한 열정을 가진, 조금은 엉뚱한 청춘이기도 하다. 책읽기와 사유가 연애보다 훨씬 재미있다는 홍선애. 이제 그녀가 책의 바다로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한다. 꽃중년을 자처하는 어이없는 책동네아저씨 김성신은 그녀의 독서 나침반이다. 두 사람의 즐거운 책 수다, 북톡카톡 쉰일곱 번째 이야기는 <시골의 발견>(오경아 지음 / 임종기 사진 /궁리)이다
성신: 선애는 시집 안 가나?
선애: 언젠가는 하겠죠? ^^
성신: 또 두루뭉술하게 그런다. 그러지 말고, ‘북톡카톡’에서 확 까봐.ㅋㅋ
선애: 일단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게 먼저예요. 지금 제 심리 상태는, 결혼을 ‘하고 싶은’ 맘이 아니라 ‘하기는 해야 할 것 같은’ 맘이랄까요? ㅎㅎ
성신: 음… 그럼 오늘 시집가고 싶도록 내가 한번 만들어 볼까?
선애: ㅎㅎ 그렇게 만들어 주세요.
성신: 그래 좋았어! 선애도 <시골의 발견>이란 책 읽어 봤지?
선애: 읽기도 하고 사진도 감상하고 그랬지요. 아름다운 시골 풍경 사진들로 가득 찬 책이죠.
성신: 그러데 말이야. 선애는 혹시 결혼하면 매연의 향기 가득하고, 좁아터진 도시의 회색빛 콘크리트 아파트에서 살고 싶어? 아니면 우아하고 아름다우며 마음 편한 시골에 살고 싶어?^^
선애: 이야~ 이거 진짜 어려운 질문이네요? 선택의 여지를 전혀 주지 않는 질문이라니!ㅋㅋ
성신: 암! 어렵지! 그래도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만큼은 어렵지 않잖아?^^
선애: 물론! 우아하고 아름다우며 마음 편한 곳에서 살고 싶지만….
성신: 으잉? 살고 싶지만? 이런 선택도 망설일 게 있나?
선애: 그런데, 평생 도시에서만 살아온 저에겐 솔직히 ‘시골’ 이란 말이 걸려요. 잠깐의 휴가나 여행이면 망설일 게 전혀 없겠지만, 계속 살아야 한다면…
성신: 왜? 시골아줌마 될 것 같아서?^^
선애: 아무래도 문화혜택이라든지 상업시설과의 거리? 그런 것들이 좀 맘에 걸리죠.
성신: 그래, 그도 그렇군.
선애: 앗! 그러고 보니 벌써 신혼집을 정하는 것 마냥 제가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네요?ㅎㅎ
성신: 거봐 벌써 결혼하고 싶어졌지?ㅋ
선애: ㅋㅋㅋㅋㅋ 그런가 봐요. 선생님은 정말 순식간에 사람을 휙 말아 잡수시는…! 능력자!
성신: 하하하 내가 식인종이냐? 근데 말이야. 유럽을 여행해보면 말이야, 처음엔 도시도 매력적이지만, 자주 하다보면 자꾸 시골을 찾게 돼! 유럽의 아름다운 시골 풍경을 보고 나면, 정말이지 딱 결심도 하게 되지.
선애: 어떤 결심이요?
성신: 사람이 사람답게 살려면, 역시 도시는 아니다!
선애: 아~
성신: 아름답고 여유로운 시간 속에서, 좋은 이웃들과 교류하며 사는 삶!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의 내면을 마주하는 그런 느린 사유가 있는 삶…!
선애: 맞아요. 도시는 사람을 끝없이 몰아붙이죠. 더 빨리, 더 빨리 뛰어라!
성신: 한창 뛰어다닐 나이엔 괜찮을지 몰라도, 나이가 들수록 그 속도가 두려워지지!
선애: 달리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시야는 좁아지고, 결국 아무것도 보이지 않죠.
성신: 그렇지. 이러다간 결국 내 인생에서 아무것도 향유할 수 없을 것이란 두려움! 바로 그런 게 생기지.
선애: 아! ‘아무것도 향유하지 못할지 모른다!’ 그것이 두려움의 실체군요. 아무튼 시골이라는 공간이 그만큼 매력적이라는 말씀이죠?
성신: 그렇지! 그런데,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 한국의 일반적인 시골, 즉 모든 것이 낙후되어 있어 불편하고, 세련된 문화생활과는 거리가 먼 그런 시골만을 생각하면 또 망설여지지.
선애: 맞아요! 시골에서 살아보지 않았으니 망설여질 수밖에 없어요.
성신: 하지만 말이야. 도시가 진화하는 동안 시골도 진화했더라고!
선애: 어떻게요?
성신: <시골의 발견>은 눈부시게 진화한 시골의 진면목을 보여주지 않던가?
선애: 아! 맞아요. 이 책에 나온 시골집들은 정말이지 너무나 아름답던데요. 저자가 정원 디자이너로 유명한 분이죠?
성신: 응! 그 책 보면서 무슨 생각했어?
선애: ‘저런 곳에서 살고 싶다!’ 그런 생각을 했죠. 누구라도 이 책을 보면 저와 똑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
성신: 그렇지? 시골이 이 정도라면 도시에 살 이유가 없다! 그런 생각이 들지.
선애: 우리나라도 요즘 귀농, 귀촌 트렌드가 있고, 전원주택이라는 개념도 있지만, <시골의 발견>에 등장하는 시골은 정말 말 그대로 생활공간으로서의 시골인데, 우리가 알고 있는 불편하고 낙후된 시골이 아니더라고요. 그 점이 정말이지 부러웠어요.
성신: 나는 이 책을 보면서, 이제 우리의 시골도 유럽처럼 변모해 가는 초입에 들어섰다는 판단이 들었어.
선애: 아 정말요?
성신: 지금 대한민국에 불고 있는 귀농귀촌 바람이, 단순한 소비 트렌드가 아니라, 전혀 새로운 삶의 형태를 디자인하는 일종의 사회학적 변화라고 볼 수 있거든.
선애: 어떤 근거로요?
성신: 변화에 있어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사람들의 생각과 의지잖아? 그 생각과 의지의 근원을 철학이라고 하고. 그런데 요즘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삶의 철학이 바뀌고 있어. 일단 단계론이 아니야. 즉 열심히 일해서 돈을 많이 벌고 난 이후에 그것으로 무언가를 하겠다는 단계적 방식이 아니라, 살아가는 동안 실시간으로 삶의 가치와 행복을 실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 즉 진정한 삶의 가치와 행복감을 뒤로 미뤄두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인다는 거야.
선애: 기존의 삶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새로운 삶의 디자인! 그게 과거와 다른 점이라는 거네요.
성신: <시골의 발견>에서 이 대목 기억나? “최근 유럽의 시골에는 많은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단순히 농작물을 재배하고 그것을 도시로 공급하는 차원을 벗어나, 스스로 농작물의 브랜드를 만들고 도시인들을 찾아오게 하는 새로운 개념의 농장과 미술관, 관람용 정원, 가든센터 등이 체계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선애: 네 기억나요.
성신: 그럼 생각해봐. 유럽 시골의 저런 변화가 우리라고 완전히 불가능한 것이 아니잖아? 방향만 구체적으로 설정되면 얼마든지 실현할 수 있는 것들이지 않느냔 거지!
선애: 그렇죠. 그리고 흥미로운 것이 또 있었는데, 유럽에선 시골에 대형 쇼핑몰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지요? 그런데 그것이 대도시의 쇼핑몰보다 훨씬 고급이라는…!
성신: 자연적이고 소박하지만 결코 누추하거나 초라하지 않은 쇼핑몰. 그리고 바로 그 점 때문에 진정한 고급스러움을 잘 보여주는 신개념의 시골 쇼핑몰!
선애: 조만간 ‘진정으로 세련된 한국형 시골’도 기대해 볼만 하겠군요!
성신: 바로 그 지점에서 <시골의 발견>과 같은 책이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지!
선애: 왜요?
성신: 방향을 설정해주니까!
선애: 그렇죠. <시골의 발견>은 귀농귀촌을 하려는 사람들의 머리에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줘요. 사람들이 ‘시골’ 이란 단어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막연한 편견을 깰 수 있는 계기를 주는 거죠.
성신: 처음 선애가 우려했던 것들이 거의 해소되지 않아? 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시집가고 싶어졌는가?
성신: 시집은 아직 모르겠고요. 혼자 살아도 시골에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은 확실해졌어요. 헤헤~
성신: 그럼 이렇게 한번 해봐! 선애가 시골에 집을 먼저 구하는 거야!
선애: 그러고 나서는 요?
성신: 그 집에서 행복한 표정의 셀카를 잔뜩 찍어! 그걸로 책을 내는 거지! 그리고 책에다가 ‘이제 나는 이 집에서 같이 살 남자만 구하면 된다!’ 이렇게 쓰는 거지!
선애: ㅋㅋㅋ ‘기승전책’이라니! 과연 선생님다운 해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