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처럼 순수한 소년의 지독한 성장담 '마법사들'

입력 : 2017.12.1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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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들> 로맹 가리 지음, 백선희 옮김, 마음산책

[스경의 한 줄 책] 마법사처럼 순수한 소년의 지독한 성장담 '마법사들'

“아들아, 우리가 진실에는 결코 맞서지 못한다는 걸 기억해라.

그 진실이 아무리 불쾌하고 위협적이고 잔인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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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허기져서 집에 돌아와 우리 집 요리사 예브도티아의 화덕 위에서 온종일 지글거리는 잼 케이크로 배를 채울 때면 아버지는 종종 내게 물으셨다.

“그래, 오늘은 또 누굴 만났니?”

나는 스물두 마리의 붉은 용을, 검은 바탕에 초록 얼룩무늬 날개를 단 노란 일곱 난쟁이를, 이빨까지 곤두세운 거대한 거미를 열거했다. 모두 한 번의 전투로 무찌른 것들이었다.

아버지는 근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어. 그러나 기억해둬라. 나중에 네가 성인이 되었을 때 진짜 무시무시한 괴물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걸 말이다. 그래서 더 위험하지. 그런 괴물들은 냄새로 찾는 법을 배워야 해.”

나는 그런 조잡한 술책에 절대 속지 않겠다고 아버지에게 약속했다.

-10쪽

“친구 독자여, 그대 또한 이 나이엔 나 같았는지 모르겠으나 내게는 모든 것이 누군가처럼 보였고, 생명 없는 사물들의 존재조차도 대단히 수상쩍어 보였다. 나는 돌멩이 속에도 펄떡이는 심장이 있다는 걸 알았다. 식물에게도 가족이 있고, 아이들이 있고, 엄마의 사랑이 있다는 걸 알았다. 바람에 날아가는 엉겅퀴 솜털도 절교와 이별의 비극을 겪고, 그 아픔의 크기와 쓰라림은 차마 만질 수도 없는 그 가벼움으로 가늠되지 않고, 고통의 법칙은 자연의 어떤 문 앞에서도 멈춰 서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26쪽

“미래는 민중 편에 있어. 우리는 민중 쪽으로 돌아서야 해. 저기엔 일어서고 있는 엄청난 수의 밀이 있어. 씨를 뿌린 건 위대한 지성들이었지만 수확하는 건 능숙한 손길들이 될 거다. 민중이 미래야.”

-247쪽

“내가 너 없이는 단 하루도 살지 못하리라는 것 너도 잘 알잖아!”

“추억으로 해결하게 될 거야. 그러라고 있는 게 추억이니까. 추억은 우리가 목소리를 잃었을 때 자신에게 불러주는 노래 같은 거야…….”

나는 그녀를 품에 안고 참으로 따뜻하고 행복한 포옹으로 감추고 싶었다.

-4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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