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조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의 기세가 대단하다. 실로 오랜만에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 이후에 국내의 뉴스에서 한국 가수의 빌보드 차트 성적이 다시 거론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발매했던 정규 2집 <윙스>에 네 곡을 추가한 <윙스 외전>의 타이틀곡은 발매 당시 24시간 동안 차트 정상을 지켰다. 그리고 이어진 월드투어 첫 기착지 서울 공연에서는 내로라하는 가수들도 채우기 힘들다는 고척스카이돔 2만석의 좌석을 이틀 연속 매진시켰다. 그리고 11개 도시에서 19회 열리는 해외 공연 역시 일찌감치 표가 다 팔려나갔다.
대한민국에서는 지금도 수많은 가수들이 데뷔를 하고, 특히 아이돌그룹의 부문에서는 남자, 여자 모두 이미 진작에 ‘레드 오션’이 됐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그 흐름은 미미하나마 세대교체의 의미도 품고 있어 방탄소년단은 2010년대 이후 왕좌를 잡은 빅뱅과 엑소를 이을만한 K팝 거물로 성장할 기반을 닦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아주 원론적인 질문 한 가지. 왜 방탄소년단인 것인가.
■ 뜯어먹을 것이 많다
방탄소년단은 2013년 6월 데뷔 싱글 <2 COOL 4 SKOOL>로 데뷔했다. JYP엔터테인먼트에서 박진영과 함께 중심 작곡가로 활동하던 방시혁이 2005년 설립해 기획한 첫 번째 아이돌그룹이다.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이유는 ‘떡밥’이 많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떡밥’은 낚시꾼이 물고기를 유인하는 수단으로 쓰이지만 아이돌의 생태에 치환하면 팬들을 유인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방탄소년단은 데뷔 이후부터 치밀한 계획 아래 모든 앨범의 콘셉트와 각각의 노래 그리고 그 노래를 둘러싼 뮤직 비디오와 작은 영상 하나에까지 의미심장한 기호를 숨겨놓았다. 처음 ‘학교’ 연작으로 시작된 방탄소년단의 노래는 <화양연화> 시리즈에 이르러서는 ‘청춘’으로 그 콘셉트를 바꾸고 <윙스 외전>까지를 발매했다. 팬들의 입장에서는 활동 전체가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셈이다. 짜임새 있는 이야기만큼 몰입을 부르는 요소는 없다.
지난 <윙스> 앨범에서는 소설 <데미안>의 여러 요소가 그들의 영상에 숨어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갑자기 포털사이트 검색어에 ‘데미안’의 비중이 폭등하기도 했다. 그들의 숨겨놓은 기호에 대한 팬들의 집착은 멤버들 스스로도 놀라운 정도라 멤버 뷔는 “‘봄날’ 뮤직 비디오에서 멤버들이 모여 걸어가는 장면에 내가 촬영 중 깜빡 잊고 참여를 안 했더니 이 장면을 놓고도 팬들의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또한 이번 앨범에서 불거진 ‘유리천장’ 가사의 논란 역시, 아이돌 그룹의 가사에 담긴 단어 하나가 곧바로 온라인상에서 논쟁거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오랜만에 상기시켜주기도 했다.
서울대학교에서 미학을 전공한 방시혁은 멤버들을 소개하는 예사로운 영상 하나에도 심혈을 기울여 특정한 의미로 읽히게 만들었다. 거기다 학교로는 답답한 입시현실과 갈 곳 없는 청소년들의 방황을, 청춘을 통해서는 시대와 사회의 압제 그리고 나아가서는 시대 비판의 실마리가 읽히는 주제를 택하면서 과거 서태지와 아이들이나 H.O.T가 획득했던 현실비판형 댄스곡의 전형을 새롭게 만들기도 했다.
멤버들 역시 ‘떡밥’을 투척하는데 여념이 없어 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뿐 아니라 개인 SNS 그리고 각자의 개인 방송까지 모두 구비하고 있어 활동을 쉬더라도 방탄소년단의 정보는 계속 생산돼 팬들에게 공급된다. “막 입덕(팬이 됨)한 사람들은 정보가 많아 힘들 것”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방탄소년단이라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딴 데 한 눈을 팔 수 없다. (②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