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강철비>(감독 양우석)는 독특한 개성을 지닌 영화다. 북핵을 다루면서 불편한 상황들을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선다.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이라면 보는 내내 공포와 전율을 느낄 정도다. <변호인>으로 천만 흥행에 성공한 양우석 감독은 왜 이런 실험적인 시도를 서슴없이 했을까.
양우석 감독은 15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강철비> 연출 뒷 얘기와 곽도원·정우성과 작업 소감, <변호인> 이후 생활 등 다양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놨다.

영화 ‘강철비’을 연출한 양우석 감독, 사진제공 NEW
<다음은 양우석 감독과 일문일답>
Q. <강철비>가 이날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를 했다. 10년을 준비한 결과물이 세상에 나왔는데, 기분이 어떤가.
A. 담담하다. 10년 전 이 얘기를 풀어놔야 한다는 고민을 한 건 전쟁 목도 직전의 위기가 오거나 최악의 경우가 왔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란 생각이 들어서다. 개인적으로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가 위험하다는 판단 하에 영화를 보고 이 문제에 대해 사회적인 담론이 생겼으면 했다. 관객들 반응을 보니 ‘생각할 지점이 있는 영화’라고 하는데, 이게 내가 원하던 바다. 극 중 많은 상황 중 실제로 하나만 일어나도 불행해질 수 있는데, 이를 같이 고민하길 바랬다.
Q.왜 하필 북핵을 소재로 삼았나.
A.우리가 그동안 제대로 이 문제를 직시했었다면 굳이 이렇게 영화로 만들지 않았어도 됐을 거다. 북핵 문제는 열강과 이해관계도 섞인 터라 대한민국 혼자 풀기 난감한 문제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정치권이나 국민들 모두 이를 직시하기 보다 ‘잘 해결되겠지’란 낙관론을 갖더라. 게다가 정치권에선 이 문제를 상대편을 옥죄기 위한 카드로만 사용하지 않느냐. 이젠 우리가 북핵 문제와 한반도 위기에 대해 정면으로 바라볼 때가 된 것 같다.

‘강철비’ 공식포스터.
Q.정우성·곽도원 조합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A.곽도원은 시나리오 쓸 때부터 출연 제안을 했고, 그를 염두에 두고 편하게 작업했다. 그래서 그가 하는 말투나 성격 등이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묻어난 거다. 정우성은 종합편성채널 JTBC <빠담빠담>서 인상적이었는데, <강철비> 속 사연 있는 북한 최정예요원 ‘엄철우’와 결이 비슷하더라. 또 순수하면서도 우직한 사람인데, 얼굴도 천재적이지 않은가.(웃음)그래서 캐스팅했다.
Q.조우진의 열연도 놀라웠는데?
A.그는 ‘포커페이스’라는 큰 장점을 지녔다. 또 표정 짓는 법을 알아서 금방 기쁨, 슬픔 등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다. 조우진이 연기한 캐릭터가 기계적인 북한군이지만 마지막엔 찰나 슬픔을 보여주며 연민을 끌어내는데, 그런 면에서 조우진이 연기를 참 잘한 것 같다.
![[인터뷰] ‘강철비’ 양우석 감독 “북핵 문제, 직시해야할 현실”](https://images.khan.co.kr/article/2017/12/15/l_2017121502000719700149923.jpg)
Q.김지호, 박선영, 박은혜 등 여배우 캐스팅도 적절했는데?
A.그들이 잘해준 덕분이다. 내가 가장 취약한 부분이 여성 캐릭터를 섬세하게 그리는 부분인데 여배우들에 오히려 죄송할 따름이다.
Q.스크린에서 잘 볼 수 없는 여배우들이라 더 신선했다.
A.그건 <변호인> 때 고 김영애와 작업하면서 배운 거다. 그동안 스크린과 브라운관 사이 배우 교류가 많지 않았는데 김영애를 스크린으로 모시면서 관객들이 보인 호응이 대단하지 않았느냐. 이번에도 관객의 눈에 편안한 여배우들을 모셨다.
Q.<변호인> 이후 중국으로 2년간 갔던데, 신변에 대한 위기를 느껴서인가?
A.그렇다기 보다는 여러모로 슬퍼서 마음을 쉬러 간 거다. 내가 1969년생 88학번인데 온갖 나라의 역사적 사건을 겪은 세대다. 형식적으로 민주주의가 들어서는 것도 봤고, 문민정부가 들어서는 것도 봤다. 항상 ‘대한민국이 좋아지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변호인> 이후 여러 얘기들이 나오는 걸 보고 국가가 후퇴하고 있다는 걸 처음 느꼈다. 그래서 참 슬펐다. 또 나로 인해 잡음이 생기면 자칫 해가 될까봐 걱정이 되기도 했다.
Q.연말 극장가가 <강철비> 외에도 <신과 함께> <1987> 등 대작들이 나와 풍성하다. 반면 감독으로서 경쟁심도 생길텐데, 어떤가.
A.그렇지 않다. 내가 관객이라면 오랜만에 즐거운 시즌일 거다. 좋은 영화들이 많으니 골라먹는 재미가 있지 않으냐. <강철비>가 첫번째 잔칫집이니 음식 맛있다는 입소문만 잘 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