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조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의 기세가 대단하다. 실로 오랜만에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 이후에 국내의 뉴스에서 한국 가수의 빌보드 차트 성적이 다시 거론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발매했던 정규 2집 <윙스>에 네 곡을 추가한 <윙스 외전>의 타이틀곡은 발매 당시 24시간 동안 차트 정상을 지켰다. 그리고 이어진 월드투어 첫 기착지 서울 공연에서는 내로라하는 가수들도 채우기 힘들다는 고척스카이돔 2만석의 좌석을 이틀 연속 매진시켰다. 그리고 11개 도시에서 19회 열리는 해외 공연 역시 일찌감치 표가 다 팔려나갔다.
대한민국에서는 지금도 수많은 가수들이 데뷔를 하고, 특히 아이돌그룹의 부문에서는 남자, 여자 모두 이미 진작에 ‘레드 오션’이 됐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그 흐름은 미미하나마 세대교체의 의미도 품고 있어 방탄소년단은 2010년대 이후 왕좌를 잡은 빅뱅과 엑소를 이을만한 K팝 거물로 성장할 기반을 닦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아주 원론적인 질문 한 가지. 왜 방탄소년단인 것인가. (①에서 계속)
■ ‘흙수저 아이돌’이었기에
방탄소년단은 가요계에서 따지면 주류 태생이 아니다. 여기서 ‘주류’란 지금 아이돌 시장의 지배적인 사업자를 뜻한다. SM이나 YG, JYP나 FNC 등 견고한 아이돌가수 육성 시스템을 가진 회사가 아닌 임정희와 2AM 등의 앨범을 내던 기획사에서 출발한 아이돌이 방탄소년단이라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우리나라에서 주류 가요계에 편입돼 있다는 것은 여러모로 탄생과 동시에 많은 혜택을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형 기획사의 경우 물론 그들의 탄생을 알릴 경로가 많을 뿐더러 방송 출연도 쉽게 잡히고 유명한 선배의 후광을 입어 이미지 메이킹에도 도움을 얻는다. 해외진출에 있어서도 이미 만들어진 해외의 소속사 팬덤이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았다. 그룹의 탄생설화가 될 리얼리티 프로그램 하나가 없었고 기억에 남는 고정 출연 역시 리더 랩몬스터의 tvN <뇌섹시대-문제적 남자> 출연과 최근 멤버 뷔의 KBS2 드라마 <화랑> 출연 정도가 전부다.
국내에서 ‘양의 경제’에 경도된 경쟁을 할 바에는 방탄소년단은 해외공략을 택했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를 통해서 끊임없이 많은 콘텐츠를 해외에 내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해외에서 어느 정도 형성된 K팝의 팬들은 자연스럽게 방탄소년단의 콘텐츠를 접하게 되고 2014년 현란한 군무를 앞세운 노래 ‘쩔어’를 시작으로 팬덤이 결성되기 시작한다.
여기에는 방탄소년단의 음악적 환경도 한 몫 한다. 대형기획사가 아니기에 조력을 많이 받을 수 없었던 이들은 랩몬스터, 슈가, 제이홉 등의 멤버들이 이미 프로듀서급 자가발전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고 뷔와 정국, 지민, 진 등의 멤버들도 이 대열에 합류한다. 그들은 직접 가사를 쓰고 곡을 쓰며 앨범 콘셉트를 일관되게 기획하는 작은 제작자의 역할을 한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원래 보유하고 있던 힙합 기반의 사운드를 중요시하는 모습도 빠르게 해외 팬의 유입을 이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눈치볼 것 없는 ‘흙수저’ 아이돌이기에 자기표현도 거리낄 것이 없었다. 최근 발매된 ‘봄날’에서는 세월호 사고의 고통을 은유하는 장면이 포함돼 화제가 됐으며 실제로 방탄소년단은 세월호 유가족 돕기 기부에 나서면서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는데도 거리낌이 없다. 대형기획사들이 첨예한 외부환경에 큰 덩치가 묶여 목소리를 못 내는 상황과는 다르다.
김헌식 대중음악평론가는 “갤럽이나 여론조사를 보면 국내에서는 아직도 방탄소년단의 정체를 모르는 사람도 많다. 기본적으로 국내에 물량공세를 하지 않고 유튜브나 SNS를 일찍부터 공략한 사례”라면서 “장르 역시 세계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힙합 장르를 기반으로 하고 그 안에 한국적인 특징인 군무나 뮤직 비디오에 강세를 두는 방법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결국 방탄소년단은 빅뱅으로 대표되는 힙합과 분위기를 중시하는 흐름과 이후 번성했던 화려한 군무와 퍼포먼스로 대표되는 흐름을 ‘정반합’ 스타일로 합치면서 입지를 구축한 셈이다. 결국 팬들과 대중에게 보인 2017년 대한민국 아이돌 첨단의 모습은 단시간에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팬들의 호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