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의 심리적 효능과 경제적 가치에 대한 ‘추억에 관한 모든 것’

입력 : 2016.06.12 10:46
  • 글자크기 설정
[홍선애·김성신의 북톡카톡]향수의 심리적 효능과 경제적 가치에 대한 ‘추억에 관한 모든 것’

intro

‘북톡카톡 시즌2’의 여주인공 홍선애. 그녀는 빼어난 외모와 뛰어난 진행능력을 보유한 아나운서다. 현재 김성신 출판평론가와 함께 TBS방송국의 서평 프로그램인 <TV책방 북소리>의 진행을 맡고 있다. 카메라 앵글 밖에서의 그녀는 어처구니없을 만큼의 고지식함과 독서에 관한 한 가장 순수한 열정을 가진, 조금은 엉뚱한 청춘이기도 하다. 책읽기와 사유가 연애보다 훨씬 재미있다는 홍선애. 이제 그녀가 책의 바다로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한다. 꽃중년을 자처하는 어이없는 책동네아저씨 김성신은 그녀의 독서 나침반이다. 두 사람의 즐거운 책 수다, 북톡카톡 쉰여덟 번째 이야기는 <추억에 관한 모든 것>(다니엘 레티히 지음/김종인 옮김/황소자리)이다.

[홍선애·김성신의 북톡카톡]향수의 심리적 효능과 경제적 가치에 대한 ‘추억에 관한 모든 것’

성신:우리가 매주 만나서 <TV책방 북소리>라는 프로그램 진행을 하잖아? 근데 그때마다 나 혼자 속으로 웃는 순간이 있어.

선애:왜요? 어떤 순간요?

성신:선애가 촬영용 의상으로 갈아입고 촬영현장에 들어올 때! 그때 웃겨! 무지 촌스럽거든!

선애:제 눈에는 안 촌스러운데요? 선생님 눈이 좀…ㅋㅋ

성신:아니야. 우리 어머니가 30대였던 시절의 옷과 거의 비슷하단 말이지. 그래서 선애를 촬영장에서 보면 꼭 우리 어머니 같아! 푸하~

선애:아! 요즘 제 의상들이 복고풍이군요! 아무튼 의상팀 언니들이 우리 칼럼 보면 무지하게 속상해하겠네요.^^

성신:아니야! 우리 코디들은 가장 세련된 패션을 추구하지! 단지 그게 내 눈에는 무려 40년 전 의상을 그대로 떠올리게 만든다는 것뿐이야.

선애:선생님, 정말 오래되신 분 맞네요.ㅋㅋ 아무튼 요즘 옷뿐 아니라, 노래며 방송이며 문화 트렌드 전반에 복고가 대세이긴 하죠. 응칠, 응사, 응팔…. 그 ‘응답하라’ 시리즈만 봐도 그래요.

성신:그중 ‘응팔’은 딱 내 청춘시절의 풍경이더군. 재미있었어.

선애:그 시절의 노래들도 드라마와 함께 큰 인기를 얻었잖아요? 신기하게도 그 시절을 경험하지 못한 어린 세대들도 그 옛 노래를 좋아하더란 거죠.

성신:맞아! 아주 희한하더라고. 그래서 말인데, 이런 현상의 이면도 궁금하지 않아? 대체 어떤 문화적 요인이 작동해서 이런 복고 트렌드를 만들었는지 말이야.

선애:어떤 현상이 있으면, 거기에는 반드시 배경이 있겠죠?

성신:응. 한번 생각해 보게 되더라고. ‘평론가병’이지! ㅋㅋㅋ

선애:바로 이래서 항상 평론가와의 대화는 즐겁죠. 시대를 ‘뒷담화 까는’ 것 같다는!

성신:시대를 뒷담화 깐다고? 더럽게(?) 정확한 비유군! 하하하….

선애:헤헤~ 제가 생각지도 못했던 세상의 이면들을 보게 되니까요.

성신:아무튼 재미있다고 했으니 일단 ‘썰’을 풀어 볼께!ㅋ

선애:좋아요! 기대기대~

성신:나는 복고열풍에 대해 이렇게 표현하고 싶어. ‘세상의 차가움에 대한 뜨거운 반동’이라고!

선애:아! 디지털화된 차가운 세계에 살게 된 인간이, 아날로그였던 과거를 소환해 그것에 열광한다는 얘기네요.

성신:맞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인간에게 더없이 가혹하잖아? 세상의 주인이 사람이 아니라 돈이 되다 보니 이 꼴이 된 거지. 오죽하면 청년들이 ‘헬조선’이라고까지 하겠어? ‘사는 게 지옥이다.’ 바로 그런 말이잖아! 좀 무식하게 표현해서, 이게 다 돈에 환장한 결과야!

선애:슬프고도 무섭네요.

성신:그런데 말이야, 응팔 열심히 봤어?

선애:본방 재방 삼방까지 볼 정도로 팬이었죠. 덕후였어요.ㅎㅎㅎ

성신:그럼 이 장면 기억나? 애들이 사고를 쳤는데, 동네 어른들이 실컷 야단치고 나서 ‘우리 집에서 밥이나 먹고 가라’고 했던 장면!

선애:네, 당연히 기억나죠. 굉장히 감동이 있는 시퀀스였는데. 응팔에서는 한 동네가 정말 ‘식구’였어요. 늘 함께 뭘 먹고, 새로운 반찬을 하면 아이들이 심부름으로 나르고, 빈 접시에는 또 뭔가를 채워 보내고….

성신:진짜 덕후 맞군! 세세히 기억하네. 말하자면 그런 장면은 ‘따뜻함에 대한 팬터지’라고도 할 수 있잖아? 응팔이 묘사한 1980년대 사회의 가족적이고 따뜻한 분위기를 요즘 젊은이들이 보면서 ‘이런 시절도 있었네? 그런데 왜 우리는 지금 이러고 살지?’ 바로 이런 생각을 떠올게 됐다는 거야.

선애:지금이 워낙 삭막하고 팍팍하다 보니, 그 시절의 인간적 온기가 유난히 그리워지는 것이네요. 그 시절이 좋았던 면만 있었던 것은 아닐 텐데 말이죠.

성신:맞아! 좋기는 뭐가 좋아! 독재정권 시절이니 가난하고 더럽고 불량했던 시절이지.

선애:그렇죠. 다들 가난했고, 지금 보면 매우 촌스러운 시절이었죠. 그런데 말이에요, 선생님. 그럼 우리는 왜 지금 그런 시절을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거죠?

성신:무서워서 그래!

선애:미래가 안 보여서요?

성신:그렇지! 무자비한 자본의 횡포에 속수무책이 됐으니까! 깨끗한 집과 멋진 차만 가지고 있으면 뭐해. 당장 내일 살지 죽을지 모르는 판에!

선애:맞아요. 바로 그래서 요즘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많거든요.

성신:사회 전반에 희망과 활기가 넘쳐난다면, 내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하지, 굳이 구질구질한 과거를 돌아보려고 하겠어? 그런데 딱 그 반대인 거지. 한마디로 내일이 두려우니 어제만 보는 거야.

선애:내일이 두려우니 어제만 본다! 바로 이게 복고 트렌드에 대한 선생님의 분석이군요.

성신:아주아주 쉽게 비유하자면! 너무 아프고 슬플 때 “엄마~~~” 하고 소리 내서 우는 것과 같은 이치지!

선애:오 정말 쉬운 비유네요.

성신:ㅎㅎ 맘에 들어? 아무튼 내가 최근 이것과 관련해서 무지 흥미로운 책을 한 권 찾아냈지!

선애:이 순간을 기다렸사옵니다. 어떤 책인가요?

성신:<추억에 관한 모든 것>. 다니엘 레티히라고 독일의 경제학자이자 저널리스트가 쓴 책인데, ‘추억’이라는 것에 대한 세상의 온갖 이야기를 풀어놓는 책이야. 추억이라는 주제를 놓고 역사·과학·의학·경제학 등등 다양한 학문적 맥락에서 탐구한 인문서라고 할 수 있지.

선애:아! 그럼 우리가 지금 1980년대를 추억하고 그 문화를 소비하는 현상에 대한 것도 해석이 가능하겠네요?

성신:응. 굉장히(?) 가능해! ㅋ

선애:ㅋㅋㅋ 재미만빵이겠어요.

성신:아름다운 과거를 추억한 긍정적인 사람들 중에서 무려 62%는 90살에도 여전히 땅 위에서 살고 있대. 반대로 긍정적인 추억을 별로 하지 않는 부정적인 사람들의 70%는 아흔 살이 되기 전에 땅 속에 누워 있고!^^

선애:‘왕년에 내가 말이야…!’ 이런 입버릇을 가진 사람이 더 오래 산다는 거네요.ㅋ

성신:말하자면 그런 셈이지!

선애:복고 열풍이 현실이 팍팍하다는 방증이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따뜻한 추억으로 인해 더 오래살 수도 있다니 위안이 되네요. 어제는 재결성한 젝키 오빠들을 보면서 흐뭇했는데, 그 오빠들이 제 수명도 늘려준 거네요.ㅋ

성신:그러면 나는 심수봉 누나에게 내 수명연장을 의탁해야겠군! ㅋ

박수, 공유 영역

댓글 레이어 열기 버튼

기자 정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