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죄로 구속 기소된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 심리로 2일 진행된 삼성 뇌물 재판 피고인 신문에 흰색 와이셔츠에 정장 차림으로 출석했다.
이 부회장은 재판부가 “불리한 내용은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진술 거부권을 고지하자 “네”라고 답하며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경영권 강화를 위해 단행됐다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해선 “회사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기남 기자
이 부회장은 “김종중(전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해 보고했더니 ‘회사에서 그렇게 판단하면 추진해보라’고 말한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 와병 후 삼성그룹이나 미래전략실 내에서 자신의 지위·위치를 묻는 특검 질문에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기 전에는 삼성전자 외 다른 계열사에 대해 관심을 두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저는 한 번도 미전실에 소속된 적이 없다”며 “다만 제 자신이 삼성전자 일을 계속 해왔지만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요. 다른 계열사 업무에 대한 관심이나 책임감은 조금 늘었다”고 대답했다.
이날 피고인 심문에서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67)은 최순실씨(61) 요구로 딸 정유라씨(21)의 승마 훈련비용을 지원한다는 사실을 이재용 부회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며 그 이유에 대해 “책임은 제가 지고 이 부회장은 책임지지 않게 할 생각이었다”고 주장했다.
최 전 실장은 “일부러 보고하지 않았다. 나중에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모르지만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제가 지고 이 부회장은 책임지지 않게 할 생각으로 보고하지 않은 것”이라는 박영수 특별검사팀 조사때 진술이 맞다고 밝혔다.
최 전 실장은 “조사 당시에는 이렇게 뇌물 사건이 된다는 생각조차 못했지만 구설 정도의 문제가 발생하면 제가 이미 40년 넘게 일한 사람이니 책임지고 물러나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정씨 지원을)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최 전 실장은 “루머나 유언비어를 이 부회장에게 전했다가 혹시 누를 끼치면 그것은 제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