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은 이제 시작입니다.”
가수 자이언티의 이미지는 6년 동안 여러 경로로 만들어져 왔다. 때로는 샛노랗게 아니면 갈색으로 물들인 머리 그리고 얼굴의 한 가운데를 채우는 동그란 선글라스. 무대 위에 오르면 어디서 흥을 얻는지 흐늘흐늘한 모습으로 멜로디를 만들어내는 모습 그리고 때로는 힘이 없어 보이고 중얼거리는 것 같으나 묘하게 귀를 잡아끄는 음색. 이러한 이미지가 ‘개방성’ ‘확장성’을 의미하진 않았다. 자이언티의 모습에는 언제나 ‘신비주의’ ‘내성적’이라는 키워드가 따라다녔다.
가수 자이언티가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CGV 청담씨네시티에서 열린 이문세와 컬래버레이션한 겨울 싱글 ‘눈(SNOW)’ 발매 쇼케이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굳이 이러한 이미지를 갖고 자이언티를 논하지 않아도 된다. 그는 실제로 요즘 힘을 얻고 있는 젊은 싱어송라이터 중에서 작업 결과물 발표에도 신중한 편이다. 분기별로 음원이 나오고, 심지어는 매달 음원이 한 뮤지션에게서 정기적으로 나오는 시대도 됐지만 자이언티는 자신의 노래를 대중에게 전달함에 있어 심사숙고를 거듭했다. 스스로도 이러한 외부의 평가를 인정하는 편이다.
그러했던 자이언티가 조금씩 자신의 영역에서 스스로를 끄집어내 대중에게 한 발 두 발 다가오기 시작했다. 지난 2월 오랜만에 낸 정규앨범 <ㅇㅇ>도 그러했지만 그는 최근 종합편성채널 JTBC의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믹스나인>에서 심사위원을 맡았다. 예전의 자이언티라면 쉽게 상상하지 못할 행보다. 이번에 발표한 싱글앨범 <눈>도 마찬가지다. 데뷔 6년 만에 처음으로 겨울 노래를 냈고, 협업을 한 상대 역시 가요계의 베테랑으로 꼽히는 이문세다.
보사노바 때론 재즈의 느낌을 남기는 노래에는 자이언티가 외부와 소통하고 싶어하는 염원이 담겼다. 그는 노래를 소개하고 나서도 앞으로 더욱 많이 세상과 만나겠다는 다짐을 연이어 내놨다. 4일 오후 서울 청담동 CGV씨네시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그는 “도전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자이언티는 “제가 눈을 가리고 있어서 많은 분들이 ‘신비주의’라고 해주시는 것 같다. 사실 신비주의를 스스로 주장한 적은 없었다”고 말하면서 “처음 음악을 할 때는 욕심이 많았다. 스스로를 증명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그걸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달린 것 같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제 음악을 듣고 위로를 얻으시는 분들이 많아지니 더욱 창작욕이 생기는 것 같다. 그래서 많은 작품으로 여러분들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가수 자이언티가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CGV 청담씨네시티에서 열린 이문세와 컬래버레이션한 겨울 싱글 ‘눈(SNOW)’ 발매 쇼케이스에서 신곡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믹스나인>의 심사가 그러하며 처음으로 겨울 싱글을 낸다던지, 이문세와 협업을 과감하게 시도하는 것도 같은 흐름이다. 그는 또한 앨범이 공개되는 날 오후에 서울 강남역에서 버스킹을 하면서 팬들을 만난다. 그는 여기에 “더욱 버스킹을 많이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자이언티는 “저는 다른 분들에 비하면 소심하게 또는 소극적으로 결과물을 내는 것 같다. 2월에 앨범이 나오고 12월에 한 곡을 내는 수준이기 때문”이라면서 “좀 더 지금까지의 궤적과는 다르게 활발하게 활동하고 싶다. 쓰는 곡은 많은데 많이 들려드릴 수 없다는 게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는 “‘음원깡패’ 등의 수식어가 스스로를 좀 억누르는 게 아닌가 싶다. 앞으로는 차트를 신경 안 쓰고 ‘저 이런 음악하고 있어요’라는 생각으로 많은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넓어지는 활동의 궤적에 혁오 밴드 오혁과의 협업과 음악과 관련한 영화 작업 등 다양한 일들을 넣었다. 조용한 보사노파 풍의 ‘눈’에는 눈에 빗대 위로를 전하려는 의지도 담았다. 모두가 옷깃을 여미는 겨울, 자이언티는 스스로의 문을 열고 나와 세상의 한 가운데로 걸어갈 수 있을지. ‘눈’은 ‘문’의 다른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