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톡카톡 시즌2’의 여주인공 홍선애. 그녀는 빼어난 외모와 뛰어난 진행능력을 보유한 아나운서다. 현재 김성신 출판평론가와 함께 TBS방송국의 서평 프로그램인 <TV책방 북소리>의 진행을 맡고 있다. 카메라 앵글 밖에서의 그녀는 어처구니없을 만큼의 고지식함과 독서에 관한 한 가장 순수한 열정을 가진, 조금은 엉뚱한 청춘이기도 하다. 책읽기와 사유가 연애보다 훨씬 재미있다는 홍선애. 이제 그녀가 책의 바다로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한다. 꽃중년을 자처하는 어이없는 책동네아저씨 김성신은 그녀의 독서 나침반이다. 두 사람의 즐거운 책 수다, 북톡카톡 예순두 번째 이야기는 <언니들의 여행법>(최예선·심혜경·손경여·김미경 지음 / 모요사)이다.
성신:선애는 언니로 사는가? 아님 동생으로 사는가?
선애:저를 딱 보시면 느껴지지 않나요? 쌤
성신:딱 봐봐야, 내 눈엔 그냥 좀 기다란 소녀일 뿐이라서…
선애:이 장녀다운 의젓함! 책임감! ㅋㅋㅋ
성신:유머감각 없고, 고지식한 것을 또 그렇게 표현하는군!
선애:푸핫~! 쌤 왜 그러세요? 저는 나름 제가 무척 웃긴다고 생각한답니다만!
성신:그래그래~ 그렇다고 치고… ㅋㅋㅋ
선애:아! 정말~ 그렇다고 치지 마시고, 부디 그런 거라 여겨주세요.
성신:한 가지 재미있는 것이… 사람들이 그렇더라고. 사회적 친분관계에서 주로 후배들을 만나면서 언니 역할을 잘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언니들을 주로 만나면서 동생 노릇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잖아? 동생 역할 좋아하는 분은 아흔 살에도 언니들만 만나시더라고.
선애:하하 맞아요. 아무튼 저는 언니 포지션이 더 편해요!
성신:요즘 트렌드 중에 하나가 ‘언니’이기도 하지!
선애:<언니들의 슬램덩크>라는 예능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것도 그런 트렌드의 영향이겠죠?
성신:그렇다고 볼 수 있지! 그런데 왜 그런지 생각해 봤어?
선애:과거의 ‘아줌마’라는 단어로 표기되던 문화키워드가 이제 ‘언니’로 대체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이든 여성에 대한 상징성이 한결 긍정적으로 변화했다는 생각도 들고요.
성신:오호! 재미있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봐!
선애:‘아줌마’라는 단어가 내포했던 부정적 뉘앙스가 이제 그 시효를 다하고 소멸해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대신 ‘언니’라고 하면, ‘언니의 맹렬함’같은 개념이 먼저 떠오르잖아요? 이렇게 ‘나이 든 여자’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뉘앙스가 새로 생성됐다는 거죠.
성신:역시 예리하군! ‘나이 든 여성들의 현명함’이랄까? 조화로움, 균형감각, 포용력… 등등 여성적 미덕이 이제 우리 사회에 절실해졌다는 하나의 지표로도 읽혀! 경쟁, 투쟁, 파워…. 기존의 이런 남성적 방법론이 사회적으로 한계에 이르렀다는 뜻으로도 읽히고….
선애:확실히 그런 것 같아요. 요즘 서점에 가보면 제목에 ‘언니’가 들어간 책들도 꽤 보여요.
성신:오늘 우리가 수다 떨 책이 낙찰됐네! <언니들의 여행 법>! ㅋㅋ
선애:저도 그 책 아주 재미있게 읽었어요. 단순한 여행서가 아니던데요? 얼핏 보기엔 흔한 일본여행서 같지만 이 책은 이중으로 복선이 있어요. 사회학적 메시지랄까? 그런 별도의 가닥이 책 안에서 흐르고 있던데요.
성신:나 역시 여성주의 관점에서 분명한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는 책이라고 생각했어. 사회 안전망이 급속히 해체되고 생존에 대한 공포가 만연한 신자유주의 체제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서로 극렬하게 경쟁하고 대립하는 형태로 살아가야만 했잖아?
선애:그렇죠.
성신:대립하고 싸우고 쟁취하는 행위들은 말하자면 남성적 패턴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지금 우리가 당면한 현실의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더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아!
선애:해법을 찾다보니, 여성적 방법! 즉 이해하고, 타협하고, 공존하는 방식을 채택하게 되었다는 거네요?
성신:응 맞아! 언니들의 ‘맹렬하고도 현명한’ 방식이 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 바로 그거지!
선애:<언니들의 여행 법>이란 책이 바로 그 지점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함께 여행을 다니는 네 분의 언니들은 그 여정에서 서로 공감하고 존중하고 신뢰하면서 현실적 대안들을 고민하죠. 나이도 직업도, 취향도 완전히 다르고, 네 분의 공통점이라곤 고작 책을 좋아한다는 정도밖에는 없죠. 그런데 이 언니들은 여행의 과정에서 완벽한 공존의 형태를 보여줘요. 그렇게 해서 혼자 하는 여행보다 월등히 많은 것들을 쟁취해 내거든요.
성신:더욱 기가 막힌 것은 그런 중요한 메시지를 주장하거나 거론하지 않으면서 그냥 넌지시 보여주기만 한다는 말이지! ‘우리는 바로 이런 여행으로 더없이 행복했어요! 왜 그런지는 한번 생각해 보세요~’ 마치 우리에게 이렇게 말을 건네는 것 같아!
선애:말없이 말하는 고도의 문체적 기법!^^
성신:와우~ 기막힌 표현이네! 맞아! 책을 보면, 타인의 취향을 존중하면서 편안하게 공감해 가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거든. 서로를 향한 권력적인 속성은 눈곱만큼도 없지!
선애:아! 그러고 보니 정말 그러네요. 아무리 사소한 논의에서도 상호간의 존중과 공감과 신뢰가 느껴졌어요.
성신:<언니들의 여행법>에서 한 가지 더 놀라운 것은 유연함이야! 누구도 소외되지 않게, 굉장히 꼼꼼하게 스케줄을 짜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스케줄에 얽매이지도 않아. 규칙에 기계적으로 따르지 않는다는 거야. 사람을 중심에 두고 유연하게, 그렇게 최적의 판단을 하지!
선애:규칙보다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대원칙을 잊지 않는 거죠. 여러모로 이 언니들 진짜 멋져요.
성신:기억에 남길 만한 문장도 많지 않아?
선애:“함께 여행하기 좋은 친구가 따로 있지 않다. 다만 함께 여행하기 위한 기대와 노력이 있을 뿐이다.” 저는 이 말이 너무 좋았어요.
성신:근데, 나 이분들 좀 만나 보려고….
선애:어머! ㅋㅋㅋ 왜요?
성신:다음 여행에 혹시 짐꾼 자리 없냐고 물어보려고!
선애:만나시면 한 자리 더 알아봐 주세요.^^
성신:음…, 하기야 괜찮겠다! 책 읽어 보니까, 동생 얼굴이 예쁘다고 구박할 그런 속 좁은 언니들은 절대 아닌 것 같아!
선애:앗!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멘트를…! 쌤! 무더위에 오락가락하시는지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