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 힘내세요, 우리가 더 힘낼게요. 우리가 세상 바꿀 거에요”
지난 15일 열린 2017 퀴어문화축제에서 온몸으로 비를 맞으며 사람들을 안아주는 이들은 이렇게 말했다. 지인(활동명·여)을 비롯한 3년 전부터 부스를 열어 온 성소수자 부모모임 회원들이 그들이다.
이들은 어떤 활동을 하며,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을까. 현장에서, 전화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2017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한 ‘성소수자 부모모임’ 회원들. 사진 앞 왼쪽이 활동가 지인. /성소수자 부모모임 제공
■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한 ‘성소수자 부모모임’
퀴어문화축제에서 부모모임 부스를 연 이유는 뭘까. 지인은 세 가지 이유를 꼽는다. 첫째로 교육의 필요성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부모세대를 위해서다. 둘째로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금지법 제정에 힘을 쓴다. 부모들은 이 행사를 통해 사회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셋째로 다른 성소수자 부모에게 정확한 지식을 많이 알리고 싶어서다. 더불어 성소수자들에게도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지인은 현장에서 그들을 안으며 “힘내세요, 우리 더 힘낼게요”라고 한다. 그는 ‘사실 누가 안기러 올까’라며 프리허그를 시작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왔고 우는 사람들도 있었다. 함께 눈물을 흘렸다는 지인은 ‘우리가 힘이 되는구나’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지인이 생각하는 퀴어문화축제는 무엇일까. “퀴어문화축제는 프라이드 퍼레이드”라며 “성소수자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말하는 날”이라고 말한다.

15일 2017 서울퀴어페스티벌 성소수자 부모모임 부스에서 진행한 ‘부모/가족게 커밍아웃을 한다는 것은?’ 설문조사. 다양한 답변이 눈에 띈다. /지인 제공
■사회의 시선을 바꾸기 위해
“많은 성소수자가 학창시절 따돌림과 괴롭힘을 많이 겪는다. 우리 아이도 그랬다.”
성소수자가 비 성소수자처럼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지인이 성소수자 부모모임에서 활동하는 이유 중 하나다.
지인의 인생을 바꾼 것은 2014년 퀴어문화축제였다. 게이 아들을 둔 지인은 ‘내 아들을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나갔다.
당시 신촌에서는 반대단체가 퍼레이드를 못 하도록 길에 드러누웠다. 일정이 늦춰져 오후 11시에 행진을 마쳤는데 ‘행진조차 못 하게 막는구나’라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
2014년 초, 여러 인권단체에 ‘성소수자 부모를 만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대표가 지인에게 성소수자 부모를 소개해줬다. 같은 처지의 부모가 있다는 것이 힘이 됐다.
‘내가 위안을 받은만큼 다른 부모님께도 위안을 드려야겠다’ 생각에 모임을 이어갔다. 성소수자 부모모임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부모모임 참여자가 늘며 2015년부터 퀴어문화축제에 부모모임 부스를 만들었다.
현재 성소수자 부모모임은 매달 둘째주 토요일에 열린다. 현재 모이는 50여명 중 부모가 20여명, 성소수자가 30여명 정도다. 부모에게 어떻게 커밍아웃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다, 또는 아시게 된 후 부모와의 갈등이나 학대로 괴로워하는 성소수자 당사자들이 찾아온다.
앞으로 활동 계획은 어떨까. 9월 9일에는 전국 성소수자 부모모임 네트워크 ‘손에 손잡고’를 연다. 거리·시간적 문제로 직접 대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행사로, 1박 2일 워크샵 형식으로 진행한다. 연말에는 책도 낼 예정이다.

유네스코에서 발간한 ‘동성애혐오성 괴롭힘 없는 학교’. 지인은 이 책의 보급에 힘쓰고 있다. /유네스코 홈페이지
■ 혐오의 언어를 멈춰라
지인은 성소수자 부모모임 활동을 하며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을까.
“나는 상담심리사다. 논문(가족의 태도가 성소수자의 커밍아웃 후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쓰며, 또 성소수자 당사자인 아들을 대하며 성 정체성은 바뀌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인은 부모의 인식 전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성소수자들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커밍아웃 이후 부모의 반응이다. 부모가 그들의 존재를 거부하고 부정했을 때 성소수자의 자살시도율은 8배 높다(Dr. Caitlin Ryan, Family Acceptance Project).
유네스코에서는 <동성애 혐오성 괴롭힘 없는 학교> 라는 학교·교사지침서를 발간했다. 한국의 모든 학교에 배포되어 교사와 학교가 앞장서서 성소수자 학생들이 괴롭힘을 당하지 않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인 역시 이 책의 보급을 위해 힘쓰고 있다.
“저는 이 책을 꼭 알리고 싶어요. 성소수자에 대한 괴롭힘 없는 학교/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지인은 마지막으로 “내 아이가 힘든 일을 딛고 꿋꿋하고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만으로 정말 자랑스럽다”며 “내가 무지해서 아들에게 상처주었던 상황을 다른 부모는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