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과 차별의 근원 '이상한 정상가족'

입력 : 2017.12.19 18:12 수정 : 2017.12.2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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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정상가족> 김희경 지음, 동아시아

[스경의 한 줄 책] 억압과 차별의 근원 '이상한 정상가족'

“가족 안에서

가장 약한 사람의

아주 작은 권리조차 보장되지 않는다면

더 큰 세계에서 발전하려는 노력도

헛된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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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가족’ 이데올로기는 결혼제도 안에서 부모와 자녀로 이뤄진 핵가족을 이상적 가족의 형태로 간주하는 사회 및 문화적 구조와 사고방식을 말한다. 바깥으로는 이를 벗어난 가족 형태를 ‘비정상’이라 간주하며 차별하고, 안으로는 가부장적 위계가 가족을 지배한 다. 정상성에 대한 지나친 강조로 가족이 억압과 차별의 공간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한 사회에서 가장 약한 자가 그 사회의 수준을 드러내 보여준다면 작은 단위의 사회라 할 가족도 아이를 중심에 놓고 보아야 제대로 볼 수 있지 않을까. - 프롤로그 중에서

■가족은 정말 울타리인가

“부모와 이모의 폭행에 시달리다 못해 집을 나온 열두 살 소녀는 초등학교 시절 담임교사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지만 집으로 돌려보내졌다. 폭행을 견디다 못한 소녀는 다시 담임교사가 사는 아파트를 찾아가 처음 보는 경비원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경비원은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다시 이모의 집으로 소녀를 돌려보냈다. 다음 날 소녀는 숨진 채 발견됐다.” -22쪽

“한국 사회에서 부모가 자신의 뜻대로 자식을 ‘처분’하는 가장 극단적인 행위가 지금도 간간이 발생하는 부모의 자녀 살해 후 자살이다. 언론은 이를 곧잘 ‘가족 동반자살’이라 부른다. 행위 자체에도 그렇고 이를 ‘동반자살’이라고 부르는 표현 둘 다에 아이들을 부모와 분리된 존재로 바라보지 못하고 부모가 세상을 버릴 때 데리고 갈 정도로 처분이 가능한 소유물처럼 여기는 관점이 배어 있다… 부모가 자녀를 살해한 뒤 자살하는 참극을 자녀의 인권유린과 폭력, 범죄의 관점으로 보지 않고 ‘동반자살’이라고 부르며 동정하는 시선에는 가족주의가 진하게 배어 있다. 한국의 가족주의는 이처럼 부모의 무한책임 정서 위에 구축되어 있다. 여기에 자녀의 독립적 인격과 개별성은 없다.”-77쪽

■한국에서 ‘비정상’ 가족으로 산다는 것

“한국의 가족주의는 소위 ‘정상가족’인 가부장적 가족만 인정하는 일종의 이데올로기다. 법적 혼인절차가 수반되지 않은 임신과 출산, 양육에 대한 사회적 보호와 인정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결혼=출산’의 등식이 지나치게 확고한 탓에 제도의 바깥에서 출산함으로써 가족의 순수함을 훼손했다고 여겨지는 미혼모와 그 자녀들은 제도적, 사회적 차별에 시달린다.”-115쪽

■‘믿을 건 가족뿐’이라는 만들어진 신념

“위기의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는 개인을 받쳐줄 사회적 보호제도가 전무한 상황에서 개인이 부여잡을 지푸라기는 뭐였을까. ‘사회적 안전망’이 없는 사회에서 개인이 기댈 유일한 언덕은 ‘사적 안전망’인 가족이었다… 전근대사회에서 가족주의가 지배적이었던 건 그럴 수 있겠다 싶지만, 한국 사회의 특이한 점은 흔히들 가족주의가 약해지기 마련인 근대화 과정에서 가족주의가 더 강력해졌다는 점이다.”-166~167쪽

“가족주의는 혈연, 지연, 학연 등 자기가 속한 집단을 우선시하는 유사가족주의적 성향과 내집단 편향을 강력하게 만든다. 이는 같은 집단 소속이 아닌 타인에 대한 신뢰, 결국 사회에 대한 신뢰를 떨어드리는 악순환을 낳는다.” -197쪽

■함께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

“공감의 능력이 확대되는 건 아름답지만 저절로 이뤄지는 것도 아니고 어렵게 익혀야 하는 일이다. 흔히 상상하는 것과 달리 공감의 확대는 어쩌면 감성이 아니라 이성을 발휘해야 도달 가능한 목표일지 모른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마치 자신이 겪는 양 느낀다 해도 고통의 원인을 잘못 인식하면 행동이 엉뚱해지듯, 그릇된 인식이 공감을 왜곡하는 일도 잦다. ” -255쪽

“사람에게 해서는 안 될 짓의 선을 정하는 게 먼저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상상해보는 공감의 감수성을 높이려는 노력은 물론 필요하지만 이를 개인의 도덕적 과제, 감성의 영역으로만 남겨두어선 안 된다. ‘우리’의 폭을 넓히려는 교육이 공교육에 제도적으로 포함되어야 하고, <차별금지법>, <이주아동권리보장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 그게 우리를 같이 살아가게 해주는 공감의 제도화다. 역지사지하고 공감하는 능력보다 사적 관계에선 예의, 공적 관계에선 정책과 제도가 우리의 공존을 가능하게 해주는, 더 인간적인 장치다.” -2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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