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의 유력한 대선후보로 꼽히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인해 제19대 대통령 선거의 판도에 변화가 올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일 정치권은 ‘포스트 반기문’으로 생겨난 부동표를 선점하려는 숨가뿐 하루를 보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60)은 ‘대선 주자 스타일’로 광폭 행보를 보였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레이스에서 하차한 직후에 대선주자급 행보를 이어간 것이다. 황 권한대행은 오는 22일 예정된 ‘규제개혁 국민토론회’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토론회는 방송 생중계가 예정돼 있어, 다른 대선주자들이 누리기 어려운 ‘TV 노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황 권한대행 측은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생방송 특성상 갑작스런 실수나 언행논란 이슈로 인한 ‘인기 추락’의 위험성도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권호욱 선임기자
새누리당은 이날 ‘개헌’ 카드를 꺼내들었다. 당내에 이렇다할 주자는 없지만 여당이자 원내 2당인 지위를 활용해 개헌 국면을 만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대선 전에 대통령 직선 이원집정부제 헌법 개정을 당론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개헌에 내부 이견이 있는 바른정당보다 한발 앞서서 이슈를 선점하고, 대선 전 개헌에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고림시키려는 전략이다.
여당 내 잠룡인 김문수 비상대책위원, 김관용 경북지사, 원유철 의원 등은 대선 출마 시기를 고민하고 있다.

바른정당 소속 남경필 경기지사(왼쪽)와 유승민 의원이 2일 오전 국회 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권호욱 선임기자
바른정당은 반 전 총장 퇴진으로 인한 충격을 ‘자강론’으로 수습하고 있다. 정병국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게 원칙 있는 싸움을 하겠다”고 밝혔다.
유승민 의원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느 보수 후보로 단일화돼서 문 전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대선후보들과 승부해서 이길 것인가”라며 자신이 적임자라고 했다. 유 의원은 “제가 말하는 범보수 단일화 안에 새누리당의 후보들이 누가 나오시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누가 문 전 대표를 이길 가능성이 있느냐. 미래와 젊음이 있어야 한다. 중도·진보를 아우르고 영남·호남·충청을 하나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의 ‘중심적 존재’인 김무성 의원은 대선 출마 요구가 당내외서 나오자 ‘일단’은 불출마 한다는 의사를 다시 밝혔다.

안희정 충남지사
반기문 전 총장과 지역기반이 겹쳤던 안희정 충남지사(52)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본격적으로 대선 레이스에 진입했다. 야당 유력주자 중 한 명인 그가 ‘진보·보수를 뛰어넘는 새로운 정치’로 ‘시대교체’를 하겠다며 대연정 카드도 꺼내들었다는 것이 이채롭다.
안희정 지사는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과 갖고 “새 정치의 첫걸음은 기존 진보·보수의 이분법을 뛰어넘는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라며 “국가운영에 있어서 노무현 정부 때 못다 이룬 대연정을 실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반기문 전 총장을 지지한 보수층 까지 아우르는 지지세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성남시장(53)은 반기문 전 총장의 대선 포기에 맞춰 ‘문재인 대세론’ 공략에 돌입했다. 이는 대선 양상이 야권 유력 후보들 사이의 각축전이 될 판세를 예상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더 나은 정권교체’를 내세우며 문재인 전 대표와 본격적인 각 세우기에 나섰다.
이 시장은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강력한 상대가 사라지면, 좀 더 나은 정권교체를 선택하게 될 것이고 그 내용을 들여다보기 시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시장 측 인사인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경향신문을 통해 “반기문이라는 지지율 높은 상대가 있어서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1등 후보를 밀어주자’는 대세론이 있었는데, 이제 대세론 자체가 무너졌다”며 “민주당에 가장 걸맞은 후보가 누구인지 자질과 정책 검증이 진행되면 지지율 변동이 생길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